토베 얀손 에세이 『여름의 책』(민음사, 2021)을 읽고
토베 얀손은 1914년 핀란드 헬싱키에서 조각가 아버지와 화가이자 그래픽 디자이너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15세 무렵부터 잡지 삽화를 그리기 시작했으며, 헬싱키와 스웨덴 스톡홀름, 프랑스 파리 등지에서 미술을 공부했다. 1945년 『무민 가족과 대홍수』를 출간하며 본격적으로 ‘무민’ 시리즈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1966년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수상하고, 1976년 핀란드 사자 훈장을 비롯하여 여러 권위 있는 예술상을 받았다. 평생의 반려자 툴리키 피에틸레와 영감을 주고받으며 아동 문학뿐 아니라 소설, 미술 분야에서도 뛰어난 업적을 남겼다. 2001년 고향 헬싱키에서 8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 작가소개에서
여름에 맞춤한 책이 있다. 섬에서의 한철. 소피아와 할머니가 섬 전체를 탐색하며 즐거움을 찾아 살아가는 이야기가 적혀 있다. 한때, 살아남기 시리즈가 유행한 적이 있었다. 마치, 섬에서 살아남기의 버전을 읽는 듯한 생각이 들었다. 섬의 자연 속에서 어린아이와 할머니가 서로에게 공통점과 차이들을 발견해 가면서 살아가는 신비한 이야기들이 책 한 권이 되었다.
핀란드 쿰레트 섬에 대해 묘사되는 문장을 따라 머릿속에 섬이 그려졌다. 소피아는 엄마가 돌아가셔서 할머니와 섬에서 살게 된다. 아빠도 있지만, 직접적으로 등장하지는 않는다. 소피아와 할머니가 친구처럼 상상하고 대화하며 소설도 쓰고, 논문도 써 간다. 소피아는 나이는 어리지만, 그럴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섬에 대해, 섬에서 살아가는 생물들에 대해 깊이 있게 관찰하고 이해하며 사랑하고 있다.
소피아와 할머니는 하고 싶은 말을 자유롭게 하는 사이다. 소피아가 어떤 말을 해도, 할머니는 받아주고, 아이의 서선에 맞춰서 반응하는 모습이 진짜 따뜻한 할머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장난인 듯, 진짜인 듯한 일상 속에서 삶의 지혜와 사랑이 전해 진다. 잘해주려고 애쓰지 않고 할머니도 하고 싶은 대로 하는데도 이상하게 사랑과 애정이 느껴진다.
한 편의 동화처럼 순수하고, 소설처럼 아이러니하게 읽힌다. 나와 할머니와의 추억이 손에 잡히는 것 같은 그리움을 불러일으킨다.
소피아는 할머니와 온갖 놀이를 통해 세상을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 예의나 말투, 생각의 범위까지도 할머니의 세상을 알아간다. 경이로운 섬사람들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파도도 태풍도 두려워하지 않고 그저 묵묵히 대처해 나가는 모습이 숭고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소피아는 말하고 할머니가 적은 방식으로 지렁이, 모기, 물고기, 고양이 등에 대해 논물을 쓰기도 한다. 그들에 대해 묘사해 나가는 내용들이 너무 세밀하고 구체적이라서 아이의 입을 통해 써지는 말들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 세심한 애정을 갖고 관찰한 사람만이 생각해 낼 수 있는 문장들이었다.
무료함을 견디지 못하는 소피아는 태풍조차도 재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자연을 거스르기보다는 순응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자연과 함께하려는 할머니와 소피아의 이야기가 감동적이다. 태풍 앞에서도 의연할 수 있는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 삶의 고난 앞에서도 일희일비하지 않는 단단한 삶의 자세를 알려 주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