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겨울이 시작되니 앙상한 가지에 주렁주렁 열린감이 풍성하게 느껴지기보다는 어쩐지 쓸쓸해 보인다. 산행지를 물색하다 낮으면서도 많은 전설을 간직하고 세봉우리를 넘나드는 재미가 있다는 순창 책여산(채계산)을 가기로 결정하고 서초구청으로 나가 차에 오르니 생각보다 많은 산님들이 차를 메우고 있어 오늘 산행은 좋은 산행이 될것같은 예감이 든다.
차가 고속도로를 시원스럽게 달리니 got님이 두둥실떠 날씨가 화창할것같은 예감이 든다. 하지만 망향휴게소에서 안내산악회에서 준비한 맛스런 미역국에 아침밥을 먹고 고속도로를 들어서니 운무가 끼기시작하니 조망은 생각보다 좋지않을것같다는 생각이 든다. 휴게소에서 우연히 산행중 알게된 이석암님을 만나니 반갑기 그지없고 휴게소에서 외국인 그룹이 연주를 하고 있는 모습이 어쩐지 안쓰럽기도 하고 처량해보인다.
차가 순창입구에 들어서니 “장수마을 순창 고추장, 복분자”라는 글자가 눈에 띠기시작하고 순창 톨게이트를 지나 섬진강물이 유유히 흐르고 있는 적성교를 지나 오늘 산행의 들머리인 무량사 입구에 도착을 한다.(10:50)
무량사입구에서 5분여를 걷다보면 “채계산(책여산)안내도”와 “채계산”에 대한 설명판이 나타나고 이곳에서 왼쪽으로 나무계단길을 2~3분여를 오르면 30m의 백발노인이 서있는 모습의 화산옹바위와 ”화산옹바위의 전설“판이 산님들을 반갑게 맞이한다.
이곳에서는 금돼지굴봉을 거치지않고 바로 당재로 갈수있는길이 있으나 금돼지굴봉을 가기위해 나무계단을 내려와 무량사에 도착을 하니 흐르는 계곡물을 담아 식수로 이용하게 만들어놓은 물받이통과 감을 주렁주렁 매달아 곳감을 말리고 있는 모습이 한적한 산사(山寺)의 정취를 물씬느끼게 하지만 찾아오는 사람이 거의없고 함석으로 만들어놓은 대웅전의 모습이 초라하기 그지없다.
책여산은 여인처럼 섬세하고 그림처럼 아름답다고 하여 일명 화산(花山)=화산(華山)이라고 하는데, 적성강변의 임동 매미터에서 보면 월하미인(月下美人), 즉 비녀를 꼽은 아름다운 여인이 누워서 달을 보며 창(唱)을 읊는 모습이라 한다.
또한 산의 형세가 괴정리와 평남리에서 바라보면 수직절벽위에 겹겹이 얹혀진 암벽층이 마치 책(冊)을 차곡차곡 쌓아놓은 모습과 흡사하다하여 책여산(冊如山)이라 한다. 산아래에는 맑은 섬진강(蟾津江)이 유유히 흐르는 아름다운 석산(石山)이다.
채계산(釵笄山)으로도 불리는 책여산은 남원-순창간 24번국도의 괴정교 부근에서 남북으로 나뉘어져 있다. 남쪽의 순창 책여산(342m, 일명 송대봉)과 북쪽의 남원 책여산(361m)으로 구분되는데 예로부터 회문산(回文山 830m), 강천산(剛泉山 583.7m 일명 용천산 龍天山)과 함께 순창의 3대명산으로 불러왔으며 낮은 산이지만 섬진강 들넠에 위치하여 고산지대의 1,000m봉에 버금가는 산이다.
이 산 정상에는 깍아지른 듯한 채계산의 송대(松薹)로 날아가는 새들 조차 위태로와 이 곳에 앉기를 꺼려 했다는 날카로운 봉우리로 고려말 최영장군이 이 준령에서 말을 타고 화살을 쏘며 무술을 익혔다는 전설이 있다.
화살을 쏘아 목적지에 화살보다 늦게 도착해 본적이 없는 최영장군이 그의 장인인 오자지(나성부원군)가 살던 장수군 산서면 치마대(馳馬臺)에서 화살을 날린 후 바로 말을 달려 이곳에 도착했다. 하지만 화살이 날아오지 않아 화살보다 늦게 도착했다고 판단하여 이곳에서 불호령과 함께 단칼에 말의 목을 베어 버리고 말았다. 그 순간 화살이 바로 이 바위에 꽂힌 것을 뒤늦게 알고 경솔한 자신과 처신에 대해 한숨 지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다.
순창 책여산(송대봉)은 아슬아슬한 칼바위와 송림이 한테 어우러진 칼날의 암릉이 스릴만점이고 유유작작 흐르는 섬진강물과 바둑판같은 순창 들넠이 한눈에 잡히는 조망이야말로 진정 책여산 산행의 백미다. 용아장성의 축소판을 방불케하는 기이한 형상의 바위들은 마치 너와지붕을 닮은듯 남극 빙원의 얼음조각을 떠다 놓은듯 섬진강을 향하여 곳곳에 엎드리고 있어 오금을 저리게 한다.
산줄기에는 금남호남정맥 팔공산에서 남쪽으로 갈래를 친뒤 문덕봉 못미쳐 서쪽으로 뻗어나와 섬지강앞에 멈춰 섰는데 이곳에서는 섬진강을 적성강으로 부른다. 옛날에는 중국 상선들이 복흥의 도자기와 적성의 옥을 실어나르기 위해 많이 드나들었다고 한다.
또한 이산에는 흰바위가 거대하게 서있어 높이가 30m가 되고 마치 백발노인이 우뚝 서있는 모습으로 이 바위를 화산옹 바위라 불러왔다. 장군바위, 미륵바위, 메뚜기바위 라고도 불리어오고 있다. 그런데 이 화산옹은 이상한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이 해에 풍년이 들려면 그 색깔이 희고 아름답지만 흉년이 되려면 바위 색깔이 검은색을 띠게된다.
적성현내에 큰 불이 난다거나 유행병이 펴져 인명의 희생이 많은 해는 바위 색깔이 파란색을 띠게 된다. 전쟁이 일어나거나 커다란 천재지변이 닥쳐오면 붉은색을 띠게된다. 그래서 흉년이 들면 관가에서는 화산옹 앞에 기우제를 드리고 아기 못낳은 부인은 새벽에 청결한 물을 떠 올리며 백일기도를 하는 등 공을 드렸다.
그러던 어느날 전라병사 김삼용이 거드름을 피우며 유유히 화산옹 앞을 지나갔다. 그런데 화산옹 앞을 지나자마자 말이 갑자기 피를 토하며 그 자리에 쓰러지지 아니한가. 이에 분통함을 참지 못해 “화상옹의 요망한 바위덩어리가 장부의 기게를 꺾는다” 한바탕 호령을 하고 한칼에 화상옹을 오른쪽 어깨를 치니 적성강에 굴러 떨어졌다. 이후로 화산옹으로 말미암은 영험은 영영 나타나지 않았고 때아닌 괴변과 천재지변이 연이어 일어나 적성현이 페현이 되었다고 전한다.
책여산의 본격적인 산행은 무량사에서 부터 시작된다.(12:00) 무량사를 지나면 된비알길이 시작하고 된비알길을 걷다보면 이마에는 어느새 땀방울이 맺히기 시작하면서 입었던 잠바를 벗어 배낭에 집어넣고 산길을 걷다보면 가끔씩 들려오는 산새의 지저귐이 힘든 산님들을 위로해주고 얼마안가 버럭길이 이어지다 전설의 금돼지굴과 마귀할멈을 닮은 마귀할멈바위가 힘들게 올라온 산님들에게 잠시 쉬어가라고 그 모습을 선보인다.(12:18)
금돼지굴을 지나 낙엽쌓인 능선길을 오르다보면 날카로운 칼바위가 곳곳에 나타나기 시작하고 소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 능선에 도착을 하여 능선길을 걷다 오른쪽길로 들어서면 솔잎이 수북이 쌓인 운치가 있는 노송군락지가 나타나고 곧 이어 묘1기가 있는 금돼지굴봉에 도착을 한다.(12:30)
이곳에서의 조망은 시원스럽지만 섬진강쪽은 조망되지않고 남원쪽의 능선이 물결치듯 조망되고 송대봉도 머리를 살짝 내보이면서 빨리오라고 유혹의 손길을 뻗친다. 금돼지굴봉에서 하산하다보면 “정상(금돼지굴봉), 유촌(책암), 당재”의 이정표가 있는 삼거리에 도착을 하고 송대봉을 바라보면서 하산하다보면 철계단과 돌계단 그리고 운치있는 낙엽쌓인 나무계단이 이어진다.
나무계단을 내려서면 “남원(입암), 금돼지굴봉, 당재”의 이정표가 있는 삼거리가 나타나고 곧 이어 당재에 도착을 한다.(12:43) 이곳은 “송대봉, 금돼지굴봉, 대강면 입암리, 무량사. 일광사”로 가는 사거리로 체육시설인 운동기구가 설치되어있고 낙엽이 수북이 쌓여있는 널따란 공터다. 이곳이 화산옹바위에서 직접 올라올수있는 곳이기도하다.
잠시 휴식을 취한후 운치있는 낙엽쌓인 된비알길의 나무계단을 올라서면 10여분만에 의자와 탁자 2개가 있는 휴식공간이 나타나고 얼마안가 정상으로 올라가는 키큰 산죽사이로 난 나무계단이 나타나고 계단을 올라서서 돌탑과 산불감시초소를 바라보면서 다시 계단을 올라서면 돌탑과 정상석이 있는 순창 책여산(송대봉,342m)에 도착을 한다.(13:00)
순창 책여산앞에 서면 감탄사가 절로 흘러나온다. 지나온 금돼지굴봉의 아름다운 모습과 섬진강 들넠과 어우려진 암릉으로 이루어진 장군봉 그리고 바둑판의 들넠과 어우러진 섬진강, 섬진강을 가로지르는 적성교의 환상적인 모습이 한폭의 그림인양 산님들의 마음을 송두리째 앗아가버리면서 힘들었던 산행의 피로는 온데간데없이 일시에 사라져버린다.
정상석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은후 돌탑이 있는곳으로 하산하다보면 사람키를 훨씬 넘는 산죽이 정상을 정복하고 하산하는 산님들을 환영이라도 하려는듯 터널을 만들어 축복해준다. 하산하다 나무계단을 내려서면서 한 산님이 “1만원씩을 더 내란다.” 왜냐고 물으니 “남원 책여산을 다시 오르니 회비가 1만원 추가된다”고 농담을 하면서 한바탕 웃음꽃을 피운다.
얼마안가 암벽구간이 나타나면서 설치된 로프에 의지해 암벽을 오르니 칼바위능선에 도착을 한다.(13:10) 보는이의 가슴을 서늘케하는 절경의 칼바위능선은 창을 세워놓은듯 뽀쪽뽀쪽한 바위가 천길낭떨어지위에 이어지면서 산님들의 오금을 재리게 만들고, 타 산에서는 도저히 맛볼수없는 스릴만점의 산행을 만끽할 기회를 제공해주니 산님들의 입에서는 절로 감탄사가 흘러나온다.
금상첨화로 칼바위능선길을 로프에 의지해 네발로 기면서 가다보면 적성면의 바둑판 들넠과 유유히 말없이 흐르는 갈대숲의 섬진강이 한폭의 그림인양 산님들의 마음을 포근하게 감싸안아준다. 또한 칼바위능선길에는 암반위에 노송이 자라고 있어 멋스럼을 한층 복돋아준다.
칼바위능선에서의 기쁨을 오래간직하기위해 능선중간지점의 넓은터에 자리를 마련하고 즐거운 식사시간을 갖는다.(13:30~14:00) 식사를 끝내고 칼바위능선길을 로프에 의지해 가다보면 남원 책여산이 그 모습을 나타내기 시작하고 지나온 능선과 송대봉 그리고 암릉인 장군봉이 조망된다.
이곳 칼바위능선길에 반한 안내산악회에서는 앵콜산행을 결정할만큼 이곳은 스릴과 조망,그리고 멋스럼이 나무랄데가 없을뿐더러 연인끼리 와서 서로 손을 잡아주면서 가다보면 없던 정(情)도 새록새록 생겨나고 사이가 더욱 돈둑해질것이 분명한 코스이니 연인끼리 꼭 한번 이곳을 다녀가라고 권하고 싶은 코스이기도 하다. 꽤나 많은 산행을 해보았지만 이곳처럼 아름답고 멋진 칼바위암릉구간이 길게 이어지는 곳은 찾아보기 힘들지않나 생각된다.
35분여의 칼바위능선길을 지나면 눈앞에는 아름다운 들넠과 어우려진 능선이 모습이 그림처럼 눈앞에 펼쳐지고, 남원 책여산앞의 암봉과 남원 책여산이 조망되면서 빨리오라고 유혹의 손길을 뻗친다. 곧 이어 로프가 설치된 급경사의 하산길이 시작되고 12분여의 하산길을 내려오면 괴정교가 있는 차도에 도착을 한다. 남원 책여산앞의 암봉이 험한 모습으로 산님들에게 겁을 주니 후미에 쳐진 6명중 2명이 오르는것을 포기하고 탈출을 한다.(14:27)
후미에 처진 4명의 산님이 된비알길을 오르니 이마에는 어느새 구슬땀이 맺히기시작하고 무척 힘이 든다. 된비알길을 20여분 오르니 암릉지대가 잠시 나타나다 솔잎이 깔려 융단을 깔아놓은듯 포근한 소나무길이 이어지면서 운무속에 펼쳐지는 송대봉과 섬진강의 아름다운 그림은 또 다른 느낌으로 산님들앞에 닥아서니 힘들었던 기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리면서 책여산의 아름다운 추억은 쉽게 지워지지않을것같은 예감이 들게 만들어버린다.
가끔씩 산길에는 살아있는듯 서있는 바위들이 모습을 선보이고 어딘가에 금방이라도 섬진강에 뛰어들것같은 두꺼비바위가 있다지만 부끄러워 숨어버렸는지? 아니면 지금쯤 섬진강에 뛰어들어 살아가고 있는지 찾을길이 없어 포기하고 만다.
산길은 송림숲길이 이어지다 U자형 능선을 지나면 곧 바로 된비알길이 이어지면서 바위위에 노송이 섬진강과 어우려 한폭의 산수화를 그리는 암봉이 조망되기 시작하고 곧 이어 네모난 바위위에 수성팬비숫한 것으로 책여산이라고 표기한 남원 책여산(360m)에 도착을 한다, (15:17)
남원 책여산은 특색이 없어 정상이라고 보기 힘들기 때문에 유심히 살피지않으면 무심코 지나가버리기 십상팔구다. 정상석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은후 산길을 이어가니 칼바위암반이 잠시 이어지다 능선길이 나타난다. 정상을 출발한지 14분여만에 암벽에 로프가 설치된 된비알길이 내려서 10여분을 가다보면 낙엽이 수북히 우겨진 밤나무골에 도착을 한다.(15:40)
이곳에서 고즈넉한 낙엽길을 걷다보면 들넠이 나타나고 주위에는 은행나무가 노오란 황금낙엽을 쏟아내려 금빛땅바닥을 만들어놓고 새파란 새순이 올라오고있는 보리밭길을 걷노라니 시골 고향의 향수가 물씬 풍겨나오는듯 감회가 새롭고 곧 이어 구송정2교 다리를 건너자니 오수천을 덮고있는 갈대늪이 한폭의 그림처럼 멋스럽게 수고하고 내려온 산님들에게 기쁨을 선사한다.
구송정2교를 건너 구송정유원지에 도착해 안내산악회에서 마련한 육개장을 안주삼아 소주로 목을 축인후 구송정유원지를 돌아보니 볼것이많다. “탄생”이란 제목의 남근석과 여근석은 산님들의 시선을 붙잡고 오수천에는 하얀 꽃잎을 휘날리는 억새가 멋스럼을 자랑하고 九松(아홉그루의소나무)亭이 위치한곳의 아름드리소나무는 동양화의 한폭처럼 멋스름을 더해주니 책여산의 멋진 산행의 추억은 한층 빛을 발해 오래 기억될것이다.
첫댓글 멋진산행기와 사진 감사합니다,,앞으로도 많이 도와주시면 감사하겟 습니다,,,많으신 참여를 부탁드릴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