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제대로 먹질 못해요" 충남 금산군 금산읍 상리의 한 집. 금방이라도 무너져내릴 것 같은 낡은 집이 필리핀인 그레이스 린(40)씨 보금자리다. 뙤약볕이 내리쬐면 슬레이트 지붕은 손도 댈 수 없을 정도로 뜨거워진다. 선풍기가 있으나마나다.
 |
▲ 금산본당 최월선ㆍ김진해 수녀가 그레이스 린(오른쪽 맨 뒤)씨 가정을 방문해 희망을 잃지 말라며 기도해주고 있다. 가운데 누워 있는 이가 한순기씨다. |
집에는 6세와 초등학교 2학년ㆍ3학년인 세 자녀와 남편 한순기(요셉, 57)씨, 시어머니 박남순(마리아, 81) 할머니까지 여섯 식구가 함께 산다. 마당에는 고물상에서나 볼 수 있을 재활용품들이 한가득이다. 박 할머니가 손주들 간식이라도 사 먹이려고 매일 같이 유모차를 끌고 나가 주워온 폐지와 깡통들이다.
린씨는 어눌한 한국어로 "우리 애들 불쌍해요. 어떡해요"라며 울상을 짓는다. 자신은 성인이라 그럭저럭 견디지만, 아이들이 걱정이란다. 그는 "남편이 많이 아프고, 아이들이 먹을 것도 제대로 못먹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남편 한씨는 오른쪽 팔이 없는 장애인이다. 20여 년 전 공장을 운영하던 그는 프레스 기계에 팔을 잃었다. 공장을 지은 지 얼마 안 된 시기여서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아 병원비를 고스란히 자비로 부담했다. 팔을 잃고 그는 방황하기 시작했다. 홀로 술을 마시며 밤을 지새우기 일쑤였다.
린씨와 한씨는 2003년 가정을 꾸렸다. 마땅한 직업이 없는 장애인 농촌 총각에게 시집오겠다는 사람이 없어 한씨는 필리핀에서 아내를 구했다. 하지만 결혼 중개인 3명에게 번갈아 사기를 당해 그동안 모은 돈을 몽땅 날렸다.
한씨는 결혼하고 자녀가 태어났어도 달라지지 않았다. 사기 당한 것과 장애인이 된 것을 비관하며 매일 방황했다. 술에 의지하다 보니 알코올중독으로 몸이 축나기 시작했고, 결국 간경화에 당뇨병을 앓게 됐다. 지금은 끼니 때마다 먹는 약이 밥보다 많다.
신앙으로 극복하려 세례를 받았지만 요즘은 혼자 걷지도 못할 정도로 건강이 악화돼 주일미사에도 못가고 있다. 선풍기 한 대에 의지한 채 초점잃은 눈을 깜빡일 뿐이다. 한 달에 한두 번은 중환자실 신세를 진다. 그럴 때마다 늘어나는 병원비가 가족을 고통 속으로 몰아넣는다. 지금까지 내지 못한 병원비만 수백만 원이다.
아내 린씨는 금산과 대전을 오가며 영어강사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지만 벌이가 시원찮다. 교통비 등을 빼고 나면 생활비라고 할 것도 없다. 린씨네는 기초생활수급비 45만 원과 린씨가 버는 약간의 돈으로 생활하고 있다. 남편이 입원하면 병원비가 수십만 원 나온다. 월세도 몇 달째 밀렸다. 집도 곧 헐릴 예정이어서 린씨는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그래도 아이들이 희망이다. 경찰과 육상선수가 되고 싶다는 초등학생 아이들과 막내가 집안의 희망이다. 어려운 형편에도 세 아이는 밝게 자랐다. 둘째는 학교에서 반장을 맡고 있고, 막내는 엄마에게 한글을 가르쳐 줄 정도로 똑똑하다.
대전교구 금산본당 빈첸시오회 황해주(율리오) 회장은 "금산본당 관할 지역에는 다문화가정 200가구가 있는데, 이중에서 가장 형편이 어려운 가정"이라며 평화신문 독자들에게 도움을 호소했다.
이힘 기자
▨후견인 : 황해주(율리오) 금산본당 빈첸시오회장
"아이들이 희망입니다. 무더위에 잘 먹지도 씻지도 못하는 아이들이 너무 안됐습니다. 조금만 도와주시면 이 아이들이 꿈과 희망을 품고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한순기씨가 쾌적한 집에서 치료받고, 아이들이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성금계좌 (예금주:평화방송)
국민은행 004-25-0021-108 우리은행 454-000383-13-102 농협은행 001-01-306122
※그레이스 린씨 가족에게 도움을 주실 독자는 16일부터 22일까지 송금해주셔야 합니다. 이전 호에 소개된 이웃에게 도움을 주실 분은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담당자(02-2270-2508)에게 문의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