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깊은 곳에서 들여오는 소리에 응답하기 위해
비행기 표 2장, 유레일 패스 그리고 조금의 여비와 옷가지를 챙겨서
홀로 길을 떠납니다.
이 여정은 라벤더의 보랏빛 향기가 꿈결 처럼 나를 부르는
프랑스 프로방스 지방에 있는 틱낫한 스님의 명상센터
'Plum Village플럼빌리지' 에 닻을 내릴 것입니다.
종교와 인종과 사상과 모든 가진 것으로 부터 자유롭고
세속적인 귀천의 차별이 없는 공동체인 그 곳에서
빛과 같은 존재의 근원을 느껴 영혼에 새겨 오겠습니다.
세상 어느 귀한 것이라도 내 영혼에 내리는 단비 같은
참기쁨을 느끼지 못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입니다.
그 단비를 맞기 위해 떠나는 길에
잠시 인사를 드리고 갑니다.
낮선 풍경들이 친근해지는 시간이 되면
마음 가득 미소 머금고
좀더 성숙한 모습으로 돌아오겠습니다.
2010.7.25 길 떠나는 아침에...인천공항에서...眞如, 밝은바다 올림
작은 연가(戀歌) / 박정만
사랑이여, 보아라
꽃초롱 하나가 불을 밝힌다
꽃초롱 하나로 천리 밖까지
너와 나의 사랑을 모두 밝히고
해질녁엔 저무는 강가에 와 닿는다.
저녁 어스름 내리는 서쪽으로
유수(流水)와 같이 흘러가는 별이 보인다.
우리도 별을 하나 얻어서
꽃초롱 불 밝히듯 눈을 밝힐까.
눈 밝히고 가다가다 밤이 와
우리가 마지막 어둠이 되면
바람도 풀도 땅에 눕고
사랑아, 그러면 저 초롱을 누가 끄리
저녁 어스름 내리는 서쪽으로
우리가 하나의 어둠이 되어
또는 물 위에 뜬 별이 되어
꽃초롱 앞세우고 가야 한다면
꽃초롱 하나로 천리 밖까지
눈 밝히고 눈 밝히고 가야 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