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창전골 맛있는 집 아세요?"
갑판장이 음식에 관심이 많은 분들과 만날 때 마다 빠트리지 않고 드리는 질문입니다. 단순한 질문입니다만 아쉽게도 이 질문에 제대로 된 답을 주시는 분이 거의 없습니다. 몇몇 분이 명동의 신정이나 서소문의 한성, 이촌동의 한강회관 등을 언급하기는 하셨지만 썩 자신있어 하는 표정은 아니었습니다. 갑판장도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 곤궁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곰곰히 생각을 해보니 갑판장이 식당에서 곱창전골을 사먹은 기억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지 싶습니다. 1980년대말 까지는 드물게라도 사먹었는데 그 이후로는 기억이 통 없습니다. 곱창이나 양깃머리, 대창, 막창 따위를 구이로 먹은 적은 참 많은데 말입니다. 아! 그러고 보니 몇 년 전에 강구막회에서 식구들과 곱창을 포함한 소내장에 능이, 곰버섯 등을 왕창 넣은 전골을 끓여 아주 맛있게 먹었던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영업용 메뉴가 아니라 식구용 메뉴였기에 식당에서 사먹은 것이 아니었으니 무효입니다.
정제되지 않은 정보의 바다라는 인터넷을 통해 곱창전골이 맛있는 음식점을 검색하던 중에 우연히 망원동우체국 뒷편에 있는 청어람이란 식당을 소개한 마른비님의.포스트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 포스트를 보는 순간 갑판장이 지난 수년간 수소문하던 곱창전골이 맛있는 식당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머니와 아내와 함께 청어람에 방문했습니다. 우선 에피타이져 격으로 곱창구이부터 맛을 봤습니다. 곱창구이는 등심구이로 유명한 유성집 대도식당의 동그란 팬을 닮은 무쇠팬에 야채와 함께 초벌구이를 한 상태로 제공이 됩니다. 손님상에 제공된 상태에서 곱창을 먹기 좋은 크기로 잘게 잘라줍니다. 비교적 긴 곱창을 주방에서 충분히 구워서 손님상에 내주기에 곱창 안의 내용물인 곱의 유실이 적습니다. 곱이 많다고 해서 무조건 다 좋은 것은 아닙니다. 어떤 곱은 씁쓸한 맛이 나서 차라리 없느니만 못한 경우도 있습니다. 구수한 맛이 나는 양질의 곱이라야 환영을 받습니다. 맛난 곱이 가득찬 곱창은 곱창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염원일 것 입니다. 청어람의 곱창구이가 그에 꼭 들어맞는 정답은 아닐지라도 근사치에 가깝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날마다 제공되는 곱창의 질에 편차가 있을테니 날을 잘 잡아서 가야 만족도가 더 높겠습니다만 곱이 덜 차있더라도 청어람의 곱창구이라면 갑판장은 맛나게 먹겠습니다. 곱창의 겉에 붙은 내장지방을 비교적 꼼꼼하게 손질하여 시각적으로 안심이 되기도 하지만 고소한 곱창의 맛을 선명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만 주방에서 초벌구이를 할 때 맛소금 따위의 조미료로 밑간을 하는 눈치입니다. 이런 경우 갑판장은 그 사용량이 상식선에서 지나치지 않고 말 그대로 맛을 조금 보테는 정도라면 굳이 따지지 않는 편입니다. (인스탄트 라면도 잘 먹습니다.)
곱창과 함께 구워서 제공되는 대파, 양파, 마늘, 새송이버섯 등도 맛있습니다. 갑판장은 특히 대파구이를 좋아합니다. 4종의 기본반찬도 좋고, 특히 곱창구이에 따라 나오는 새콤한 부추무침이 침샘을 자극하여 입맛을 북돋아 좋았습니다. 어머니와 아내도 즉석에서 무쳐서 큰 보울에 담아내는 새콤한 부추무침에 후한 점수를 주는 눈치였습니다.
에궁...곱창전골에 대해서 설을 푼다는 것이 어찌하다 보니 곱창구이에 대한 설을 풀다 지치게 생겼습니다. 각설하고 곱창전골에 대한 설을 풀도록 하겠습니다. 헥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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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군의.포스트.보러가기
카메라를 어머니댁에 놓고 와서 궁리 끝에 갑판장네 식구인 푸른군의 사진을 훔쳤음을 고백합니다. 만일 조금이라도 푸른군이 문제를 제기할 시에는 즉시 삭제하고 사과를 하겠습니다.
청어람의 곱창구이는 분명히 먹을 만 합니다만 이 식당의 주연은 단연 곱창전골이라고 갑판장은 강력히 주장할렵니다. 그 이유로는 여럿 있습니다. 우선 청어람의 곱창전골이 맛있기 때문입니다. 갑판장은 물론이고 어머니, 아내 그리고 다른 날 갑판장과 함께 방문을 했던 푸른군까지 모두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웠습니다. 이런 정도의 곱창전골이라면 갑판장은 언제든 곱창전골이 먹고플 때 청어람을 첫 번째로 떠올릴 것 같습니다. 게다가 가격도 그리 부담스럽질 않습니다. 아니 다른 식당과 비교하면 싼편입니다. 저녁에는 소, 중, 대로 구분하여 각기 1만5천원, 2만원, 2만5천원입니다.(2011년 11월 초 기준) 밥값을 따로 쳐도 그다지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두 명이라면 곱창전골 중에 공기밥 1~2그릇을 주문해서 먹을 것을 추천합니다. 소는 우동사리가 적게 들어있어 따로 사리(2천원)를 추가하느니 갑판장이라면 차라리 3천원을 더 내고 중으로 먹겠다는 포석입니다. 곱창전골은 우동사리를 건져 먹는 맛도 있거든요. 그 다음은 달콤한 야채를 건져 먹는 맛, 맨 마지막으로 냄비의 밑바닥을 숟가락으로 훑어 곱창을 건져 먹는 재미입니다.
청어람은 이제 갑판장한테는 어머니에 대한 추억이 담긴 앨범 같은 음식점입니다. 내장탕, 곱창전골 등 소의 내장부위로 만든 음식을 특별히 좋아하시는 갑판장의 어머니께서 둘째아들네 부부와 함께 한 끼 저녁식사를 아주 맛나게 드신 몇 안 되는 식당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평소 숟가락을 일찍 놓으시는 어머니께서 청어람에서는 냄비 밑바닥이 보일 때 까지 갑판장과 함께 숟가락질을 멈추지 않으셨습니다. 평소 어머니의 모습과 다른 식탐을 아들한테 들키신 겁니다. 이런 식당이 몇 집 더 있습니다. 이촌동에 있는 우메스시(그 옆옆의 기꾸스시도)도 그 중 한 집입니다. 평소 어머니께선 초밥을 탐탁지 않게 여기셨습니다. 그런데 우메스시에선 스므 개가 넘는 스시 중 입맛에 덜 맞는 등푸른 서너 점을 빼고는 다 드셨습니다. 그제서야 깨달았습니다. 그 동안 어머니께서는 제대로 된 스시를 드셔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갑판장네 어머니 뿐 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개 그렇습니다. 맛없는 곳에서 맛없는 음식을 드셔보시곤 특정 음식에 대한 불편한 편견을 갖게 됩니다. 그 편견은 맛있는 집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 만으로는 풀기가 어렵습니다. 거기에 보테서 그 음식을 이해하고 아주 맛나게 먹는 사람들 틈에 낑겨서 즐겨야 비로소 특정 음식에 대한 편견이 사라지며 그 음식을 즐길 수 있게 됩니다. 예를 들자면 갑판장과 함께.....먹.... ^.,^
에궁...곱창전골이 청어람의 주연이라는 주장을 펴다말고 글이 또 딴길로 새어 버렸습니다. 갑판장이 원래 그런 사람입니다. 당최 종잡을 수 없는 사람.....다시 곱창전골에 대한 설로 돌아가서 이번엔 곱창구이가 청어람의 주연이 아닌 이유에 대해서 설을 풀겠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청어람의 곱창구이도 맛있습니다만 맛난 곱창구이를 먹을 수 있는 식당은 여러 곳이 더 있습니다. 그 때 그 때 형편과 상황에 따라 그 중 한 곳을 골라 가면 되지 굳이 청어람을 콕 찍어서 갈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하지만 곱창전골은 다릅니다. 청어람 말고는 특별히 생각나는 식당이 없습니다. 갑판장의 경우엔 말입니다.
정리하겠습니다. 갑판장이라면 곱창구이가 먹고싶을 땐 이미 검증된 곱창구이가 맛있는 식당 여러 곳 중 한 곳을 그 때 그 때의 형편과 사정에 따라 선택해서 가겠습니다. 하지만 곱창전골이 먹고플 땐 더 맛난 식당을 찾기 전 까진 무조건 청어람입니다. 식사만 하러 청어람에 간다면 무조건 곱창전골입니다. 하지만 반주 또는 본격적인 음주를 생각하신다면 곱창구이, 양깃머리 등을 먼저 먹고 마무리로 곱창전골을 시켜 먹겠습니다. 구이류도 맛있는 식당이니 말입니다. 메뉴에 대창도 있습니다만 갑판장의 사정상 지방이 아주 많은 음식은 가급적 삼가해야 합니다. ㅠ.,ㅠ;;
<갑판장>
첫댓글 이번주 토요일에 수업이 있는데.. 날을 잘 잡아주셨군요 ㅡ,.ㅡ
새롭게 인연을 맺으실 분들도 많이오셔서
즐겁게 드시고 만족하시면 좋겠습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 테이블을 채울 수 있는 인원이면 족하구만요.
오붓하니 딱 좋습니다.
정말 대단히 대단히 감사합니다...
저도 곱창전골에 대한 추억도 있고 너무 좋아하는 음식인데, 고향인 대구까지 내려가긴 힘들고... 항상 네이버에 곱창전골로 검색해서 식당을 찾곤 했거든요... 회사에서 멀지 않아 오늘 저녁 방문할 예정입니다.
정말 간만에 눈이 휘둥그레지는 포스팅 발견입니다 ^^
70,80년대에 어머니께서 예전의 동양고속터미날 근처와 관철동에서 한식집과 중식집을 운영하셨었는데 청어람의 곱창전골이 딱 그 때의 맛을 떠올립니다. 입맛에 맞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장위동 유성집은 참숯에 무채반찬으로 유명하고 둥그런 무쇠팬은 왕십리 대도식당 일세 마이다니니깐 좀 착각 한듯^^
수정했음.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