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7~8개월, 아기는 두 손과 두 발로 자신의 몸을 지탱하고 나아가 ‘이동’을 위한 고군분투를 시작한다. 엎드린 상태에서 손과 발을 들고 흔들다가 서서히 발을 뒤로 밀면서 움직이려고 한다. 팔에 힘을 준 채 팔꿈치를 바닥에 대면서 배에 힘을 주고 앞으로 조금씩 나아가면 성공! ‘기기’는 움직이려는 아기의 욕구를 처음으로 실현시키는 발달 과정으로 가만히 누워 있거나 제자리에 엎드려 있을 때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세상을 탐색하고, 더 많은 일을 경험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준다. 또 몸의 균형감을 익히고, 적정한 시기에 팔·다리 근육을 움직이는 연습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 있다. 그러나 잘 기는 아기가 특별히 건강하다거나, 기지 못한다고 발달에 문제가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앉아서 엉덩이로 밀고 다니다 붙잡고 서거나, 앉아 있다 바로 걷는 등 아예 기는 단계를 건너뛰는 아이도 많다. 이는 비정상적인 발달 과정이 아니고, 아기들마다의 개인차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더불어 ‘뒤집기-앉기-배밀이-기기-서기-걷기-뛰기’ 등의 발달은 상당 부분 겹칠 수 있음을 이해하자. 한 가지 발달 과정이 끝났다고 해서 바로 다음 과정이 시작되는 것도 아니다. 아기들은 잘 걷다가 갑자기 기고, 한두 발짝 뛰다가도 앉아서 밀고 다니기도 한다. 아기들은 그렇게 제각각 시행착오를 거치며 조금씩 커간다.
● 방바닥을 탐색할 기회를 주자 ‘왜 기지 않지?’ 하는 염려에 앞서 아기에게 ‘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었는지를 생각할 것. 아동발달 전문가는 범보나 식탁의자 등에 앉혀 놀아 방바닥과 접촉하는 시간이 적은 아기일수록 배밀이나 기기를 시도하는 횟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이런 보조 의자들은 아기가 넘어지고 부딪히며 체득해야 할 ‘균형 잡는 법’을 배울 기회를 빼앗는다. 따라서 오랜 시간 아이를 의자에만 앉혀놓기보다는 엎드려 놓아 방바닥을 탐색하고, 스스로 ‘기는 방법’을 모색할 수 있도록 돕자.
● 움직이고 싶다는 욕구를 느끼게 한다 아기에게 ‘이동의 필요성’을 느끼게 해주자. 평소 좋아하는 장난감이나 간식을 아기 앞에 두고 ‘기기’를 독려하면 효과적이라는 것이 선배 엄마들의 조언. 특히 아기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공이나 거울, 불빛이나 소리 나는 장난감 등이 좋은데, 처음에는 10cm 앞에 두고 아기가 기는 것에 익숙해지면 거리를 점차 늘려간다.
● 안전하게 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기기’ 연습을 시작하는 아기가 있는 집이라면 바닥 점검이 필수. 바닥에 떨어진 가위, 동전, 열쇠 등은 미리 치워둔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손에 집히는 것은 모두 입으로 가져가고, 기어 다니다 자칫 손이나 무릎을 찔리거나 베일 수도 있다. 아기가 기기에 적합한 환경은 맨 방바닥이나 카펫 위. 푹신한 이불이 깔려 있으면 기기 어렵다. 또 단추가 많거나 끈이 치렁치렁 늘어진 옷은 불편하므로 디자인이 단순한 면 소재 옷을 입히는 것이 좋다.
● 약간의 물리적인 도움을 준다아기를 엎드리게 한 다음 엄마의 오른손으로 아기 오른발을, 왼손으로 왼발을 잡고 한쪽 발씩 번갈아힘을 준다. 아기는 엄마가 힘을 줄 때 구부린 다리를 펴면서 그 반동으로 몸을 쉽게 밀고 나갈 수 있다.
● 고래도 춤추게 하는 칭찬은 듬뿍 해준다팔·다리 근육을 적절히 조절해 몸을 이동하는 것은 아기에게 아직 낯설고도 어려운 일. 아기가 엉금엉금 기어가 장난감을 집으면 “와~ 잘했어” 하고 듬뿍 칭찬해준다. 부모의 칭찬 역시 아기에게 ‘기고 싶은’ 욕구를 갖게 한다.
● 부드러운 엄마의 손길로 긴장을 풀어준다 누워 있던 아기가 기기 시작하면 전에 쓰지 않던 팔·다리 근육에 힘이 많이 든다. 수시로 팔과 다리를 마사지해주어 긴장된 근육을 풀어준다.
앞서 언급한 대로 아기가 ‘기기’를 하지 않는다고 해도 뒤집기, 앉기, 엎드려 있기 등의 발달이 순조롭고, 또래 아기들이 좋아하는 장난감에 관심을 보이면서 도리도리, 짝짜꿍 등 놀이도 잘 따라 한다면 문제 되지 않는다. 간혹 아기가 앞이 아닌 뒤로 긴다고 걱정하는 엄마들도 있지만 특별한 이상은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의 설명. 하지만 한쪽 손과 발만 이용해 기거나, 유독 한 방향으로만 길 때, 아기가 기려고 하지만 힘이 없어 축 늘어지는 것 등은 이상 발달의 징후일 수 있으니 전문의의 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
1 엄마랑 까꿍!아기와 마주 보고 엎드려 재미난 표정을 짓거나 까꿍 놀이를 해주면 즐거워한다. 한창 엎드려 배밀이하는 아기에게 효과적인 놀이.
2 남대문을 열어라큰 종이 박스의 위아래를 뜯어 바닥에 고정한 후 아기가 기어서 그 사이를 통과하게 한다. 아기가 불안해할 수 있으니 엄마가 먼저 박스를 통과하는 시범을 보여줄 것.
3 엇, 공이 어딨지?먼저 아이에게 공을 보여준 후 1m 앞에 공을 두고수건으로 반만 덮는다. 호기심이 발동한 아기가 직접 공까지 기어가서 수건을 들춰보도록 유도하는 놀이.
4 나를 따라와!끈 달린 장난감을 아기 앞에 두고 여러 방향으로 끌어준다. 아기는 장난감이 움직이는 방향을 따라 기어다니며 자연스럽게 팔·다리 근육을 조절하는 방법을 익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