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반 사무실, 컴퓨터에 앉아있는 김 형사는 몇 가지 사실을 알아냈다. 2010년 여성가족부가 3,800여 가구에 실시한 '가정폭력실태조사'에서 부부 폭력 율이 53.8%에 달하고 한국 가정 법률 사무소의 발표에 따르면 가정폭력 중에 남편의 폭행이 81.9%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에 우리나라의 기혼남녀의 부부 폭력 율이 65.6%에 달하는데다 배우자의 살인이 51건에 달했다. 그만큼 우리나라가 가정폭력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특히 가해자가 술을 마시면 폭력성이 더욱 증가한다. 자신도 몇 번 맡은 가정폭력사건에 가해자가 음주상태의 경우가 많았다.
가정 폭력의 원인은 대부분 아내와 아이를 자신의 소유물로 여기는 가부장적인 신념, 비합리적인 신념 때문이고 외부에서 받은 스트레스 해소의 용도로 가정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았다. 즉 남편이 아내와 아이를 집에 있는 샌드백쯤으로 생각하고 스트레스를 해결한다는 소리다.
하지만 가정 폭력에 대한 해결은 미미하다. 2010년 조사에서 경찰에 신고한 경우가 고작 약 8%에 불과하고 가정 자체적으로 해결하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정 문제는 가정 안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봉건적인 사고방식, 남편이 수용될 경우 가정 붕괴에 대한 위험, 자신의 체면에 대한 걱정이 외부 도움이라는 방법을 망설이게 한다.
"정말 공부 많이 했네. 나도 뉴스로 심각한 소리를 많이 들었는데 이 정도일 줄이야."
노 반장이 김 형사의 조사 자료를 쭉 훑어보았다.
"반장님 집은 평안하신가요?"
"뭐? 나? 아주 괜찮다네. 뭐 가끔 이 일 때문에 몇 번 싸우긴 했지만, 대화로 해결하려고 노력하거든. 원래 부부란 속박이 아닌 결속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야."
김 형사가 탄복하며 손뼉을 쳤다.
"이야~ 우리 노 반장님이 이렇게 멋있는 사람인 줄 몰랐네요. 모든 가정이 그런 생각을 했다면 가정 폭력 율이 많이 줄었을 거예요."
"솔직히 대화가 좋은 해결이긴 하지만 그게 쉬운 일은 아니지. 대화가 안 되면 더는 가정 안에서 해결할 방법이 없다고 생각해야 해. 그럴 때 망설이지 말고 우리 경찰에 신고하거나 주요 관공서, 가정문제상담소의 도움을 받아야 해."
"하지만 경찰에 신고 해서 좋은 효과를 보지 못한 경우가 많아요. 2010년 조사 자료에서 경찰이 그냥 집안에서 알아서 해결하라고 말만 하고 돌아간 경우가 17.7%, 조치를 받지 않은 경우가 68.2%나 돼요. 우리 경찰은 가정 폭력을 집 안 문제가 아닌 사회적인 문제로 보고 적극적 해결에 나서야 합니다!"
김 형사가 자리에서 일어나 위를 바라보며 열창을 했다. 이번엔 노 반장이 탄복해 손뼉을 쳤다.
"오~김 형사 제법인데? 경찰청장님이 들었으면 승진했겠어?"
"쩝 그러게요. 그건 그렇고 사건 해결은 어떻게 하죠?"
"탐정의 도움을 받으면 되지 않겠느냐?"
김 형사는 그가 무슨 말을 했는지 알았다. 지금 야자 뛰고 있는 설화 예기다.
"에이 안 돼요. 게다가 이번 사건은 설화가 좋아하는 미스터리가 있잖아요. 이 사건을 보면 아주 환장하겠네."
"우리는 술김에 한 여고생에게 실수로 말한 것이고 여고생에게 조언을 들었다고 생각하자."
김 형사는 어이가 없었다.
"그게 실수입니까?"
"우아~밀실이라고요!"
"야! 여긴 살인 사건 현장이야!"
"죄, 죄송해요."
설화가 기가 죽어 고개를 푹 숙였다. 마치 어제의 한여진같다. 오늘은 주말이라 설화는 교복이 아니라 푸른색 점퍼와 스키니진을 입고 있다. 김 형사는 속으로 교복을 입은 모습만 보다가 평상복을 입은 모습은 성숙한 여성의 느낌이 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떤 밀실이죠?"
세 사람이 집 안에 들어와 이리저리 둘러보며 노 반장의 설명을 들었다. 설화는 진짜 경찰처럼 집 안 물건을 신중히 관찰을 했다.
"흐음 그러니까 한여진이 범인이라고 생각하시는 거죠?"
"그래, 그녀에게 폭력의 증거가 있었으니 틀림이 없어."
김 형사가 단호한 말투로 말했다.
"그럼 한여진 씨의 알리바이는 증명됐나요? 중간에 집으로 돌아온 적이 없데요?"
"어, 그 알리바이는 확실해. 그러니까 문제야."
노반장이 설화에게 질문을 던졌다.
"넌 이 사건을 어떻게 생각하니?"
설화는 약간 시간을 잡았다가 입을 열었다.
"한여진 씨는 목격자에게 자신의 집을 그림이라는 명목으로 계속 감시하도록 했어요. 이것은 밀실을 위한 준비였다고 생각합니다. 용의자를 자신과 목격자로 압축시킨 후 자신은 알리바이를 만들고 목격자는 아예 범인이 아니니까 치밀한 밀실이 만들어진 거예요. 한여진은 밖에 있었으니 직접 죽이지 않았다고 추리하면 될 것 같군요. 범인은 현장에서 증발한 게 아니라 아예 없었다는 겁니다. 그럼 장치를 이용할 수밖에 없군요."
"장치?"
"그때 빌라 살인사건을 생각해보세요. 범인은 장치를 이용해 밖에서 원격살해하고 알리바이를 만들었잖아요. 그 경우와 비슷하지 않으세요?"
노 반장이 기억이 났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오, 그렇다면 장치가 어디에 쓰였다고 생각하는 건가?"
설화가 두 손가락을 들었다.
"제가 생각하는 것은 두 가지인데요. 하나는 김 형사님 방법을 쓰고 장치가 가스경보기가 감지하지 못하게 덮었다가 피해자가 들어왔을 때 떨어졌다. 나머지 하나는 밸브가 미리 열리지 않았고 피해자가 들어왔을 때 장치가 밸브를 열었다가 닫았다. 근데 장치가 인공지능 로봇이 아닌 한 이런 복잡한 일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해 가능성은 0%일까 싶어요."
"게다가 현장에 장치가 없었잖아? 어떻게 회수한 거지?"
노 반장이 물었다.
"음……. 아까 뒷문을 봤는데요. 문 가장 밑 중앙에 작은 투입구가 있었어요. 크기는 한 어른 손바닥보다 조금 작았어요. 장치에 실을 연결해 거기로 끌어오면 되지 않을까요?"
"실을 이용해 부엌과 후문 사이에 불규칙하게 쌓아놓은 짐들 사이를 통과해 저 작은 구멍을 통과할 수 있는 장치가 있을까? 난 불가능하다고 보는 데?"
노 반장의 말이 일리가 있다.
"하지만 동물을 사용했을 가능성은 있겠어. 소형 동물이면 짐들을 넘어 저 구멍을 통과할 수 있는데다가 수사팀이 담에 구멍을 발견했거든. 사건을 마치고 거기로 도주했다고 생각할 수가 있지."
김 형사가 손뼉을 쳤다.
"드디어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는 군요?"
설화가 맨 숄더백에서 두유 팩을 꺼내 빨대를 꽂고 한 모금 들이키며 눈을 감았다. 항상 변함이 없는 설화의 추리자세다. 잠시 후 그녀는 눈을 뜨고 두 형사를 바라봤다.
"어때? 뭔가 알아냈어?"
김 형사의 질문에 설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동물을 이용한 방법을 알아냈어요. 범인의 함정이 진실을 감추고 있었어요."
그때 사무실로 전화가 왔다. 노 반장이 전화를 받고 두 사람에게 이렇게 말했다.
"감시하던 녀석이 사건 현장으로 돌아온 동물을 발견했다고 한다. 고양이란다."
첫댓글 1. 정말 공부 많이 했네. 나도 뉴스로 심각한 소리를 많이 들었는데 이 정도일 줄이야 : 강력반 형사라면 가정폭력 실태에 관한 전반적인 사실을 알고 있는 편이 자연스럽지 않을까요? 사건을 다루는 형사가 정보를 접하기 위한 수단으로 뉴스를 이용했다는 점도 조금 걸립니다.
2. 조치를 받지 않은 경우가 68.2%나 '되요'. : '돼요'가 맞는 표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