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회 신자가 된 나의 여정
루시아 (장영숙, 성공회 도봉교회)
난 얼마전까지 '초신자'로 불렸다.
그 호칭은, 나를 관찰자로서 우리교회를 바라보게 하는 입장에 놓이게 하는 느낌을 주었다.
아직 여러가지로 어설프다고 스스로 생각했기 때문에 그게 편했다.
2월에, 두번째 신부님을 뵈면서부터 나자신이나 교인들도 더이상 나를 초신자라 생각지 않는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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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3월, 어느 주일엔가 아들을 데리고 처음 교회에 갔다.
그 전날밤, 남편은 내게 심각하게 말을 꺼냈다.
'꼭 가야겠냐고' '안 가면 안되겠냐고' '당신은 걱정된다고, 성향으로 봐서..'
난 말했다. '걱정말라고, 가봐서 이상하면 안 나가겠다고' '날 믿으라고'
처음 교회에 나가는 내 마음은 그렇게 비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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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약국을 하고 있다.
우리약국 부근에 '이웃사랑내과' 라고 있다. 그 내과의 의사분이 성공회신자다.
그분이 도봉교회 교인이였고 서울교구 성직자들의 건강검진을 담당하고 있나보다.
여하튼, 그 내과에 도봉교인들을 비롯한 성공회신자들이 진료 받으러 많이 오는데,
그 중에 어떤분이 나를 찍으셨다. (나중에 들은 얘기)
그 분은 약지으러 오셔서 내게 말을 많이 시키셨다.
여러사람에게 약을 조제해 주고 상담해 주는 동안도 가시지 않고 기다렸다가 내게 말을 걸어 왔다.
그렇게 여러번 시도끝에 그 분과 이런저런 얘기를 하게 됐다.
그분은 교도소 선교사역을 20년간(?) 하셨다 했고 교도소를 방문한 얘기며 부천에 있는 보육원 얘기며
서울역 노숙자들 밥해준 얘기며.. 등등을 내게 들려줬다.
난 짦은 시간에 그분에게 매료됐다.
아! 저 분은 누구지? 누가 저분에게 그런 일을 저렇게 열정적으로 할 수 있는 힘을 주는거지?..
내가 깊은 관심을 보이자, 그분의 본격적인 작업이 시작됐다. 교회에 나오라고 하셨다.
난 그때까지도 기독교에 대한 거부감이 심했다.
'배타적이고 교만한 사람들이 자기들을 구원한다고 떠받드는 독선적인 하느님이 있는 교회' 그렇게 생각했다.
교회에 처음 나간날, 사무실에서 만난 전도사님 말씀 " 2년전부터 들었습니다 "
속으로, 아! 내가 낚였구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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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것이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
나를 전도하신 그 분이 맨 앞줄에 앉으셨기 때문에, 맨 앞줄 그분 옆에 앉아서성서를 펴느라 엉거주춤 당황하고
감사성찬례가 끝나면 그분을 따라서 할머니방에 가서 국수(애찬)를 먹었다. ( 그래서 우리교회에서 내가 제일
먼저 알게 된 분들이 할머니들이다.)
몇주일을 그렇게 하다가 그분이 무슨 일인지 교회에 나오지 않으셨다.
나는 혼자서 씩씩(?)하게 할머니방으로 가서 국수를 먹고, 주일학교에 있는 아들을 찾아서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이 시점에서 난 갈등을 했다. ( 내과 바로밑에 있는 약국으로 가던 교우들이,
몇발자국 더 떨어진 우리약국으로 일부러 오긴 하지만... 이쯤에서 그만둘까?)
3개월쯤 지난 (그때까지 내게 말거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어느 주일에 그분이 교회에 나오셨는데,
그때까지도 내가 '꾸어다 놓은 보릿자루" 처럼 있는걸 보고, 부제님(전도사에서 이제 막 부제서품을 받으신)에게
' 이사람 좀 어떻게 해보시라' 하셨다.
부제님은 많이 바쁘신중에 내게 이런저런 얘기를 하시다가, 본인의 성공회신학대학원 졸업논문을 비롯해
몇권의 책을 빌려주셨다. 그 책을 약국으로 가져와 우선 논문을 읽어봤다. '영성신학'에 대해 쓴 논문이었다.
눈이 확 뜨였다. 내 관심을 끄는 내용이였다. 아! 그리스도인은 이렇게 진지하구나...
그 3개월동안 내가 안건, 성공회에서는 '하느님' 이라고 한다는 것과 '임마누엘' '알렐루야' 같은 말의 뜻을
네이버검색을 통해서 알아본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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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흥미를 끈 그 영성신학에 대한 논문을 읽고 또 읽고난 후, 독후감을 써서 부제님께 드렸다.
무슨일로 약국에 들렀다가, 내가 드린 독후감을 그 자리에서 읽어보신 부제님은 기뻐하시면서
우리교회 홈피에 그 글을 올리겠다 하셨다. 난 신이 났다. 드디어 이 교회에 맘붙일 일이 생긴 것이다.
나를 기특하게 여기셨는지 부제님은, 내가 볼만한 책들을 여러권 빌려주시거나 사주셨다.
그때, 홍영선신부님이 쓰신 '그리스도인이 되어가는 너, 나, 우리.. ' 임종호신부님이 쓰신 '평신도 신학'
이런 책들을 읽었다.
대학노트 한권을 마련해서, 우선 주기도문, 사도신경을 써서 외우고
내가 처음 들어본 모르겠는 말들을 여기저기서 알아내서 노트에 쓰고 암기했다.
그렇게 한동안을 혼자 정신없이 책을 보면서, 성서의 주석을 보면서, 남의 블로그를 통해서
갈증난 스펀지처럼 빨아 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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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교회안의 여러모습을 보면서 생각했다.
- 신앙의 참모습은 어떤 것인가?
-나를 전도하신 그분의 열정적인 사역은 어떤 의미인가?
-'사교클럽'이라는 자조적인 표현은 부정적이기만 한건가?
-성공회성직자라는 소명은 참 힘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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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아직,
주님! 이라고 부르는게 어색하고
혼자 기도하는 시간도 별로 마련 못하고
GFS회의때 시작기도를 해보라는 회장의 권유를 성급히 거절하기도 하고....
그렇지만 난,
예수님을 사랑하고
성공회를 사랑하고
우리교회를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