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가 루이즈 부르주아는 리움 미술관에도 설치된 거대한 청동거미 조각으로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져 있다.
그에게 미술은 그 자신이 늘 이야기했듯 평생에 걸쳐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이었다.
파리근교에서 태어난 부르주아는 부족할것 없는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러나 행복한 유년기의 추억은 친언니처럼 지내던 가정교사 사디가 아버지의 불륜상대였다는 것을 알게된 이후로 산산조각나고 만다.
이런 사실을 오래전부터 알고도 묵인해온 어머니에 대한 연민과 사디에 대한 배신감은 아버지를 향한 씻을 수 없는 증오로 번진다.
부르주아는 미술사 교사였던 미국인 남편을 따라 1940년대 후반 뉴욕으로 건너 갔고 그곳에서 작품활동을 시작하게 된다.
전통적인 남성성을 향한 부르주아의 심적 스트레스는 1973년 남편이 세상을 떠나면서 극에 달한다.
세계 곳곳에서 볼수 있는 거대한 청동거미 ‘마망(Maman)’, 알을 배고 있는 거미는 끊어질 듯 가는 다리로 몸을 지탱하며 새끼들을 지키기 위해 아찔하지만 강인한 모습으로 서 있다.
부르주아에게 거미는 아버지를 증오한 만큼 연민을 가졌던 참을성 많은 어머니의 상징이었다.
자신을 괴롭히는 상처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 전장에서 홀로 처절하게 살아온 부르주아였기 때문일까 그의 말년 작업이 ‘꽃그림’이라는 사실이 참으로 놀랍다.
‘나에게 꽃은 보내지 못한 용서의 편 지와 같다’는 말로 휠체어에 앉은 백발의 할머니는 평생 동안 떨쳐내지 못한 힘든 기억을 안겨준 아버지를 마침내 용서하고 화해의 손길을 대신할 꽃 한송이를 내민다.
부르주아는 예술을 통해 내면의 구원을 얻은 것이다.
YouTube에서 Louise Bourgeois' "Maman", Bundesplatz, Bern
첫댓글 카스 보다먼저??
잘 읽었습니다.^^
잘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