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각천(牛角川) 상류, 골이 괜히 깊은 게 아니었다. 양쪽 사면은 슬랩 두른 수직으로 솟았다
청산, 너머에 또 청산, 너머 그 너머에
무엇이 있을까?
살랑대는 바람도 푸르게 자라서 길이 되는 곳
나무등걸, 칡넝쿨, 솟을바위, 세상이 버린 멍든 가슴들이
막아선 길 끝
--- 윤중호, 『청산을 부른다』에서
▶ 산행일시 : 2012년 9월 22일(토), 아침에는 안개, 맑음
▶ 산행인원 : 11명(버들, 자연, 드류, 김전무, 화은, 대간거사, 신가이버, 해마, 도자, 승연,
메아리)
▶ 산행시간 : 9시간 43분(휴식과 점심시간 포함)
▶ 산행거리 : 도상 13.9㎞(1부 6.3㎞, 2부 7.6㎞)
▶ 교 통 편 : 두메 님 25인승 버스
▶ 시간별 구간
06 : 30 - 동서울종합터미널 출발
08 : 33 - 인제군 남면 어론리(於論里) 신수리 마을, 산행시작
09 : 17 - 910m봉
09 : 54 - 소뿔산(1,108.8m)
10 : 47 - 1,119m봉, 군사 통신탑
11 : 46 - 군사작전도로
11 : 54 - 오거리 안부
12 : 25 - 갑둔리 5층 석탑 입구, 1부 산행종료, 점심, 이동
13 : 08 - 원갑둔리 가기 전 고갯마루, 2부 산행시작
14 : 03 - △836.8m봉
15 : 22 - 우각천 상류
15 : 51 - 634m봉
16 : 20 - 700m봉
17 : 22 - 928m봉, 무인산불감시시스템
18 : 06 - 원막골 아래 삼거리
18 : 16 - 446번 도로, 산행종료
1. 군인훈련지역의 군사작전도로
2. 잠입, 과학화 전투훈련의 시작이다
▶ 소뿔산(1,108.8m)
거니고개 넘고 어론천 따라 육군과학화전투훈련단으로 가는 길로 든다. ‘도로폐쇄’라는 표지
판이 자주 보이지만 예전에 들락날락했던 적이 있어 엄포로 알고 계속 전진한다. 쌍솔배기 지
나 샘모퉁이 앞에 군부대가 있다. 군부대 정문 앞은 삼엄하다. 이중삼중 바리케이드 쳤고 집
총한 위병은 부동자세다. 더 갈 수 없다.
그렇다면 건너편 446번 지방도로 쪽에서 접근이다. 회차한다. 갑둔고개 넘어 옥토골 가기 전
삼거리에서 우회하여 신수리를 향한다. ‘도로폐쇄’ 표지판을 모른 체한다. 아스팔트 포장도로
끊긴 신수리 삼거리가 오늘 우리가 소뿔산 오르는 들머리다. 전투훈련에서 특히 특수전에서
는 잠입과 탈출이 요체일 터. 안개 자욱하여 잠입하기 좋다. 도랑 건너고 덤불숲 뚫는다.
아침이슬 담뿍 젖은 풀숲 털어 바지자락 다 젖는다. 넙데데한 사면 막 누벼 낙엽송 숲속 엷은
지능선 잡는다. 흐릿한 인적은 간벌한 나뭇가지에 가렸다. 능선은 점점 가팔라지고 모양 갖춘
다. 확실히 가을이다. 이마와 등줄기에 흥건히 배는 땀이 삽상하게 느껴진다. 한 피치 오르면
910m봉이다. 약간 내린 안부에서 막걸리 입산주 분음한다.
더덕대형이 무색하다. 아무 소득 없다. 그나마 산죽지대가 시작된다. 나는 산죽지대를 푸른
사막으로 여긴다. 산죽, 지피(地皮)를 명분 삼은 그들만의 강고한 결속은 다른 초본식물들의
숨 쉴 공간을 도대체 허락하지 않는다. 사면 기웃거리거나 들릴 일이 없어져 자연히 걸음이
빨라진다. 1부 산행이 너무 일찍 끝나게 되는 것은 아닌가 염려된다.
눈과 발에 익은 소뿔산 정상이다. 사방 하늘 가린 나무숲으로 둘러 있어 조망은 없다. 정상 표
지목 겸한 이정표의 소뿔산 표고 표시 1,118m는 1,108.8m의 오기다.
잠시 숨 돌리고 동진한다. 살짝 내렸다가 1,078m봉 오르고 뚝 떨어졌다가 가파르게 오른다.
오르고 내리고 굴곡진 산릉은 추억 아련한 영춘기맥(寧春岐脈)이다. 길 좋다.
3. 910m봉 내린 안부에서, 정상주 분음 중
4. 소뿔산 가는 길 뚫는 신가이버 님
5. 김전무 님, 소뿔산 정상에서 정상주
6. 승연 님, 소뿔산 정상에서
7. 해마 님, 소뿔산 정상에서
8. 산구절초(山九折草, Chrysanthemum zawadskii)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 줄기는 높이가 10~60cm이며, 잎은 어긋나고 깃처럼 깊게 갈라진다.
9~10월에 흰색 또는 붉은색 꽃이 줄기 끝에 핀다. 줄기는 약용하고 관상용으로 재배한다. 한
국, 일본, 시베리아 등지에 분포한다
▶ 갑둔리 5층 석탑
1,119m봉은 철조망 두른 군사통신탑이 있다. 1,119m봉에서 북쪽 옥토골 쪽으로 뻗은 지능선
은 825m봉 전 안부까지 군사도로가 나 있다. 우리가 도로 따라 내린다는 것은 쉽사리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옆의 엷은 지능선으로 오지 만들어 간다. 능선 가로질러 골로 가고 너덜지대
에서 국산 81mm 조명탄 불발탄을 발견한다.
낙과인 다래 주워 먹으며 축축한 골짜기 타고 내린다. 군사작전도로와 만나고 825m봉 오르
기 전 안부로 간다. 오거리다. 골로 내리다 의외로 시간이 많이 걸렸다. 825m봉을 오르지 않
고 오른쪽 임도 따라 크게 우회한다. 산기슭 잣나무 숲길을 간다. 지계곡 건너고 ‘갑둔리 5층
석탑 150m’ 라는 표지판을 본다. 당연히 구경하러 간다.
오석에 새긴 ‘김부(金富) 오층 석탑’의 설명이 자못 비장하다.
“… 김부대왕(마의태자 = 鎰)께서 신라 천년 사직의 망국 통한을 도처에 뿌리시며 항려 조국
광복의 기수로 고군분투 하시다 이곳에서 한 많은 생을 다하셨으니 거룩한 얼을 추앙하고 영
세에 기리려 한 불제자가 세운 탑입니다. …”
이 탑을 세웠다는 태평 16년은 1036년으로 신라가 망한 지 101년이 지난 고려 제10대 정종
(靖宗, 1018∼1046) 때다. 고려 전통양식의 5층 사리석탑인 이 탑을 발견한 것은 단기 4320년
(1988년) 5월 5일이라고 한다. 강원도 문화재자료 제117호다.
이 탑을 보러 다니기 위하여 진입로 550m를 박석 넓게 깔아 잘 다듬었고 입구에는 주차장도
만들어 놓았다.
진입로 입구 공터에 일행 모두 둘러앉아 마의태자 추모하면서 점심밥 먹는다. 등에 받는 가을
햇살이 따스하다. 2부 산행 들머리로 차로 이동한다. 서낭거리 갈림길 지나 고갯마루. 절개지
오른쪽 가장자리 수로 둔덕으로 오른다. 등로 주변은 소나무와 참나무 혼합림이다. 송이의 생
장 적지(適地)로 보인다.
9. 1,119m봉에서 동쪽 조망
10. 1,119m봉에서 북서쪽 조망
11. 가리산, 1,119m봉에서 서쪽 조망
12. 갑둔리 5층 석탑, 전형적인 고려양식이라고 한다.
▶ △836.8m봉, 928m봉
감천했나 보다. 송이를 찾았다. 낙엽 헤쳐 고이 들어낸다. 다만 색깔이 거무튀튀하지 않고 누
리끼리한 게 미심쩍지만 만져보고 향기를 맡아보아 송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찢어 수대로 맛
본다. 솔 향의 뒷맛이 희미하다. 이제 버섯에 미련 버리고 산을 가는 데 열중한다. △836.8m
봉 정상 주위는 민둥하다. 삼각점은 ‘어론 411, 2005 재설’.
△836.8m봉에서 능선 마루금 유지하며 서쪽 건너편 807m봉으로 가기가 쉽지 않다. 통통한
능선이 그럴듯하여 한참 붙들다가는 우각천 상류인 골로 간다. 그저 서진해야 한다. 지도 오
독하여 헤쳐모여 한 807m봉이다. 서울 도착시간을 감안한 반전의 때가 무르익었다. 우각천
지류로 내려 건너편 능선으로 갈아타기를 감행한다.
지능선이 금세 맥을 놓는 바람에 지능선 여러 개를 횡단한다. 인적이나 수적이 보이지 않는
것이 우리의 자랑이다. 우각천 상류. 여느 이름난 골 못지않게 큰물이 흐른다. 비단 폭 널어놓
은 층층 와폭, 수도 없이 쏟아지는 진주알갱이 포말, 소(沼)의 명경지수. 비경이다. 암반 골라
등산화 벗고 건너기도 한다.
오늘 산행의 하이라이트가 시작된다. 골이 괜히 깊은 게 아니었다. 어디에고 거의 수직사면이
다. 모처럼 산을 가는 맛 난다. 땀이 앞을 가린다. 대슬랩이 나온다. 바위틈에 아직 남아 있는
한줌 흙더미로 발판을 마련하여 트래버스 한다. 오르다 멈추면 마땅히 손잡을 데도 없거니와
뒤로 주르륵 밀릴 것 같아 단숨에 오른다.
634m봉. 배낭 벗을 힘마저 부쳐 그대로 널브러진다. 선등한 신가이버 님이 냉커피를 돌린다.
달콤한 이 맛으로 방금 전의 된 고역을 까맣게 잊는다.
고도 높인다. 700m봉, 758m봉, 888m봉, 928m봉. 등로는 소나무 숲길. 아름드리 소나무다.
이런 노송의 위용은 우리로 하여금 저절로 힘이 솟게 한다.
888m을 오른쪽 사면으로 길게 돌아 넘고 평원을 내쳐가면 928m봉 정상이다. 무인산불감시
시스템이 있다. 그 옆은 군사통신탑이 있는 △941.2m봉이다. △941.2m봉에서 내리는 군사도
로는 술구네미로 간다. 하산. 우선 군사도로 따라 내리며 숨 고른다. 군사도로가 서너 차례 굽
이치다가 능선에 닿자 얼른 능선으로 올라탄다.
능선은 군인의 길이다. 그들이 아무데나 함부로 버린 국방색 쓰레기가 눈에 거슬린다. 가파른
능선은 뚝뚝 떨어지다 744m봉에서 주춤한다. 군인들은 오른쪽 원막골로 가고 우리는 직하한
다. 잡목이 울창하여 헤쳐내리기가 아주 고약하다. 다급하여 쐐기가 붙은 나무줄기를 붙들었
다. 손바닥이 쐐기에 쏘여 속속들이 쑤시더니 부풀어 오른다.
잡목 피하느라 자주 더킹모션 하다 보면 진행방향이 헷갈린다. 숲 깊어 앞뒤 사람 연호하여
방향 잡는다. 쑥대밭으로 내리고 개울 건너 둔덕에 오르면 군사작전도로 삼거리다. 차는 더
들어올 수 없다. 우리가 걸어가서 바리케이드 넘는다.
13. 송이(松栮, Tricholoma matsutake), 현장에서 나누어 먹었다
14. 먼지버섯(Astraeus hygrometricus)
담자균류 먼지버섯과의 버섯. 처음에는 평평한 공 모양이나, 성숙하면 6~8조각으로 갈라지
며 바깥쪽으로 뒤집혀 갈색의 홀씨를 먼지처럼 뿜어낸다. 먹지 못하며 여름에서 가을에 걸쳐
산이나 길가에 자생한다
15. 우각천 상류
16. 우각천 상류
17. 우각천 상류
18. 우각천 상류
19. 우각천 상류
20. 928m봉
21. 928m봉 옆의 군사도로
22. 앞의 산은 오전에 우리가 오른 소뿔봉과 1,119m봉(왼쪽)
23. 멀리 희미하게 가리산이 보인다
첫댓글 골로 내리다가 지능선으로 붙는데 거시기도 그곳에 있더라구요,,,재미가 솔솔했습니다^^
노란 버섯은 송이 버섯이 아니네요.. 뭔지는 모르지만 암튼 별탈이 없었으니 다행입니다만..
확실하지 않은 것은 되도록이면 섭취를 삼가시는게 좋을듯 합니다.. 산행기 두고두고 감상하고 있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