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Travel]
자연이 선사한 경남 山淸 향토 음식에 빠지다 햇볕, 바람, 산과 호수 그리고 별미 요리 기획 한여진 기자 | 사진 문형일 기자
어스름한 새벽녘, 서울에서 차로 3시간 달려 도착한 경남 산청.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푸르른 지리산과 계곡을 찾아온 이들로 북적거렸다. 산청은 차로 한바퀴 둘러보는 데만 1시간 이상이 걸리므로 이틀은 잡아야 지리산은 물론 황매산, 대원사, 내원사, 경호강 등 명소를 여유 있게 둘러볼 수 있다. 산청 하면 지리산 대원사 계곡이나 경호강 래프팅 등 관광지가 먼저 떠오르지만 먹거리도 그에 못지않게 유명하다. 산청(山淸)은 말 그대로 ‘산이 맑은 곳’으로 전체 면적의 80%를 차지하는 산에서 자란 나물과 채소, 버섯, 약초가 맛좋기로 알려져 있다. 특히 ‘동의보감’을 집필한 허준이 의술 활동을 펼친 ‘한방의 고장’으로, 약초를 이용한 보양식이 많다. 요즘 여름 햇볕을 머금고 자란 가지, 호박, 고구마, 부추 등 채소가 한창이라 어느 식당을 가도 한상 가득 채소 반찬이 나와 눈과 입이 즐겁다. 산청 여행의 또 다른 즐거움은 바로 곳곳에서 고향집 같은 시골 정취를 물씬 느낄 수 있다는 것. 동네 어귀에는 몇 백 년 동안 그곳을 지켰을 아름드리나무가 자리하고, 아래 평상에는 할머니들이 정답게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 어느 집이나 마당에는 붉은 봉숭아꽃이 피어 있고, 텃밭에는 식탁을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고추·호박·가지 등이 가득 열려 있어 정겨움을 더한다.
Travel Tip 산청 가는 길 서울에서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대전에서 대전통영고속도로로 들어선다. 무주, 장수, 함양을 지나 생초IC, 산청IC, 단성IC 중 한곳으로 빠지면 푸른 산이 끝없이 펼쳐진 산청을 만날 수 있다.
산채나물정식 산청에 가면 나물과 채소, 약초로 만든 반찬이 가득 차려지는 산채나물정식을 꼭 맛보자. 특히 왕산산사식당(055-973-6395)에서는 콩잎, 자두장아찌, 방풍, 민들레, 당귀, 곰취, 산초, 무말랭이, 가지, 콩나물, 애호박 등 30여 가지 반찬으로 차려진 산채나물정식을 6천원에 맛볼 수 있다.
버섯약초샤브샤브 양송이버섯, 느타리버섯, 팽이버섯, 당귀, 방풍, 우슬, 뽕잎, 새송이버섯, 배추 등과 산청에서 자란 한우가 함께 나오는 버섯약초샤브샤브. 끓는 닭육수에 채소와 약초, 한우를 넣고 살짝 익혀 먹으면 입 안에서 살살 녹는다. 약초와버섯골식당(055-973-4479)에서 맛볼 수 있으며, 가격은 1인분에 1만5천원대.
삼백초냉면 산청의 요리에는 대부분 약초가 들어간다. 산청군청 옆에 위치한 자연촌(010-3450-7049)은 냉면에 삼백초가루를 넣은 것이 특징. 삼백초는 뿌리·잎·꽃이 모두 하얀색이라는 뜻으로, 해독·이뇨작용이 있고 혈관 속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며 항암효과도 있다. 고구마가루와 삼백초가루를 섞어 만든 면에 닭고기육수를 살짝 얼렸다가 부어내는데, 깔끔하면서 맛이 깊다.
산채나물수육 흑돼지 요리는 산청을 대표하는 별미 중 하나. 흑돼지는 불포화지방산과 아미노산, 글루타민산 함량이 높아 노화를 방지하고 뼈를 튼튼하게 한다. 특히 산청 흑돼지는 깨끗한 지리산 약수를 먹고 자라 구워 먹으면 쇠고기만큼 맛이 담백하다. 지리산 끝자락에 위치한 우천청(055-974-3838)은 약초를 넣고 삶은 흑돼지수육으로 소문난 집. 수육과 함께 나오는 나물, 장아찌 등 반찬 맛도 일품이다.
어탕국수 ‘거울같이 맑은 호수’라는 의미의 경호강은 어탕국수가 유명하다. 어탕국수는 피사리, 꺽지, 동사리, 동자개 등 민물고기를 갈아 약한 불에서 오랜 시간 끓인 뒤 국수를 넣어 만든 음식. 추어탕처럼 걸쭉한 맛이 나는데, 다진 마늘·고추와 산초 등을 넣으면 더욱 맛깔스럽다. 널비식당(055-972-1903)의 어탕국수는 감자와 청양고추를 듬뿍 넣어 맛이 칼칼하다. 가격은 1인분에 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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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발 효 스 캔 들 』 원문보기 글쓴이: 발효스캔들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