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처음으로 참가하는 100km 울트라 마라톤이다(1회 대회 때 200km 후기로 입선한 적은 있지만, 이 대회와는 인연이 없다). 몸 상태가 썩 좋지 않은 상태에서 평촌마라톤 희종형님의 권유에 의해 참가하게 되었다. 그냥 시간 내 완주나 하자는 심정으로 대회 코스에 대한 이해도 없이 시간에 맞춰 세종 집을 나섰다. 구포역 KTX에서 내린 후 버스를 이용하여 행사장에 도착하니 21시가 되었다. 평촌마라톤 식구들은 미리 와 있었다. 3명은 희종형님이 이 대회를 위해 훈련을 많이 시켰고 12시간 이내 완주를 목표로 하고 있었다.
22시 정각, 알아서 완주할테니 4명을 앞서 보냈다. 낙동강 하구 을숙도에서 국토종주할 때 이용하는 자전거도로가 아닌 반대쪽 자전거도로를 따라 38.6km 지점까지 진행했다. 38km까지는 6분 30초, 그렇게 속도가 밀리지 않아서 다행이다. 보급터인 24.5km 지점 떡과 38.6km 빵을 먹으면서도 시간 허비가 많지 않다. 용당마을에서는 산길로 크게 한번 돌아야 한다. 49km 지점(실제로는 47km)인 늘품추어탕에 5시간 30분 기록체크 후(6월 5일 새벽 3시 30분), 미역국으로 간단하게 아침식사를 갈무리했다. 오름길에 헌용아우가 준 에너지비타민을 들이켰다.
울트라마라톤은 50km 넘어서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평촌마라톤 회원들과는 50분 정도의 시간차가 있다고 하니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부지런히 움직여야 했다. 오르막이 끝나고 내리막에서는 질주를 시작했다. 문제는 선수들간의 간격이 벌어지다보니 이 길이 맞는지 계속 의문이 들고 뒤를 돌아봐야 했다. 안경이라도 썼으면 식별이 되었을텐데, 페이스가 자꾸 끊기며 뒷선수가 따라오길 기다리는 경우도 많이 생겼다.
특히 56.8km 삼랑진교(콰이강의 다리)를 건너면서 의심스런 길이 나타나자 그러한 현상은 더욱 자주 반복되었다. 60km 지점 삼랑진역을 지나자 날이 조금씩 밝아오며 기분도 상쾌해진다. 이상하게 잠을 한숨 못자더라도 새벽이 되면 졸리는 증상이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긴 고갯길을 걷다가 64.4km 보급터에서 아이스크림과 방울토마토를 챙겨 먹고 속도를 내본다. 역시 혼자다. 두번째 에너지비타민을 먹다가, 불현듯 헌용아우가 신신당부한다며 한꺼번에 많이 먹으면 안 된다는 말이 생각났다. 아니나 다를까 헛구역질이 나기 시작했다. 헛구역질이 시작되자 단 것은 어떤 것도 먹지 못하겠고, 허기가 져도 참아야 했다. 74.7km 원리3거리에 이르러 믹스커피 한잔을 얻어마시고 천천히 주행해보지만 이내 오름길을 만났다. 배내재까지 오르막이 지리하게 이어진다. 헛구역질에 허기까지 덥치니, 아예 완만한 길도 걸었다.
계속해서 올라오는 헛구역질을 완화 시키기 위해 길가에 보이는 매실을 따서 씹어 먹었다. 원래 매실원액으로 속을 달래기도 하기 때문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 믿었다. 너무 쓰고 떫어서 몇개 먹다가 버렸지만 조금은 나아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85.2km 배내골 정상 보급터에서 수박을 충분히 먹고 배낭에는 물두병, 그리고 빈 물병엔 콜라 한통을 채우고 뛰기 시작했다. 이제 마지막 보급이라 생각하고, 속도를 냈다. 이삭 줍듯이 한명씩 따라 잡기 시작했다. 종종 5분 대도 찍혔다. 배내골 사거리에서 짧은 오르막도 계속하여 달렸다. 여기서부터는 익숙한 도로다. 작년 이맘때 자전거 동호회원들과 영남알프스 종주차 왔던 길로 이 구간은 겹친다. 다시 오름길이 나타나자 밀양호를 사진 속에 담으며 걸어서 올라갔다. 94.5km 마지막 보급터에서 수박화채로 배를 채우고 오이 세조각을 배낭 주머니에 넣고 달려가기 시작했다. 이곳부터 마지막 피니쉬 라인까지는 한번도 걷지 않고 달렸다. 그 덕에 앞서 나가는 주자들 여럿을 추월할 수 있었고 13시간 내 완주라는 희망을 보았다.
아불삼거리에서 우회전하면서 오름길을 만나자 걷고 싶은 충동도 있었지만 보폭을 짧게 해서 뛰었다. 걷게되면 계속 걷고 싶은 법이다. 완만한 오르막은 피니쉬라인까지 계속 이어졌다. 표충사 1km 미터 남겼을 때 거의 다 왔다고 직감을 했지만, 아무런 예고표지가 없다. 골인지점을 몰라 우물쭈물하고 있는데 누군가 나를 추월한다. 바짝 뒤를 따라가다 10여미터 남기고 그 선수를 추월한다. 기록은 12시간 46분이다.
그동안의 울트라마라톤 기록으로는 가장 신통찮지만, 좋지 않은 몸상태에다 힘든 코스를 감안하면 그럭저럭 만족스런 결과다. 평촌마라톤팀은 모든 11시간 27분~47분으로 나보다는 월등하게 기록이 좋다. 역시 연습한만큼 좋은 기록으로 보답을 받으니 모두 기분이 업된 것 같다. 희종형님 친구분이 사주시는 장어구이에 맥주를 마시고 3시 30분 밀양역에서 KTX를 기다리는데, 이서방(강선 남편)과 성원조카를 만난다. 우연치고는 대단한 우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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