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 22. 10;00
"원장님 손가락이 붓고 많이 아파요"
"그 병이 원래 그래요"
"지난번 치료를 받고~점점 텀(term)이 길어져서 다행입니다."
"누우세요."
내가 다니는 통증병원 원장과의 대화는 항상 이렇게 단답형으로 진행되니
참 무뚝뚝한 의사이다.
손바닥에 주사바늘이 들어가자 눈물이 찔끔 나올 정도로 아파 신음(呻吟)
소리를 참지 못한다.
3~4분만 참으면 1년 이상 아프지 않기에 눈물이 나도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누군가의 말을 생각하며 눈을 감는다.
며칠 전 '베스킨 라빈스'에 아기들과 아이스크림을 사러왔다가 큰놈과 같은
건물 2층 화장실에 올라가니 내가 다니는 정태호 통증병원자리에 카페가
들어섰다.
이런~'정태호 병원'이 없어졌으면 어쩌나,
일주일 전부터 손가락이 붓고 아프기 시작해 조만간 치료를 받으려했는데,
병원이 안보이니 '보이스 퀸'에서 열창하던 '조엘라'의 '난감하네'가 떠오른다.
밖으로 나와 건물을 올려다보니 병원은 3층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
3층 병원을 2층으로 잠시 착각하였으니 '난감하네'는 '환장하네'로 바뀐다.
나는 황반변성에 이어 '트리거증후군'을 앓고 있는데 통상 '방아쇠수지증후군'
이라고도 한다.
다른 사람들은 검지에 많이 생긴다는데 나는 왼손 중지(中指)가 부어올라
통증치료를 제때 받지 않으면 아픔이 심해 밤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다.
컴퓨터를 많이 쓰거나 초보 골퍼들에게 많이 온다는 방아쇠수지증후군이
나에게도 온 거다.
예전 운동을 하면서 괜히 폼 잡는다고 세손가락으로 푸시 업(push up)을
하기도 했고, 두 손가락으로 무거운 걸 들다가 어느 날 "뚝"하는 느낌이 오더니
10년 넘게 고생을 한다.
정년이 와 은퇴를 하고 일이 없으면 여기저기 망가진 곳이 막 나타난다더니
영락없는 내 꼴이다.
지인의 소개로 다니던 통증병원이 멀리 이사를 가 버스 광고판에서 본 '화인
통증병원'을 찾았더니 입구에서부터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직원이 차 접대와
상담을 하는데 아니나 다를까 의료보험이 되지 않는 주사라며 12~25만 원짜리
등 비싼 주사를 권유한다.
25만 원짜리 4번을 맞으라며 100만 원을 쉽게 이야기를 하기에 바가지를
쓰는 거 같은 생각이 들어 제일 싼 12만 원짜리 주사를 선택하지만 영 찜찜하다.
옛말에 병은 자랑하던지 소문을 내라 했다.
그래야 많은 정보가 들어온다는 거다.
고향친구랑 술 한 잔하며 손가락 통증과 그동안의 치료 상황을 말했더니
자기가 다니는 병원을 선뜻 소개한다.
타병원에서 통증치료와 테라핀 치료기로 물리치료를 받아도 통증완화가 별로
되지 않았는데, 새로 소개 받은 병원에서 두 번 통증주사를 맞자 신기하게도
통증이 사라졌다.
2017. 1월에 1차 치료를 받은 후 6개월이 되자 다시 통증이 시작되었고,
2017. 8월 2차 치료 후 1년 후인 2018. 9월에 3차 치료를 받는다.
한동안 없던 통증이 다시 시작하여 2020. 1월에 4차 치료를 받으니 이번엔
1년 4개월로 간격이 늘어났다.
다행히 간격이 점점 늘어나 마음이 놓이기에 주치의에게
"몸은 아파도 마음은 편해요"
"왜요?"
"아파도 원장님에게 오면 해결이 되니 기댈 곳이 있어 마음이 편하지요"
"그래요? 허허!"
오늘도 이렇게 단답형으로 대화가 끝난다.
사람의 몸에 고장 났을 때 자동차같이 부품을 교체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아쉽게도 사람 몸은 교체를 할 수가 없으니 어떻게든 고쳐 쓰는 수밖에 없다.
치료를 끝낸 80대 노의사(老醫師)가 꼿꼿한 자세로 치료실을 나간다.
병원 입구엔 스테로이드(steroid)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포스터가 붙었다.
스테로이드(steroid) 부작용을 우려하는 친구도 있지만, 설사 쓴다 해도
나는 통증이 당장 사라져 좋다.
단답형의 무뚝뚝한 의사라도 나에겐 통증을 없애주는 신의(神醫)라 원장의
작은 몸이 오늘따라 듬직해 보인다.
아픔이란 삶이라는 긴 호흡의 시간 중 일부분에 불과하다.
마취가 덜 풀려 덜렁거리는 팔로 간신히 상의를 입으며, 소중하고 감사한
마음이 드니 이래서 세상은 살맛이 나는가 보다.
2020. 1. 22.
석천 흥만 졸필
첫댓글 스테로이드라는 약을쓰면 효과만점은사실인데 의사들이 안쓴다학면서 조금씩쓴다네!!
어떤 부작용이있냐하면 골다공중이쉽게 온다네.내가 왼쪽 팔꿈치가 많이아파서 주기적으로 맞고견뎠는데 시골의사들은
과다사용해서 내다리 골절에 기여했다고 생각하네,아뭇튼 여기저기 아픈곳이 많네그려,~~~.
그러게ㅡ여기저기
다리 컨디션은 어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