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동산길은 청풍면 ‘만남의 광장’에서 시작된다. 본격적인 트레킹 전, 탐방객들은 이곳에서 수몰 이주민의 애환을 만날 수 있다. 1985년, 대도시 수돗물 공급을 위한 충주댐 건설로 인해 이곳의 5개 면 61개 마을, 3031가구가 수몰됐다. 이렇게 생긴 호수가 제천시에 속한 면적만 전체의 64퍼센트, 따라서 여기서는 호수를 ‘청풍호’라 불러야 한다.
광장의 정산부에는 수몰민들을 위한 탑과 청풍면의 옛 모습을 담은 동판이 설치되어 있다. 탐방객들은 여기서 아름다운 호수 풍광에 대한 감탄보다 먼저 물 아래 잠긴 마을을 생각하게 된다. 동시에 이것은 가볍게 이어질 발걸음을 지긋이 눌러주며 의미 있는 산책의 첫 출발을 알린다.
감상이 지나쳐 울적한 마음이 들었다면 바로 옆, 조각공원으로 이어진 길을 걸으면 된다. 생동감 넘치는 조각 작품들의 다양한 형태를 보면 마음은 금세 경쾌함을 되찾는다. 멀리 수상아트홀에서 들리는 음악소리까지 더해져 길은 어느새 호젓한 미술 전시장으로 변한다.
조각공원을 지나는 길이 호수에 닿기 전 오른쪽 숲길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다. 이곳을 통하면 청풍호를 새로운 각도에서 볼 수 있다. 계단을 5분쯤 내려가면 호수의 수면과 눈높이가 가까워져 주변을 둘러싼 경치가 묘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호반 드라이브를 즐기듯 천천히 발걸음을 떼면 아름다운 청풍호 풍광이 서서히 가슴속으로 스며드는 느낌이다. 발아래에는 푹신한 흙길이 깔려 있다. 덕분에 몸과 마음이 느긋해지며 사색의 길로 빠져들게 한다. 이 길은 이른바 ‘청풍호 산책로’. 만남의 광장 조각공원에서 1킬로미터쯤 가면 레이크 호텔 입구에 닿는다.
다음 코스로 이어가려면 청풍호 산책로가 끝나는 레이크호텔 입구에서 82번 국도를 타고 청풍리조트 방면으로 내려가야 한다. 여기서 잠시 산책길 분위기가 끊어지기도 하는데 이전과 다른, 다소 거칠지만 아기자기하고 재미난 계곡 트레킹이 이어지니 분위기 전환을 위한 준비시간 이라고 바도 무방하다.
도로를 따라 5분쯤 내려가면 청풍리조트 입구 주차장이 나온다. 여기서 왼쪽 제방을 따라 올라가면 작은 동산 등산로를 알리는 이정표가 나온다. 나무 위로 표지기도 여럿 달려 있다. 여기부터는 흙과 풀, 나무냄새가 물씬 묻어나는 산길이다. 길이 조금 가팔라지는데 약간의 땀도 흘릴 각오를 해야 한다.
분위기가 180도 바뀌어버린 작은 동산길, 적응이 덜 된 탓에 가쁜 숨과 함께 골짜기를 오른다. 초반보다 힘이 들지만 그래도 좋다. 몸 곳곳에 활짝 열린 숨구멍으로 맑은 공기와 시원한 계곡물 소리가 드나드니 속세에서의 찌든 때가 정화되는 느낌이다. 10분쯤 산길을 오르자 교리와 연결된 임도가 나타나는데, 작은동산길은 계곡을 따라 위쪽으로 이어진다. 널찍한 등산로, 얕은 오르막 덕분에 길은 다시 산책로로 변한다.
10분쯤 가니 임도는 ‘작은 동산 2.3㎞’라고 쓰인 이정표 앞에서 끝난다. 그리고 이내 산길이 시작되는데 그 동안에 몸은 충분히 데워졌으며 덕분에 발걸음이 한결 가볍다. 원시림 숲을 1시간쯤 걸으면 작은 언덕에 도달하는데 여기가 모래고개다. 원래 이름은 큰재. 말 그대로 ‘큰 고개’ 라는 뜻이다. 학현마을에서 교리로 가려면 세 개의 고개를 넘어야 한다. 학현마을과 가장 가까운 고개를 ‘첫고개’, 다음이 ‘중고개’ 마지막이 ‘큰재(모래고개)’다.
큰재는 동산(東山, 896m)과 작은동산(545m)을 잇는 안부다. 제천 시민들, 혹은 시 근교의 산꾼들 대부분이 수려한 암릉을 타고 동산에 오른 뒤 모래고개를 지나 작은동산으로 간다. 때문에 휴일마다 모래고개에는 다리품을 쉬는 등산객들로 붐빈다. 여기서 작은동산까지는 0.64킬로미터, 느린 걸음으로 10분쯤 걸린다. 작은동산 역시 인기가 좋다. 어렵지 않게 올라 청풍호의 진풍경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정상에서 벗어나 교리방향 능선을 타면 깜짝 놀랄만한 조망이 펼쳐진다.
작은동산길은 모래고개에서 학현마을로 이어진다. 계곡을 거쳐 중고개, 첫고개를 넘으면 마을 임도가 나온다. 학현(鶴峴)은 학고개라는 뜻이다. 예전에 이곳 동남쪽 금수봉에 학이 내려앉았다가 바위로 변했는데 이 학바위가 있는 마을이라고 해서 지금의 이름이 되었다.
학현리에서 코스 마지막 능강교까지는 아스팔트 도로를 따라 간다. 다소 지루하기도 하지만 학현리 학생야영장, 음바위, 취적대 등 제천의 명소를 두루 둘러볼 수 있다.
작은동산으로 가는 길. 작은 동산길은 경사가 비교적 완만해 걷는데 무리가 없다. 자드락길을 대표할 만하다.
모래고개에서 학현마을로 가는길. 나무를 뒤덮은 넝쿨이 원시림을 연상케한다.
작은동산길을 걷는 내내 시원한 계곡물 소리를 들을 수 있다.
학현계곡, 주위에는 모기도 없다. 시원한을 넘어서 서늘하기까지 하다.
작은동산길 시작점인 만남의 광장. 이곳에는 청풍호 수몰민들의 애환을 기리는 탑이 설치 되어있다.
첫댓글 제목 18일 일요일, 21일 수요일요
감사 ~~수정 완료.
다들 찰떡 같이 이해 하신 듯 하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