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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아이들의 터 철암세상 원문보기 글쓴이: 김동찬
430 | 태백산 호랑이 아저씨 따라 시루봉 산행 | 김동찬 | 22 | 09.03.10 |
호랑이 아저씨와 시루봉에 올라갈 아이들이 모였습니다.
교회에서 아동부 예배 마치고 온 권지은,
피내골 사는 임가희와 임현희 자매, 최명호,
춤과 노래를 좋아하는 김은지,
자전거를 잘 타는 바다와 또래분식 찬민이,
슬리퍼를 손에 신고 다니는 김민아까지 여덟명입니다.
아이들에게 호랑이 아저씨와 국가유공자 군인아저씨 소개를 했습니다.
"태백산 호랑이 아저씨는 피내골 사신다.
우리 마을 높은 산을 다 올라가보셨고, 마을 역사나 약초를 잘 아신다.
호랑이 아저씨라고 불러요."
"안녕하세요. 호랑이 아저씨"
"이 분은 군대에서 나라를 위해 일하시다가 몸을 다치셨어. 국가유공자셔."
"안녕하세요"
군인아저씨는 뭐라 부르면 좋을지 여쭈니,
'박선생님'이 좋겠다 하셔서, 그렇게 부르기로 했습니다.
........
박선생님 따라 피냇재를 넘습니다.
시루봉 가기 전에 물과 간식이 있어야 한다고,
철암초등학교 앞 교동수퍼로 같습니다.
박선생님은 말씀을 하기 불편합니다.
아이들에게 손짓과 표정으로 먹을 것을 고르라고 일러주십니다.
저마다 물과 아이스크림을 샀습니다.
500원자리 물 5병, 1000원짜리 딸기 아이스크림 3개, 700원짜리 아이크림 3개.
합쳐서 7600원어치 샀습니다.
아이들 뒤를 천천히 따라가시는 박선생님
교동수퍼에서 간식을 사주셨습니다. 아이들 뒤에 앉은 박선생님, 고맙습니다.
5월 1일 근로자의 날
호랑이아저씨, 박선생님, 김광구 선생님, 표주현 선생과 산에 갔습니다.
옛날에 사북에서 광부생활하셨던 장인어른께서
며칠 전 폐에 종양이 생겨 입원하셨습니다.
장인은 강원도 살던 때,
한 겨울 온 동네 김치가 돌고 돌아 한 집 김치처럼 버무졌던 탄광촌 김치 인심과
봄이면 능선에서 따온 향긋한 두릅 향기,
가을에 알이 굵고 팔뚝만한 강원도 옥수수 맛을 잊지 못합니다.
김광구 선생님과 표주현 선생이
장인이 좋아하시는 드릅을 따 주셨습니다.
호랑이아저씨와 박선생님께서 암에 좋다는 약초를 주셨습니다.
비탈진 산과 거친 풀섶을 헤쳐서 구하셨습니다.
박선생님이 주신 여린 잎을 오래 씹었습니다.
200 | 전국광노장성탄광지부 노동절기념 도시락통 1978.3.10 [2] | 김동찬 | 13 | 09.05.02 |
새벽 4시 30분에 출발해서
피내골-북동-금광골-백산골로 다녀왔습니다.
환경미화원 태백산호랑이아저씨,
청소차 운전하시는 호랑이아저씨 친구분,
83년도에 양구에서 헌병생활하신 박선생님,
자신을 '탄광쟁이'라고 하시는 멧돼지(호랑이아저씨가 놀리는 별명) 뿌꾸네 아저씨,
뿌꾸(10년째 아저씨네 집에 사는 시추이름)네 아저씨와 아는 아주머니 두 분.
철암에 놀러온 광활 9기 김광구 선생님, 11기 표주현 선생님이
토산령 근처 전기탑에서 만났습니다.
5월 6일 수요일 저녁
학교 앞 '사랑과 꿈이 크는 다리'에서
호랑이아저씨와 황어부님, 박선생님을 만났습니다.
황어부님이 호랑이아저씨와 박선생님 선배입니다.
호랑이아저씨께서 약초를 구해주신 일이며,
박선생님께서 시루봉 산책할 때 아이들 안내하신 일을 말씀드렸습니다.
황어부님이 두 분을 두고,
마음 착하고 좋은 일 하는 사람이라고 하셨습니다.
박선생님이 부끄러우신 듯 웃으셨습니다.
937 | 호랑이아저씨 선배 황어부아저씨 | 김동찬 | 5 | 09.05.07 |
학교 앞에 가니,
'사랑과 꿈이 크는 다리'에 호랑이아저씨와 박선생님, 처음 뵙는 어른이 계십니다.
마른 체구에 모자를 등산 모자를 쓰고 계십니다.
호랑이아저씨 선배입니다.
호랑이아저씨께서 소개를 하십니다.
"이 분은 황어부세요. 삼방동에 살다가 상철암으로 이사했어요.
어장은 저기 개울이에요. 옛날에 탄광일 하다가 지금은 쉬어요"
황어부 아저씨는 고기를 잘 잡습니다.
낮에 학교 앞에서 물고기 잡아 근처 교회 목사님께 드렸습니다.
아이들 키우라고 드렸는데 사양하여 풀어주었습니다.
황어부아저씨께
호랑이아저씨가 약초 구해주신 일이며,
박선생님께서 아이들과 시루봉 산책할 때 안내하신 일을 말씀드렸습니다.
"태백산호랑이가 좋은 일 많이 해요." 하십니다.
........
호랑이아저씨께서 소개해주시는 이웃들은
민아가 좋아하는 만화영화 둘리를 보는 듯 정답습니다.
약초를 잘 알고 나무를 잘 타는 상철암 멧돼지 아저씨
고기를 잘 잡는 황어부 아저씨
육군헌병출신 국가유공자 박선생님...
혼자 사는 것도 닮았고,
마을 일에 관심이 많으신 것도 닮았고,
아이들한테 다정하신 것도 닮았습니다.
5월 8일 금요일
오후 2시 상철암에서 뿌꾸네 아저씨를 만났습니다.
자전거 타고 석탄공사 을방 근무 나가시는 길입니다.
"효창이가 큰 일을 당했어요. 가가 어쩌다가..."
"산에 같이 갔던 박선생님이요?"
"다리에서 떨어져 죽었어요. 의준이가 연락했더라고.
가봐야 하는데... 나도 2월부터 상주라서요..."
후미끼리 건널목 지나 신흥동 박선생님 댁에 갔습니다.
산행가던 날 새벽에 벽에 붙은 주소 707을 보고,
'박선생님은 707 사단장이시네요' 했습니다.
그래서 기억합니다.
철암감리교회 마크가 달린 문을 두드리니,
마루에 가족들이 모여 계십니다.
"누구신지... 어떻게 오셨어요?"
"피내골에 도서관 선생입니다. 박선생님 일 듣고 왔습니다..."
나이 드신 어머니께서 눈물을 흘리십니다.
어버이날인데...
어제 밤에 카네이션 사러 간다 했다는데...
자식을 가슴에 묻은 날이 되었습니다.
한 분이 어머니를 방으로 모시고,
다른 분이 장례 일정을 전합니다.
"밤에 다리에서 그랬어요.
장성병원 영안실에 있는데 빈소는 안 차렸어요.
저녁 7시에 입관 예배 드리고,
내일 화장터로 갑니다"
그저께 다리 위에서 수줍게 웃으시던 모습이 선한데,
참말로 떠나신걸까요...
후미끼리 철길건널목을 오르락내리락합니다.
며칠 전 호영이랑 가희랑 후미끼리 개울에서 다슬기 잡던 날
박선생님이 옆 집 옥상에 계셨습니다.
박선생님께 인사드리니 옥상에서 손을 흔드셨습니다.
가희가 박선생님을 보고,
"와! 호랑이아저씨 친구다. 우리 산에 같이 갔지요!" 했습니다.
자전거 타고 내려오실 뿌꾸네 아저씨를 기다리다가
박선생님 단짝인 호랑이아저씨께 문자를 드렸습니다.
산에 같이 갔던 김광구 선생님과 통화했습니다.
누구보다 슬퍼하실 호랑이아저씨 걱정을 하셨습니다.
저녁 6시에 퇴근하고 오신 호랑이아저씨를 뵈었습니다.
병원 갈 채비를 하시다가 바깥에 앉아 이야기했습니다.
"상철암에 문어라고 있는데, 머리카락이 없어서 닮았어요.
밤에 카네이션 산다고 갔다가,
문어랑 술마시고 오는 길에 다리옆 둑방으로 떨어졌어요.
뇌출혈인지... 피가 밖으로 나면 사는데 겉으로 피가 안나왔어요.
나도 전에 머리가 깨져서 정수리부터 눈썹까지 꿰맸는데 살았어요.
술만 마시면 렛츠고 하더니,
렛츠고 하고 먼저 갔네요... 허허..."
박선생님 댁에 전화를 해서,
장례절차, 화장터를 알아보셨습니다.
"영천으로 갑니까? 가는 국가유공자라서 영천으로 갈건데..."
빈소가 있어야 손님들이 갈텐데,
빈소가 없다니 어쩔꼬 하십니다.
철암역 있는 친구, 석공 일하는 사람, 서울에서 내려오는 박선생님 군대 동기와
장성병원 7시 입관예배에서 만나기로 하셨습니다.
뒤따라 장성병원에 갔습니다.
영안실에 이름도 안걸렸습니다.
호랑이아저씨께 전화를 드리니 곧 나오셨습니다.
입관예배 뒤에 호랑이아저씨와 이웃 두 분이 계십니다.
차를 타고 신흥동 박선생님 댁으로 갑니다.
박선생님 댁에 입관 예배 마치고 오신 가족들이 계십니다.
박선생님 방에서 생전에 쓰시던 물건을 정리해서 내놓습니다.
종이 상자에 담긴 소박한 옷가지와 구두 한켤레, 흰 모자...
이웃 아주머니가 어머니 손을 잡아드립니다.
호랑이아저씨는 아무 말씀 없으십니다.
"의준이랑 라면 끓여먹고, 산에 다니고 했는데... 니가 팔을 잃었구나..."
그렇게 잠시 머물렀다 일어섰습니다.
어머니께서 호랑이아저씨보고
"의준아, 효창이 없어도 평소처럼 와서 라면 먹자 해라" 하십니다.
"박선생님께서 마을 아이들 데리고 시루봉 산행 안내 하시고,
저희 집 어른 약초를 구해주셨어요..."
마중 나오신 가족께서 고개를 돌리며 눈물을 닦습니다.
박선생님께서 구해주신 약초가
마지막 선물이 되었습니다.
집에 오는 길에 학교 앞 다리에 올랐습니다.
밤 하늘에 달무리가 졌습니다.
다리 밑에 물소리가 청명합니다.
한참 서성이다...
호랑이아저씨께 문자를 보냈습니다.
박효창선생님오가
시던학교앞다리에
왔습니다 렛츠고
하고오실듯만합니
다 슬픕니다
[09.05.08 2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