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심문모전] 제3부 함안댁(제36회)
4. 옥미우 사연(6)
(처음부터 읽지 못한 분을 위한 재수록입니다.)
어쨌든 이래로 그때까지 주로 한도 없이 많은 빨래와 부엌일을 도우면서 석 달 째 고아원 살이로 살아가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문모나 득순이 두 사람이 다 미우에게 곽가가 시앗을 두고 그를 버린 것이라는 말은 그때까지도 차마 하지 못하고 있었다.
인민군이 북으로 쫓겨 간 지금에는 그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지내는지 누구에게 물어볼 수 있는 성질도 못되어 혼자 가슴을 앓을 뿐이었다. 게다가 아들까지 잃어버렸으니 미우에게는 사는 게 사는 것이 아닌 나날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 함안댁의 아들을 지금 찾아주러 다니는 거란 말이구나?”-성진택
“그렇심더. 아무래도 성 사범님이나 염 대장님이라야 경찰서에서 말발이 멕힐 것 같아서 부탁디리는 기지예. 뭐 염 대장님이 직접 다니면서 찾아내라 카는 기 아입니더.”-심문모
그러자 보준이 문모의 얼굴을 그윽한 표정으로 마주 바라보았다.
문모는 별안간 어색한 표정으로
“와 그래 보십니꺼? 지 얼굴이 이상합니꺼?”-심
“이 미남 청년이 쯧쯧…….”-염보준
“새삼시리 와예?”-심
“와예라이?”-염
진택은 두 사람의 표정을 번갈아 보며 이상한 대화를 듣고 있었다.
“성 사범, 이 화상을 좀 보소. 얼매나 훤한 보름달 같소.”-염
보준이 문모의 코에 닿을 만큼 손가락을 벋쳐 그의 얼굴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야 그렇지요. 정말로 문모 인상이야 어데 내놔도 안 밑지지요.”-성
“그런데 참말로 그 망할노무 빨갱이들한테 팔을 날리뿌고……. 참말로 딱하다, 딱해.”-염
“맞는 말임더.”-성
“하이고, 베란간 두 분 와 캐샀심니꺼?”
“베란간이 아이다 말이다. 지금 니 신세를 생각하모 안 있나, 우째 갈아마시도 시원찮을 노무 새끼를 생각하모 안 있나, ……. 아이고 그만 두자. 말하이 우짜것노?”-염
보준이 손사래를 치면서 하려던 말을 중동무이해버린다.
“맞다! 심 군. 니 지금 무신 생각하고 있노? 그 뺄갱이 새끼를 와 찾는데? 찾으마 아바이한테 갚을 원수를 아아한테 갚을 일 있나?”-성
“아아!”
문모는 비로소 두 분이 하는 말귀를 알아듣는다.
“애비는 애비고예, 아아는 아아지예. 애비가 원수라꼬 아들까지 원수 삼을 일이사 없지예. 더구나 애비한테 버림받은 자식을 애비 때문에 니도 그냥 뒈지거라 칼 수는 없는 거 아이겠십니꺼?”
“쯧쯧, 부처님 났네, 부처님 났어.” -염
“아니지요. 지금 심 군은 목사 되겠다 카는 모얘인데, 예수님 뽄 볼라카는 갑심더.”-성
“하아, 그래애? 맞나, 문모야. 니 목사 되겠다꼬 예수 뽄 보는 기가?”
“빈정거리지 마시이소.”
문모가 정색을 했다.
“지가 우째 예수님 뒤나 지대로 쫓겠십니꺼? 그냥 인생이 불쌍하이까네 챙기 주고 싶은 기지예. 예수님은……,”
“아아, 알어, 알어. 원수도 사랑해라, 오른쪽 뺌때기를 때리마 왼쪽 뺌때기도 대조라 뭐 그런 말씀 하고 싶으신 기지요, 애기 목사님?”
보준이 다시 손사래를 치며 문모의 말을 자르고 그렇게 내지르듯이 말했다.
“목사가 아입니더, 아직은예.”
문모가 기어드는 듯하게 작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기야 그런 정도 마음씨랑 행실을 닦지 않고는 목사가 될 수는 없겠제.”-성
“그거 찾을 수 있을까? 쉽지 않을 긴데.”-염
“맞심다. 지금 대구 시내에 고아들이 버글버글 하거든요. 심 군이 찾는 아아는 엄마가 있는 아아이지만 고아나 마찬가지 신세로 떠돌 거 아입니까? 그렇다고 고아원마다 수소문 할 수도 없는 기고.”-성
“맞네, 참. 고아원도 수소문해야 될 긴데, 그 쪽은 경찰 조직보다 니가 찾아댕기기 졸긴데? 그래 고아원들은 수소문 해봤나?”-염
“당연히 댕기 봤지예. 여태 못 찾았심더. 어떤 고아원은 서너 번씩 찾아갔지예.”-심
“그래, 니가 그렇다카마 내가 퇴원하는 대로 힘 써 보꾸마. 성 사범도 한 번 알아봐 주소. 지금 이 꼬라지로는 우짤 수도 없네.”-염
“그라지예.”-성
“그아가 지 아바이 닮아서 노래를 참 잘 한닥 하네예. 곽가가 음악 선생질 안했심니꺼? 뭐 테너 가수락 하등가?”-심
“하기야 그 피가 어데로 가겄노? 그라고 참. 문모 니 좀 수상타. 그 함안댁이라 카는 아주마이 나이는 우예 되노?”-염
“올해 수물아홉이락 카는 갑십디더만 뭐가 수상하다는 깁니꺼?”-심
“니는 몇 살이고?”-염
“내 나이는 와 새삼 묻십니꺼?”-심
“말해 봐. 및 살이고?”-염
“수물둘임더.”-심
“수물둘? 그라고 수물아홉? 누부라도 큰 누불세.”-염
“하하하, 우리 염 대장님이 문모 니가 함안댁한테 색깔 있는 생각하는 거 아인가 하고 의심하시는 거다. 이 친구야! 하하하.”-성
“뭐라꼬예? 염 대장님 정말이십니꺼?”-심
“그래. 그렇다! 딱 깨 놔라.”-염
문모는 화들짝하고 무엇에 놀란 듯한 표정과 자세이더니 얼굴을 붉히며
“아이고 일은요. 무슨 일이라이?”
하고 손사래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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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주말[토&일]마다 2회분씩 이틀간 게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