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왜 부모 자식은 닮는 것일까?
자식이 부모를 닮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아무리 많은 수의 무리 속에 섞여 있어도 부모는 새끼를 찾아냅니다. 전혀 모르는 사이라도 누가 저 아이의 아버지인지 연결시킬 수 있습니다.
1992년 가을 미시간대 조교수로 임용되어서 앤아버로 이사를 갔을 때의 일입니다. 처음으로 그곳의 한인교회에 간 날, 아들 녀석이 두 살 많은 남자아이한테 빠져서 그 아이한테서 떨어질 줄을 몰랐습니다. 그래서 같이 앉아 있는데, 예배가 끝나고 어른들이 유아방으로 내려왔습 니다. 그런데 누가 그 아이의 아빠인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그 아이는 눈썹이 다른 아이들보다 두 배는 진했는데, 딱 그런 눈썹을 가진 남자가 저쪽에서 걸어왔습니다. 그래서 "너희 아빠 오시네" 했더니 "우리 아빠인 줄 어떻게 아셨어요?" 하더군요. 그렇게 닮았는데 어떻게 못 알아보겠습니까?
그렇다면 왜 부모 자식은 닮는 걸까요? 유전자를 물려받았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모습이 닮는 것은 특별히 의아할 것이 없는데, 행동은 어떤가요? 행동도 유전하는 것일까요?
만약 행동이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유전되지 않는다면, 옆의 종을 비교해서 행동의 역사, 진화의 역사를 재구성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 입니다. 세대마다 전혀 다른 행동이 만들어진다면, 그 연구는 의미가 없을 테니까요.
하지만 행동이 유전한다고 하면 사람들은 "과연 그럴까?" 의구심을 품습니다. 김동인의 <발가락이 닮았다>를 읽고는 그런 일이 없는데,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 마지막에 나오는 '동이의 왼손에 채찍이 들려 있었다'는 문구를 놓고는 왼손잡이는 유전하는가, 동이가 허 생원의 진짜 아들인가를 두고 문학평론가까지 논문을 씁니다.
물론 왼손잡이라고 해서 무조건 왼손잡이를 낳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왼손잡이 집안에 왼손잡이가 더 많이 나는 건 사실입니다. 상당 부분 유전적 관련성이 있습니다. 그런데 발가락이 닮은 것에 대해서는 아무 이견이 없는데, 행동을 닮는 것에 대해서는 왜 그리 말들이 많은 것일까요?
예전에 유행하던 <광수 생각>이라는 만화에서 이런 장면을 보았습니다. 아빠 돼지가 엄마 돼지에게 "잘 때 애들이 코를 골고 잠버릇이 나쁜 것이 내 잘못이냐?" 하고 따지자, 엄마 돼지가 셋이 잠자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서 보여 주었습니다. 정확하게 셋의 자는 모습이 일치했습니다. 녹음까지 해서 들려줬다면 더욱 분명해졌겠지요.
딸 돼지, 아들 돼지는 아빠 돼지랑 잠자는 모습이 왜 저렇게 똑같은 것일까요?
손잡지 않고 살아남은 생명은 없다 중에서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생명 이야기
최재천 지음
첫댓글 '콩 심은데 콩난다'
요즘은 'T 심은데 T난다' 라고 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