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 왜 200억 들여 ‘대한제국 영빈관’을 다시 짓나
외세에 의존했던 고종이 세운
호화로운 서양식 건물 ‘돈덕전’
100년 만에 굳이 새로 만들며
‘자주 외교’라고 미화하다니
유석재 기자
입력 2023.03.02 03:00
최근 서울 중구 덕수궁 내 돈덕전의 모습. 돈덕전은 덕수궁의 또 다른 서양식 건물인 석조전(石造殿) 뒤편에 있던 건물로, 1907년 고종이 일제에 의해 강제 퇴위 된 뒤 순종이 황제로 즉위할 때 사용한 건물로 잘 알려져 있다. 문화재청은 2018년 설계를 시작해 유구(遺構·건물의 자취) 보존처리, 기반 조성 작업 등을 거쳐 작년 11월 외관 공사를 완료하고 현재는 실내와 조경 공사가 진행중이다. /박상훈 기자
요즘 덕수궁 돌담길을 돌다 보면 서쪽 언덕에서 예전엔 볼 수 없었던 장대한 건물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뾰족한 탑과 붉은 벽돌, 푸른색 창틀이 있는 근대 서양식 건축물 돈덕전(惇德殿)이다. ‘서경’의 ‘덕 있는 이를 도탑게 하고 어진 이를 믿는다(돈덕윤원·惇德允元)’는 순(舜)임금 말에서 딴 것으로, 르네상스와 고딕 양식을 절충해 1903년 완공한 대한제국의 연회장이자 영빈관이었으며 황제의 외국 사신 접견장이었다.
당시 이곳을 찾은 한 독일인은 이렇게 썼다. “접견실은 황제의 색인 황금색으로 장식했다. 황금색 비단 커튼과 황금색 벽지, 이에 어울리는 가구와 예술품들, 이 모든 가구는 황제의 문양인 오얏꽃으로 장식했다.” 이 호화로운 건물에서 고종은 즉위 40주년 기념식을 열려고 했으나 무산됐고, 아이러니하게도 몇 년 뒤 강제 폐위되고 나서 아들 순종의 즉위식이 여기서 치러졌다.
‘미국 공주 행차’라는 촌극(寸劇)의 현장이기도 했다. 을사늑약 두 달 전인 1905년 9월 방한한 미국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의 딸 앨리스가 이곳에 묵었다. 앨리스를 공주쯤으로 여긴 고종은 극진히 환대했으나 미국이 그 직전 가쓰라·태프트 밀약을 맺어 일본의 한국 침탈을 용인했다는 사실은 통 모르고 있었다. 앨리스는 “황제다운 존재감 없이 애처롭고 둔감했다”며 고종을 비웃었다. 멸망을 목전에 둔 나라가 펼치던 웃지 못할 외교전이었다.
1897년 선포한 대한제국이 ‘황제의 나라’를 내세운 것은 분명 자주(自主)를 표명한 일이었다. 그러나 외화내빈(外華內貧)이었다. 왕실이 황실로 격상함에 따라 불어난 유지비는 백성들 몫이었다. 황제국 선포 뒤 사실상 새로 지은 덕수궁에는 돈덕전·석조전 같은 장엄한 서양식 건물도 신축했다. 같은 임금 때 무리한 경복궁 중건으로 백성의 고혈을 빤 지 불과 29년 뒤 일이었다. 내실을 갖춘 개혁은 ‘제국’에서 좀처럼 볼 수 없었다. 세금을 내는 백성들이 오히려 나랏빚을 대신 갚아주자고 국채 보상 운동을 벌여야 했던 취약한 나라가 대한제국이었다.
철거되기 전 덕수궁 돈덕전의 과거 사진.
미·영 두 열강의 공관 사이 절묘한 위치에 지은 돈덕전은, 대한제국이 외세에 의지해 연명(延命)을 노린 굴욕적 역사의 상징과도 같다고 평가할 수 있다. 건물은 오래가지 못했다. 1910년 나라가 망하고 1919년 고종이 승하한 뒤 더 쓸 일이 없어진 돈덕전은 방치됐다. 1920년대에 철거됐고 그 자리엔 어린이 유원지가 들어섰다.
사라졌던 돈덕전을 다시 지은 것은 2018년 본격화한 ‘덕수궁 제 모습 찾기’에 따른 것이다. 발굴 조사를 마친 뒤 돈덕전 복원이 시작돼 최근 외부 공사를 끝냈다. 오는 5월 현판식에 이어 9월 개관할 예정이다. 그런데 문화재청은 ‘복원’이 아니라 ‘재건’이라고 말을 바꿨다. “자료 부족 때문에 원형대로 지을 수 없었고 사진 등을 참고해 새로 만들었다.” 결국 건물의 많은 부분을 상상력으로 채웠다는 얘기다.
이렇게까지 해서 문화재적 가치도 의문인 돈덕전을 다시 짓는 이유는 뭘까. 담장 밖 안내판에는 ‘자주 외교를 통한 주권 회복의 장’이었다고 쓰여 있다. 한술 더 떠 문화재청은 “근대화를 향한 대한제국의 못다 이룬 꿈을 재조명하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런 ‘정신 승리’가 진정 우리가 역사에서 얻는 교훈일까. 재건된 돈덕전을 찾을 관람객들은 그 ‘자주 외교’라는 것이 돈덕전 낙성 2년 만에 숨이 끊어질 수밖에 없었던 허울 좋은 간판이었음을 이해해야 맞지 않는가?
돈덕전 재건에 투입된 비용은 약 200억원이다. 과연 그 돈을 들여 다음 세대에게 무엇을 가르치려는 것인가. 권위나 명분, 화려한 의전, 말로만 ‘자주’를 외치는 일 따위로는 나라를 지킬 수 없다는 냉혹한 현실을 깨치는 것이 먼저 아니겠는가.
유석재 기자
문화부에서 학술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유석재 기자의 돌발史전'과 '뉴스 속의 한국사'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메일은 karma@chosun.com 입니다. 언제든지 제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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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좀도
2023.03.02 05:00:42
대한제국 영빈관 돈덕전 건물은 전형적인 허세와 사치의 산물이다. 요란한 빈 수레를 연상시킨다. 아직도 실속보다는 체면과 겉치레를 숭상하는 사고방식이 한심하다. 제발 효율과 내실을 추구하는 사고를 지니도록 하자.
답글작성
45
3
더블마이크
2023.03.02 05:44:02
결국 양산어벙이가 만든건데 좌파들이 난리치겠네... 우린 몰라요...
답글작성
40
0
술퍼맨
2023.03.02 05:43:46
부숴졌든 사라져 기록만 남았든 그것이 역사이고 유물입니다 꼭 그렇게 복원이나 재건한 것이 복제품이지 유물인 것일까요?
답글작성
32
2
그날까지
2023.03.02 05:47:32
문재인정권에서 뭔 생각으로 저질렀을까? 덕수궁 복원이라는 우아한 생각? 어쨌든 이상한 짓에 돈을 질른거네.
답글작성
5
1
유박사
2023.03.02 06:12:33
이것도 문재인 작품이구만요. 에구, 망국노...
답글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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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analshin2
2023.03.02 05:52:58
어쩌면 글쓴분 자택도 20억원은 할텐데, 달랑 200억원으로 커다란 옛건물 고치는데 외세 어쩌구 조상욕이니 한숨나올 일... 그냥두면 방치했다 비난할테고, 철거하면 문화재 없어져 통탄이라 할테고, 보수했더니 낭비한다고..
답글작성
4
2
메타부스
2023.03.02 06:08:41
오로지 반일선동을 위해 매국노고종을 영웅으로 떠 받드는 한심한 좌파들의 역사왜곡의 연장선.
답글작성
3
2
신상수
2023.03.02 06:24:10
그런 돈으로 건국 아버지 이승만 데통령, 국민을 가난에서 벗어나게 배고픔을 잊게한 박 정희 대통령 님에 대한 감사 표시 두분의 동상을 세워서면 어떨가요.
답글작성
2
0
Charlie
2023.03.02 06:18:42
돈이 넘처나 흥청망청 하고 있구나 망하는 길로 가려고.... 지금 한국 빛더미에 쌓여있는 나라라는 것 모르나 후손들만 죽을 지경 될것이다....
답글작성
2
0
Okamejei
2023.03.02 06:20:37
조선말기 어떤것도 미화하지말길 바란다. 죗선 최고의 듕신 고종순종 그 식솔들. 지들만의 부귀영화 누리다가 흙이 된놈들인데 지금와서 어떤놈들이 거기다가 페인트를 바른단 말인가? 전주이씨들중 정신나간 놈들인가? 그 방계후손들인가?
답글작성
1
0
오리선생님
2023.03.02 06:17:24
멸망한 조선에 집착하지 말고, 근대 국가 대한민국의 가치를 새롭게 재정립하는 차원에서 멋있게 새로 세워라..
답글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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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구름에 달이
2023.03.02 06:08:35
근데 왜 굳이 혈세를 들여서 망한 나라 대한제국의 건물을 복원하나. 정신이 썩었던 고종 이런 자들은 한시라도 잊어버리는것이 더좋다. 이런돈있으면 독립운동가 생가나 하나 더 복원해라.
답글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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