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00억원어치 자전거 재고’... 영원무역, 초고가 자전거 스캇 ‘눈물의 할인 판매’
영원무역 계열사 스캇, 최고 40% 할인 판매 돌입
팬데믹 기간 비대면 운동 수단으로 인기
사회적 거리 두기 이후 수요 감소해 수익성 악화
영원무역 “글로벌 세일즈 네트워크 강화할 것”
유진우 기자
입력 2024.08.02. 06:00
업데이트 2024.08.02. 07:45
영원무역(38,750원 ▼ 1,300 -3.25%)이 계열사인 스위스 초고가 자전거 브랜드 ‘스캇(SCOTT)’ 전 제품을 지난달부터 최저 20%에서 최고 40%까지 대폭 할인 판매하기 시작했다.
영원무역은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 요가복 열풍을 일으킨 룰루레몬, 친환경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 등을 위탁 생산(OEM)하는 기업이다. 올해 5월 기준 영원무역은 자산 총액 6조890억원을 기록해 공시대상기업집단(자산 총액 5조원 이상)에 속하는 대기업 반열에 올랐다.
스캇은 1958년에 스위스 서부 프리부르에서 시작한 고급 자전거 브랜드다. 산악자전거와 경기용으로 바로 쓸 수 있는 로드 바이크가 주력 품목이다. 현재 북미·유럽 등 60여 개국에 진출해 있으며 최근에는 유럽 전기 자전거(E-BIKE) 시장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스캇 자전거 가격은 최저 수백만 원에서 최고 수천만 원에 달한다.
영원무역 자회사 스캇 자전거. /스캇 제공
영원무역 자회사 스캇 자전거. /스캇 제공
영원무역은 2013년 스캇 지분 20%를 인수해 계열사로 삼았다. 2년 뒤 2015년에는 추가로 지분을 확보해 지분율을 50.1%로 늘리고 경영권을 확보했다. 영원무역이 스캇 지분 확보에 투자한 금액을 합치면 1500억원이 넘는다.
스캇은 팬데믹 기간 내내 자전거가 비대면(Untact) 운동 및 교통수단으로 주목받으면서 매출이 급성장했다. 그러나 팬데믹이 잦아들면서 고급 자전거 수요가 꺾였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영원무역 자회사 스캇 부문 매출액은 1조2424억원으로 전년(1조3975억원)보다 1500억원가량 줄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765억원에서 587억원으로 감소했다.
스캇은 영원무역 전체 매출 가운데 36%를 차지한다. 큰돈을 들인 자전거 브랜드가 주춤하자, 영원무역 실적도 흔들렸다. 영원무역은 지난해 매출 3조6043억원, 영업이익은 6371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이전 해보다 8%, 22% 줄었다.
자전거는 보통 봄을 앞둔 1분기가 최고 성수기다. 무더운 여름이 닥치는 2분기부터는 비수기에 접어든다.
올해 1분기 영원무역 영업이익은 71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8% 줄었다. 특히 스캇 부문은 영업 손실 161억원을 기록했다. 원화 기준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매출액이 35% 감소했다.
그래픽=손민균
그래픽=손민균
스캇은 경영 사정이 악화하자 지난달 중순부터 공식 홈페이지에서 주요 자전거 라인 전 제품을 금액대와 인기도에 따라 최고 40% 할인해 팔고 있다. 평소 680만원에 팔던 인기 제품 로드 바이크 포일 제품 가격은 현재 408만원으로 떨어졌다. 2200만원 수준 스케일 RC 제품은 현재 1700만원에 팔린다.
현재 영원무역이 재고로 쌓아둔 스캇 자전거 금액은 7400억원을 넘어섰다. 팬데믹 이전 평균 재고자산은 1500억~2500억원 정도였다. 2021년 스캇 부문 재고자산은 1800억원으로 의류를 합친 영원무역 전체 재고자산 가운데 28% 정도였다. 그러나 2022년 이 비중은 42.5%로 증가했다. 지난해 59.5%까지 급증했다.
고급 자전거는 자동차처럼 가만히 세워두면 기어와 체인 같은 구동계가 상한다. 새 기술 적용도 늦어진다. 이 때문에 자전거 제조사들은 재고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이를 소진하기 위한 할인 판매를 단행한다. 이에 따라 수익성은 떨어지는 구조다.
재고자산회전율 역시 2021년 3.4회에서 지난해 2.3회까지 떨어졌다. 재고자산회전율은 기업이 재고를 얼마나 잘 운용하고 있는지 나타내는 지표다. 이 수치가 낮으면 재고자산이 매출로 이어지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뜻이다.
형권훈 SK증권 연구원은 “자전거 소비 성수기에 해당하는 1분기가 지났는데 스캇 재고는 500억원 줄어드는 데 그쳤다”며 “올해 연말까지도 재고 자산을 정상화하긴 어려워 보이고, 할인 판매에 따른 이익률 훼손도 예상보다 심하다”고 말했다.
자전거 업계 관계자들은 고가 자전거에 관심을 둔 소비자들은 사회적 거리 두기로 집단 활동이 어렵던 기간에 대부분 구매를 마쳤다고 평가했다. 엔데믹 이후 실내·단체활동이 가능해지자 야외에서 혼자 할 수 있는 스포츠라는 자전거 타기 장점이 희석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영원무역 관계자는 “스캇은 앞으로도 변화하는 소비자 니즈와 트렌드를 바탕으로 제품 개발과 투자 그리고 글로벌 세일즈 네트워크를 강화할 것”이라며 “다양한 신제품 라인업을 출시해 프리미엄 자전거 시장에서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계획”이라고 했다.
유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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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
2024.08.02 08:36:26
자전거가 400만원, 600만원 1700만원... 지나치다. 이런 고가 자전거를 살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소비자가 모두 부잣집2세도 아니고 사이클 선수도 아니다. 자전거 사업을 할려면, 10만원~40만원대 대중 용으로, 튼튼하고 기본에 충실한 자전거를 만들어 주기를 고대한다.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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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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챌린져강
2024.08.02 09:41:59
자전거가 수백 수천? 미친 거 아이가? 몇십만원이면 족하다. 수천만원짜리면 날아다니나? 모두 사치에 과시용이지.. 눈물의 할인이 아니라 아직도 거품이 많이 끼였구만..
답글작성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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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사불성
2024.08.02 10:14:41
전세계적으로 자전거산업은 매년 할인하고, 매년 신차 출시하는게 정상임. 한국만 할인안하고 바가지 씌우니까, 이런게 뉴스지 ㅋ
답글작성
22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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