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 사회사상사
민족주의에 관하여
202012078 임순영
홉스봄의 『1780년 이후의 민족과 민족주의』를 읽는 도중에 “‘상상된 공동체’는 실제 인간 공동체와 그 네트워크의 부재 또는 퇴각이나 분열에 따른 감정의 공백을 메운다”는 앤더슨(Benedict Anderson)의 주장에 눈길이 갔다. 21세기 한국은 어떠한가, 한국 사회에서 대부분의 개인은 소속감과 연결감을 느낄만한 공동체 혹은 네트워크 안에 실제로 속해 있지 못하다고 분석된다. 그렇다고 해서 민족이라는 “상상의 공동체”에 의존하고 있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더는 민족에게서 소속감과 일체감을 느끼지 못하고 그보다 자신에게 더 커다란 일체감을 줄 수 있는 더 작은 형태로의 “상상의 공동체”로 흡수되어 가고 있다고 해석하는 편이 사실에 가깝다. 그 ‘더 작은 형태의 상상의 공동체’란 태극기부대, 팬덤 정치, 일베 등의 모습으로 발현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사회 모습을 두고 사회학자들은 민족주의로의 회기를 주창해야 하는가? 혹은 건강한 개인들로 구성된 자유주의를 주창해야 하는가?
민족주의가 가지는 위험성은 구성원을 동질적인 대상으로 바라보도록 하여 상호 간의 일체감을 만들어 낸다는 점, 그리고 외부 집단을 향한 배제적인 성격을 내포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특성들은 자칫 파시즘 혹은 국수주의 등으로 향해질 위험이 있다는 점에서 경계해야 마땅하다. 한편, 민족주의는 특정 지역과 장소에 대한 애정을 포함하고 있는 개념이기도 하다. 그러한 소속감은 연대의 촉매 역할을 하며, 자신이 속한 사회와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려는 동기를 개인에게 부여하기도 한다. 따라서 민족주의가 위험성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완전히 부정적인 것으로만 보며 배제하려는 태도로 가는 것은 정답이 될 수 없다. 최근 한국 정부가 일본의 강제 동원 문제를 한국 기업의 배상으로 종결시키려 하고, 일본의 오염수 방류에 ‘동참’하는 태세를 취할 때 국민들은 분노의 감정보다는 상대적으로 미온적이고 냉소적인 태도를 취하였는데, 역사적으로 볼 때 이례적인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민족주의가 동원되며, 국민의 권리를 보호하라는 목소리가 거세질 만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감정적으로 커다란 동요가 일지 않고 있다. 민족을 역사적이고 정치적으로 동질적인 공동체로 정의한다고 하면, 현 상황은 민족의식의 약화, 더 나아가서는 역사의식과 시민의식의 약화로까지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세계화로 인하여 그 힘이 다소 약화되기는 하였으나, 그럼에도 여전히 정치와 경제는 국가 내에서 작동되고 있으며 그 국가에 속한 사람들에게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따라서 설사 국가라는 개념, 그리고 민족이라는 개념이 구성적이며 역동적인 “가상의 개념”이라 할지라도 21세기 한국에는 민족주의가 요청되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민족주의에 내재되어 있는 배타성과 권위주의를 거두어들이기 위한 긴장도 함께 가져가야 할 것이다. 각 개인이 자신이 속한 장소(국가/지역)에 소속감을 느끼고 관심을 보이며 정치와 사회에 참여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새롭게 재구성된 민족주의의 출현이 필요하다.
첫댓글 21세기 한국의 민족주의는 다문화사회에서 살아가는 길, 난민과 이민자를 어떻게 대할 것인가 등과 관련된 쟁점에 대해 답을 갖고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