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인은 잠꾸러기/김필로
그래 그때부터였어
수면 은행은 잔고가 늘 부족했고
벌레 먹은 가랑잎 같았어
말이 주경야독이지
주경야독경이 옳았어
배운다는 먼지 안 날리고
일 잘 하는 직공 되려고
소녀처럼 웃지도 않고
숙녀처럼 연애도 못하고
틈만 생기면 몽글몽글
새우 잠과 만났어
지하철에서 베개처럼 어깨를 내준 아저씨, 아주머니,
청년과 어린 학생 한테까지
양심의 눈도 없던 잠 잠 잠
깨워 달라는 부탁 잊지 않던
버스 아저씨의 고급 수식어
미인은 잠꾸러기
서울의 휴일마저 자물쇠 채우고
죽은 듯이 창고에 저축하던
고단한 청춘 이야기
밥보다 맛있다고 깨우지 말라던 가난한 시절 이야기
지금 애벌레의 쪽잠은 나비되어 잠짓 중
첫댓글 캬! 수면 은행.
티끌 모아 태산!
나래이션처럼 멋있어요~
독백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