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자고(백합과), 툴립파 에둘리스 Tulipa edulis (Miq.) Baker
산자고(山慈姑)의 자고(慈姑)는 한자로 ‘자애로운 시어머니‘ 라는 말이다. 산자고가 식물이름이 된 연유는 과연 무엇일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를 소개하면 가난한 집에서 어렵게 맞아드린 며느리가 등창이 나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고 한다.
한날 시어머니가 뒷산에서 비교적 큰 꽃을 피운 가냘픈 식물을 발견하고 뿌리를 캐보니 알뿌리가 나왔다. 이것을 집으로 가지고 와서 짓이겨서 등창에 발랐더니 감쪽같이 병이 나았다고 한다. 시어머니의 정성으로 며느리의 등창을 나게 한 이 식물을 산자고라고 부르게 되었다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이처럼 식물이름은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라 오랜 세월을 지나면서 그 시대상과 관련된 역사와 문화가 깃들어 있다. 라틴어 학명에서 속명 튤리파(Tulipa)는 꽃의 모양이 중동 사람들이 머리에 두르는 두건을 닮았다 하여 두건을 뜻하는 페르시아어 튤리판(tulipan)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종명 에듈리스(edulis)는 라틴어로 ’먹을 수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산자고는 식용 가능하다는 내용이 학명에 나타나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산자고의 영어명도 ‘먹을 수 있는 튤립’ 즉 에더블 튤립(edible tulip) 이라고 한다.
튤립도 산자고와 마찬가지로 알뿌리를 갖고 있다. 산자고를 순수 우리말로 ‘까치무릇’이라고도 하는데 산자고의 모습이 ‘무릇‘과 비슷한데서 비롯되었다. 두 식물의 잎의 모양이 닮았고 뿌리도 비늘줄기로서 비슷하다. 다만 꽃의 모양은 판이하게 다르다. 무릇의 꽃은 총상화서로 작은 꽃이 많이 달라붙은 이삭 모양을 하고 있다. 무릇도 식용 가능하고 식량이 부족하던 시절 구황식물로 많이 먹었다.
산자고의 잎과 줄기를 산나물로 먹을 수 있으며 알뿌리는 한약재로 사용되고 있다. 종기를 비롯해서 피멍이나 어혈에 효능이 있고 화농성 종양과 임파선염에 쓰인다. 산자고 알뿌리에는 전분이 다량 포함되어 있고 콜히친(colchicine)과 알카로이드가 함유되어 있다. 콜히친은 통풍성 관절염 치료에 사용되는 약이며 유사분열을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화우 註) 산자고의 학명 중 정명을 Tulipa edulis를 쓰지 않고, Amana edulis를 쓰는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 <국가표준식물목록>은 Amana edulis를 정명으로 보지 않고 이명(synonym)으로 취급하고 있다. 속명 Amana는 산자고의 일본명(화명 和名) アマナ(아마나)에서 유래했다. アマナ를 한자로 표기하면 甘菜(감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