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이민 2기 294. 다바오로 여행을 (1)
바보같다. 첫잠이 들었는데 창너머 가까이에서 뚜꾸가 너무 큰 소리로 우는 바람에 잠이 깼다.
11시 반이다. 그 때부터 잠을 잃었다. 한동안 수면제 없이도 잘 자더니 본병이 도졌다.
겨우 2시간 눈을 붙인 게 전부인 채로 날이 밝았다. 컨디션이 좋아야 할텐데.
아침 10시가 되자 최원장님 내외가 밴을 가지고 정확히 도착했다. 우리의 리더는 최원장(초이)이고 그는 영어에 능통하다.
토요일이라서인가 공항 가는 길이 상당히 밀린다. 평소보다 족히 40분은 더 걸린 것 같다. 터미널 3의 세부퍼시픽 에어라인이다.
지금 민다나오섬은 이슬람 반군이 지배하고 있어서 한국에서 여행경계령이 내려진 지역이다.
그러나 그 섬의 동남쪽 다바오 시티는 가장 안전하고 살기 좋은 도시라고 한다.
유명한 펄팜리조트가 있는 사말 섬은 17년전, 우리 아들이 신혼여행을 왔던 곳이라서 내가 더 가보고 싶은 곳이기도 하다.
그곳이 이번 여행지에 들어있지 않아 안타깝다.
몇 년전, 이슬람 반군이 서양 관광객을 인질로 잡아가고 몸값을 요구하다 처형하는 장면을 TV에서 본 적이 있다. 그 때문에 사말 섬은 이번에 포기한 것이다.
어쨌든 공항에서도 비행기에서도 한국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가끔씩 서양사람은 눈에 띈다.
도메스틱인데도 비행기 역시 또 지연된다. 출발부터 힘을 뺀다.
2시 비행기가 3시 반이 되어서야 이륙을 한다. 출발을 하기도 전에 기다리는 시간이 길다보니 벌써 허리가 아프다.
안내방송이 나오지만 너무 빨라서 내가 알아들은 건 고작Good afternoon과 thank you 밖에 없다.
옆자리에 앉은 청년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는 다바오에 살며 두바이에서 일하고 있단다.
한국에는 꼭 가보고 싶어서 열심히 돈을 모으고 있다며 다바오에 대해 열심히 자랑을 한다.
대충은 알아듣고 대충은 못 알아듣지만 그러니까 시간이 잘 지나간 것 같다.
공항에서 차례로 다가오는 택시를 탔다.
초이가 인터넷에서 뽑은 주소와 호텔을 보였는데 운전기사가 전혀 감을 못 잡는 눈치다. 게다가 영어가 안되니 영 불안하다.
나중에는 기사가 몇 번씩이나 내려서 누군가에게 묻고 약도를 보여주고 나서야 어찌어찌 찾아왔다.
어렵게 도착을 해서 기쁨이 두 배로 크다.
그러다 보니 계획했던 오후 일정은 모조리 사라지고 호텔에 찾아온 것만 반갑다.
마닐라 NAIA3 공항 입구
다바오 국제공항에서 나온 후 택시를 타기위해 이동
어렵게 찾아온 호텔
첫댓글 필리핀 최남단 섬으로
꽤 먼 곳 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