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고법 판결
시행사가 교통영향평가 심의과정에서 1·2단지 연결도로를 기존 주변도로의 통과도로로 제공하겠다는 약속을 함으로써 사업계획승인을 받았다면 2단지 입주자대표회의는 1단지 입주민의 차량통행을 방해해서는 안된다는 판결이 나왔다.
부산고등법원 제5민사부(재판장 박종훈 부장판사)는 최근 부산 금정구 A아파트 1단지에 거주하는 입주민 B씨가 이 아파트 2단지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제기한 통행권확인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입주민 B씨의 청구를 기각한 제1심 판결을 취소, 원고 입주민 B씨에게 차량을 사용해 통행할 권리가 있음을 확인하고 피고 대표회의는 차단기를 열지 않는 방법으로 원고 B씨의 차량통행을 방해해서는 안된다.”는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시행사 C사에 의해 신축된 이 아파트 1·2단지는 1단지 주출입구로 진입하기 위한 2단지 내 통행로가 기존의 간선도로를 연결하는 공공도로였기 때문에 교통영향평가심의 대상이었고 이에 C사는 지난 2006년 12월 교통영향평가 심의내용들을 반영해 1단지의 진출입 동선으로 이 통행로를 통과하는 방법이 포함돼 있는 각 단지의 설계도면을 마련, 사업계획승인을 받았다.
C사는 지난 2007년 10월 세대수를 구분하지 않고 ‘명품 대단지’라는 내용을 넣어 분양광고를 했으며 분양계약서에 사업부지는 단지를 구분하지 않은 채 일괄 표시했다.
이후 이들 각 단지는 지난 2010년 10월 관할관청으로부터 사용승인을 받아 입주를 시작했고 1단지 입주민들은 이 통행로를 이용해오다 문자인식방식의 차단기가 설치돼 2011년 7월부터 운용됐으며, 1단지 입주민들도 차단기에 차량을 등록해 통행로를 이용할 수 있었으나 2011년 12월 새롭게 구성된 2단지 입주자대표회의는 2012년 6월부터 1단지 과속차량으로 인한 교통사고, 도로 파손 등을 이유로 제기된 민원에 따라 1단지 입주민 차량등록을 취소하고 통행로 이용을 차단키로 결정, 같은 해 7월부터 이를 집행했다.
이에 입주민 B씨는 지난해 2월 “1단지로 출입하기 위한 통행로에 대해 차량을 사용해 통행할 권리가 있으며 차단기를 열지 않는 방법으로 차량통행을 방해해서는 안된다.”며 이 아파트 2단지 대표회의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 제1심 재판부인 부산지법 제민사부는 지난해 10월 “시행사 C사가 이 아파트 통행로가 통과도로 기능을 담당하도록 조치하겠다는 제안을 해 교통영향평가심의를 통과한 사실은 인정되나, 이같은 제안이 통행로에 대한 배타적 소유권의 포기라고 보기 어렵다.”며 “시행사 C사의 일반인의 통행 허용, 통행에 수인키로 하는 의무가 각 단지 건축허가의 부관이 됐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사업자가 아닌 2단지 입주민이나 피고 대표회의가 시행사 C사의 의무를 승계한다고 볼만한 규정도 없다.”며 원고 B씨 패소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입주민 B씨는 이같은 1심 판결에 불복, 항소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시행사 C사는 교통영향평가 심의과정에서 이 사건 통행로를 주변 도로의 통과 도로로서 제공하겠다는 약속을 함으로써 통행로 부분 토지에 대한 독점적·배타적인 사용수익원을 포기했다.”며 “2단지 입주자들은 통행로에 관한 사용수익의 제한이라는 부담이 있다는 사정을 용인하거나 적어도 이러한 사정을 알고서 통행로에 관한 공유지분권을 취득했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2단지 입주자들이 통행로 부분 토지에 관해 사용수익권능을 포함한 완전한 소유권에 기한 권리주장을 할 수 있으려면 각 단지의 건물 구조나 주변 도로의 진출입 동선 등이 변화됐다는 사정변경이 있어야 하나 그러한 사정변경이 있다고 볼 아무런 증거도 없다.”며 “1단지 입주민인 원고 B씨에게 통행로에 대한 통행권이 있고, 피고 대표회의가 통행권을 부인하고 그 행사를 방해해 온 이상, 원고 B씨로서는 그 확인을 구할 이익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해 부당하므로 취소한다.”며 “원고 B씨에게 이 사건 통행로 부분에 대해 차량을 사용해 통행할 권리가 있음을 확인하고, 피고 대표회의는 차단기를 열지 않는 방법으로 원고 B씨의 차량통행을 방해해서는 안된다.”고 판시했다.
한편 피고 대표회의는 이같은 2심 판결에 불복, 상고를 제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