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맥주 축제, 옥토버페스트]
가을의 문턱에 들어서면 독일 전역이 황금빛으로 물든다. 이때쯤이면 남부 바이에른 주의 주도인 뮌헨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민속 축제가 열린다. 바로 옥토버페스트(Oktoberfest) — 맥주의 나라 독일을 상징하는 이름이자, 200년 넘는 역사를 지닌 세계인의 축제다. 이 거대한 맥주잔의 시작은 ‘결혼식’이었다.
옥토버페스트의 기원은 1810년 10월 12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바이에른 왕국의 루트비히 왕세자(Ludwig, 후일의 루트비히 1세)가 작센-힐트부르크하우젠의 테레제 공주(Princess Therese)와 결혼하면서, 왕실은 이를 기념하기 위해 시민들에게 대규모 공개 행사를 열었다.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뮌헨 시 외곽의 넓은 초원에서 열린 기마 경주였다. 약 4만 명의 시민들이 모여 왕세자 부부의 결혼을 축하했고, 그 초원은 이후 ‘테레지엔비제(Theresienwiese)’, 즉 “테레제의 초원”이라 불리게 된다. 오늘날 옥토버페스트가 열리는 장소의 공식 명칭이 바로 이것이다.
행사가 큰 호응을 얻자, 이듬해에도 같은 시기에 축제가 다시 열렸고, 그렇게 해서 옥토버페스트는 매년 이어지는 전통 행사로 자리 잡았다. 처음에는 농업 전시회와 군사 퍼레이드가 중심이었지만, 19세기 중반부터 맥주 판매소와 놀이기구, 음악 공연 등이 추가되면서 점차 ‘맥주 축제’의 형태를 갖추게 된다.
바이에른은 독일에서도 특히 맥주 문화가 뿌리 깊은 지역이다. 1516년 제정된 ‘맥주 순수령(Reinheitsgebot)’ — 물, 맥아, 홉, 효모만을 사용해야 한다는 세계 최초의 식품법 — 도 바로 이 지역에서 만들어졌다. 따라서 옥토버페스트는 단순한 음주 행사라기보다, 바이에른의 정체성과 전통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문화 유산이라 할 수 있다.
축제에서는 오직 뮌헨 시내에 있는 여섯 개의 전통 양조장(파울라너, 호프브로이, 아우구스티너, 슈파텐, 하커프쇼어, 뢰벤브로이)만이 맥주를 판매할 수 있다. 이 맥주는 특별히 ‘옥토버페스트비어(Oktoberfestbier)’라 불리며, 일반 라거보다 알코올 도수가 약간 높고 색이 더 짙으며, 풍미가 깊은 것이 특징이다.
오늘날의 옥토버페스트는 매년 9월 중순부터 10월 첫째 주 일요일까지 약 2주간 열린다. 이름은 ‘옥토버(10월)’지만, 날씨가 더 따뜻한 9월에 시작하도록 조정된 것이다. 축제 기간 동안 뮌헨에는 약 600만 명 이상의 방문객이 몰려들며, 이들이 소비하는 맥주만도 700만 리터 이상에 달한다.
테레지엔비제에는 거대한 맥주 텐트(Bierzelt)가 세워지는데, 각각 1만 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초대형 천막이다. 안에서는 전통 의상을 입은 악단이 폴카나 슈란커 같은 독일 민속 음악을 연주하고, 손님들은 나무잔을 부딪치며 “프로스트!(Prost!)”를 외친다. 남성은 가죽 멜빵바지 ‘레더호젠(Lederhosen)’, 여성은 전통 드레스 ‘디른들(Dirndl)’을 입는 것이 일반적이다.
맥주뿐 아니라 독일식 소시지, 프레첼, 구운 닭고기, 돼지족발 등 바이에른식 음식 문화도 함께 즐길 수 있다. 놀이기구, 퍼레이드, 불꽃놀이 등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이벤트도 풍성하다.
이제 옥토버페스트는 단순히 뮌헨의 지역 축제가 아니라, 전 세계 100여 개 도시에서 열리는 글로벌 브랜드 행사가 되었다. 미국 신시내티, 캐나다 키치너, 브라질 블루메나우, 일본 요코하마 등에서도 현지화된 옥토버페스트가 개최되며, 한국에서도 서울과 부산 등지에서 ‘옥토버페스트 코리아’가 매년 열린다.
하지만 뮌헨의 옥토버페스트는 여전히 원조로서의 위상을 지닌다. 축제가 열리는 테레지엔비제에는 매년 ‘첫 맥주통 개봉식(O’zapft is!)’이라는 전통 행사가 있다. 뮌헨 시장이 직접 첫 통의 맥주를 개봉하며, “O’zapft is!(맥주가 뚫렸다!)”라는 바이에른 사투리를 외치면 축제의 막이 공식적으로 오른다.옥토버페스트는 시대 변화에 따라 여러 차례 위기를 맞기도 했다. 나폴레옹 전쟁, 두 차례의 세계대전,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여러 번 중단되었지만, 그때마다 부활하며 시민들의 애정 속에 이어져 왔다. 최근에는 환경 보호와 안전 문제를 고려해 재활용 컵 사용, 전력 절감 조치, 보안 강화 등도 시행되고 있다.-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