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C U-23 챔피언십이 끝나고 이제 관심은 올림픽 대표팀의 와일드카드 선발로 쏠려 있다. 손흥민, 석현준, 윤영선 등의 이름이 언론과 팬들 사이에 오르내리고 있다. 23세 이하라는 연령 제한과 18명이라는 선수단 숫자는 와일드카드 선발을 신중하게 하는 요인이다. 여기에 대한민국 남자라면 거쳐야만 하는 '병역'을 해결할 기회도 있기 때문에 와일드카드 선발은 신중하게 접근해야할 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축구 칼럼니스트 중 한 명이 손흥민과 석현준 등의 이름이 팬들 사이에 오르내리는 것에 대해 비판하는 글을 게시했다. 글의 취지는 올림픽이 ‘군 면제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이 옳지 않다는 것이었다. 특히 손흥민과 석현준은 팬들의 많은 지지를 받는 이들로, 최근 병역 면제를 바라는 팬들이 와일드카드로 가장 먼저 언급하는 선수들이다. 올림픽 대표팀에 자원이 비교적 풍부한 공격진의 두 선수를 선발하느니, 부실한 수비진을 보완하자는 그의 주장도 틀린 말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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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대표팀의 해결사 손흥민. 올림픽 대표팀에 와일드카드로 승선할 수 있을까. 출처:KFA 홈페이지)
하지만 와일드카드 선발의 목적은 바로 팀의 전력 강화이다. 우리가 히우 올림픽 진출에 성공했다고 메달을 가져올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 어리숙한 생각이다. 우리는 지난 런던 올림픽까지 7회 연속 올림픽에 진출해서 단 한 번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 올림픽 대표팀을 생각해보자. 기성용, 구자철이란 걸출한 선수들을 중심으로 김영권, 지동원, 김보경, 남태희 등 국가대표팀에서 주축을 이룬 혹은 이뤘던 선수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었다. 심지어 와일드카드도 아니었다. 황금 세대였던 1989년-90년생 멤버가 이룬 결과였다.
손흥민은 명실상부 국가대표팀의 에이스이고, 석현준은 이정협이 부상으로 주춤한 지금 현재 국가대표팀 원톱 자원 경쟁 중 가장 앞서 있는 선수이다. 당연히 이름이 오르내릴 수 있다. 와일드카드는 세 장이다. 손흥민, 석현준 두 선수를 선발하더라도 수비수 자원에 한 장 정도는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다. 손흥민과 석현준을 반드시 뽑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 선수들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을 문제 삼을 수 없다는 뜻이다. 에이스 손흥민과 석현준은 '군 면제' 목적이 아니라 성적을 위해 검토되고 있는 존재들이다. 병역 자체는 일종의 '보너스'인 것은 사실이지만, 보너스를 얻으려면 일단 메달을 따는 것이 중요하지 않나. 23세 이하 선수들 역시 병역 면제라는 목적을 기저에 깔고 올림픽에 나간다는 것 자체를 비난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면, 손흥민이나 석현준이 올림픽에 출전한다해도 비난할 순 없다. '까고' 싶으면 두 선수의 실력으로 '까야' 한다. 냉정히 돌아봤을 때 올림픽 대표팀에 두 선수보다 나은 선수들이 있을까?
손흥민과 석현준의 합류 여부는 신태용 감독을 비롯한 코치진에 있다. 손흥민의 합류는 공격력 강화에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 분명하다. 중앙공격수에도 황희찬이 있지만 측면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선수이고, 높이 싸움을 해줄 공격수는 반드시 필요하다. 진성욱과 김현이 대회 말미 괜찮은 모습을 보였지만 크고 억센 유럽과 아프리카 선수들을 상대하려면 석현준이 확실히 좋은 선택일 수도 있다. 물론 불안한 수비진이 걱정이지만, 수비형 미드필더 이찬동의 복귀, 수비수 와일드카드 선발 등을 고려한 후 결정해야 할 문제이다. 결국 감독이 어떤 팀을 만들지 결정해야 선수 선발에 제대로 나설 수 있다. 선수 선발과 기용에 대한 전권을 감독에게 주자는 말은 바로 이런 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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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수 선발은 결국 신태용 감독의 몫이다. 출처:KFA 홈페이지)
사실 글의 취지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바가 있다. 병역은 대한민국 국민에게 평등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축구 선수 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모든 사람에게 2년의 세월(혹은 그 이상일 수도 있다.)은 중요한 시간이다. 스포츠 분야에서 능력이 있다고 2년의 세월을 벌 수 있는 것이 불합리하다. 수능 전국 1% 이상의 성적을 거둔 사람은 다른 이들보다 똑똑해서 국가에 기여할 수 있으니, 병역 기간을 줄이거나 면제시켜주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완전한 제도는 있을 수 없다. 제도가 엄연히 있다면 그것이 형평성에 때로 벗어난다고 해도 그것을 이용하는 것을 탓할 순 없다. 십자인대를 크게 다쳐 병역 면제를 받은 홍정호는 지금 재활을 거쳐 독일에서 게르만인들을 공중에서 윽박지르고 있다. 군대의 훈련이 그렇게 힘들 리가 없다. 합숙 생활도 겪었을테니 내무 생활에도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이청용은 학력이 미달되어 병역을 면제 받았는데, 그가 경기장에서 보이는 축구 지능이나 그가 구사하는 영어를 생각해보면 군복무가 어려울리 없다. 그래도 그들은 면제를 받았다. 법이 그렇게 정해져있기 때문이다. 군대를 다녀오지 않았다는 것에 스스로 부끄러울 순 있지만, 법적 책임도 없고 권력자의 아들들이 법망을 피해 면제를 받은 것과 달리 도덕적 책임도 느낄 필요가 없다. 마찬가지로 메달 획득으로 군을 면제받는 것에 대해 부끄러워할 이유는 없다.
게다가 병역면제를 주는 복무 방식은 '예술체육요원'이다. 스포츠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각종 음악, 무용 등에 입상한 예술 요원도 혜택을 받는다. 전문연구요원이란 제도가 있어 이공계 석사 이상 학위 소지자들에게 연구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하고 있기도 하다. 국제협력봉사요원도, 승선근무예비역도, 공중보건의 같은 다른 복무 방식도 존재하고 있다. 예술·체육 요원을 제외하고도 개개인의 능력을 살린 복무 방법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굳이 체육계에 대해서만 비판의 칼날을 들이대는 것은 '일관적'이지 않다.
사실 예술·체육 요원을 두고는 폐지를 주장하는 이들도 있고, 사실상 병역 면제와 같기 때문에 복무를 현실화 하자는 주장도 있다. 현 더불어민주당의 비례대표 진성준 의원이 2014년 ‘예술·체육 요원 재능기부 의무화법’을 발의하여 ‘예술·체육 강습 기회가 부족한 농어촌 지역 및 저소득층 등 소외계층 자녀를 대상으로 이들이 공연·강습(교육)·자선경기 및 공익캠페인 활동 등을 통해 자신의 재능을 기부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근거를 마련’하려는 취지이다.(법은 제정되지 않은 것 같다.) 이렇게 비판하려거든 법과 정책의 차원에서 비판을 해야지, 몇몇 선수들이 선발될 것이란 이야기가 불만이어선 곤란하다. 실력이 있는 선수들이 본인이 출전 의사를 밝히기도 전에 팬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을 두고, 병역 면제는 안 된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너무 이른 판단이 아닌가 싶다.
이번 논란을 보며 불편한 이유는 군대를 다녀온 자들이 군대를 합법적으로 안 갈 가능성이 있는 자의 발목을 잡고 늘어지는 것 같기 때문이다. 지금도 약 60만 명의 군인들이 나라를 지키고 있으며, 지금까지 국방의 의무를 진 사람들은 이루 헤아릴 수도 없다. 손흥민과 석현준의 선발을 지지하는 이들이 전부 군 면제자일리도 없다. 대한민국 남자들은 군복무 자체는 싫어할지 몰라도, 국방과 그 의무에 대한 인식이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다. 국방의 의무가 신성해야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복무를 면제받는 이들에 대한 무시나 군필자로서의 도덕적 우월의식으로 이어지는 것은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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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병역문제 솔직히없앴음좋겠어요
저도 글에선 논점이랑 이탈이라 개인적 의견은 안 적었는데 지금 방식은 문제 있는 것 같아요. 능력 살리는 걸 고려하면 진짜 재능 기부라도 하든지, 은퇴 후에 대체 복무를 하든지요. 따지고 보면 상무도 있는데 군대 못 갈 이유도 없고요. 없어져도 괜찮죠.
바뀔때 됐죠..국위선양이라는 이유로 병역혜택 주는거 한국이라는 나라가 못살때 대외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을때나
설득력 있었지..지금은 혜택을 주려면..메달따면 은퇴후로 미뤄주는거..이것만으로도 큰 혜택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올림픽 메달 진짜힘든건데... ㅎ
이게 좀 그런게 언제부턴가 팬들이 먼저 병역혜택을 운운하며 얘기를 꺼낸다는게 문제예요. 아마 유럽파의 숫자가 많아지면서 병역이 그들의 커리어에 발목을 잡고 몇몇 팬들은 유럽에서 뛰는 한국선수들을 계속 보고 싶은 아쉬운 마음에 그러는건데 이런 여론이 스스로 제 무덤 파는거죠. 종합스포츠제전때 마다 계속 병역 운운하는 여론이 형성된다면 정말 가까운 시일내에 메달획득 = 병역혜택 이라는 공식이 사라질수도 있어요. 그래도 축구하면 국가대표 A매치를 기반으로 성장해서 그런지 그 어떤 종목들보다도 국민들이 제일 많이 성원을 보내주고 관심을 받는 또 욕도 많이 먹는 대한민국 스포츠의 대표적인 국가대표 팀이죠.
그런데 언제부턴가 유럽가야 하는 또 유럽에서 커리어를 이어나가야 하는 선수들의 병역혜택을 위한 목적으로 종합스포츠제전이 운운하고 있다는게 좀 국가대표의 의미를 퇴색시키는건 아닌가 싶네요. 지난 아시안게임때의 야구 대표팀이 금메달을 따고도 많은 질타를 받은게 경쟁력 없는 팀들과의 경기에서 손쉽게 금메달을 획득한거에 대한 조롱과 또 대놓고 병역혜택을 받겠다는 자세까지 노골적으로 드러냄으로써 그다지 찬사 받지는 못한 대표팀으로 기억되고 있구요. 김세진 감독도 요근래 배구 대표팀의 국가대표 기피 현상이 일어나고 있음을 한탄하면서 라디오스타에서 말하더군요. 팬들도 조심해야 됩니다.
대회때 마다 병역혜택 운운하는 여론을 조성하고자 그에 따른 대표팀 선발에 간섭을 계속 하게 된다면 머지 않아 메달획득에 따른 병역혜택도 없어질것이고 국가대표라는 의미도 퇴색될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