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법 콜 수가 있는 목욜 11시를 넘어선 피크타임의 광화문우체국.
난무하는 똥콜들을 정리하고난 빈 창에는 드문 드문 오더가 오르내린다.
어지간하면 잡고 수행하리라 마음먹어보지만 터무니 없는 것들만 귀찮게하고 있고
어쩌다 뜨는 강남, 서초 15k 도 맘과는 달리 손이 늦어 놓치고만다.
25~30k 짜리는 복귀하기 뻑뻑할게 뻔하고 간간이 보이는 턱도 없는 20k의 오더에 피식 헛웃음만 날리는차
기사들이 외면하고 있어 서럽다는듯이 <무교동-고덕 20k>가 애처러운 눈빛을 내게 보내며 호소한다.
'아직 버스 있자너~~ 게다가 넌 그 쪽에서 쏠쏠한 재미 꽤 봤으면서 왜 망설이는겨?
강남이나 서초 간다고 존 오더가 널 기다리고 있을까? 꽝 된날 더 많으면서.....'
잠시 상념에 잠겼다 캐취해 놓고도 취소를 생각해보는 나... 에라 바로 옆에서 출발인데 걍 가자~
확인한 오더배차창 내역에는 친절하게도 <강동구 고덕동>이라고 확실하게 적혀있다.
에쿠스 뒷좌석에 마악 승차하며 울리는 전화기를 바라보는 평범한 50대 아저씨를 발견하고
"고덕동 맞나요?" 하고 말하니 폰을 귀에 대고 있는 날 바라보며 고개를 끄떡이곤 타라는 손짓.
좌석 맞추고 핸들 돌리며 다시 묻는다.
"고덕 어디쯤이신가요?"
"근린공원.........."
아쒸...... 근린공원이 어디 한두군데여? 에혀 목적지를 한 번에 알아내긴 조금 버겁겠군....
잠시 침묵하다 무교동일방통행에서 청계로로 꺽기전 다시 묻는다.
"근린공원이요?"
"모르시나보네.... 일단 오금교로 가서 남부순환 올리면...."
머셔......... 웬 오금교에 남부순환?
이 때 내 머리의 지도는 고덕동 주변이 펼쳐져 있었으니 오금교란 말에 오금공원과 그 옆의 고가차도를
남부순환이라는 말에 탄천 주변을 떠올리고 그 근처를 들러가야한다는걸로 지레짐작하며 귀찮게 됐네라는 생각..
청계2가 방향으로 우회전하니 손은 짜증스레 한마디 뱉으며 어디론가 전화를 건다.
"그냥 주욱 가면 되는데...................."
"이 길이 빠릅니다~" 라고 답하고는 다시 1호터널 방향으로 우회전~
이 때 급작스레 터져 나오는 외마디.....
"아쒸~~ 정말... 어디로 가는거욧!!!"
전화를 끊고 나를 바라보는 눈초리와 표정이 곧 폭팔직전이다.
잉? 머셔..... 짜슥이 약먹었나? 어디로 가긴 어디로 가 임마~ 고덕동가쥐....
"고덕동 가는데요? 1호터널로 해서...." (이 길보다 빠른 길 있어? 있음 말해봐~)
내 눈은 터널방향으로 밀려있는 차들을 바라보곤 얼마전 터널내 고장버스 때문에 엄청 밀렸던걸 떠올리며
'크~ 또 젓됀겨?' 라고 내 실책을 자책하는 한숨을 슬쩍 내뱉으려는 찰라.....
"머? 뭔 고덕동? 고척동이라니까~~~"
허걱........
난 분명 강동구 고덕동을 확인했거늘.... 손이 바뀐겨?
서로 울리는 전화기만 바라보며 마지막 통활 안한게 잘못된겨?
혹시, 어느 분의 글처럼 목적지 속이는 상황실의 농간에 빠진겨?
"강동구 고덕동으로 알고 왔는데요?" 라고 답하며 주머니의 페데기 화면을 켠다.
"구로구 고척동이라니까~ 뭔 고덕동...." 짜증지수 이빠이 올라간 손의 목소리...
신호에 걸려있는 사이에 다시확인해 본 오더는 강동이 맞다. 차창의 폰 번호도 맞고..
잠시 정차하여 있는 순간에 상황실 번호따서 전화 걸며 일단 시청쪽으로 다시 우회전....
여차하면 원위치 하자고 생각하며 전화를 하니 내 말을 듣고난 상황녀의 대꾸............... 골 때린다~
"그래서 어쩌라구욧? 운행 못하신다고요? 빼드려요?"
흐미.......... 내 분명 가고 있는중이라고 말했다?
아무리 피크타임이라지만 고따위로 밖에 말 못하쥐?
뒷좌석의 손도 상황실과 통화하고 있는 소리가 들려온다.
"아, 구로구 고척동이라니까 왜 그 따위로 올리는겨? 강동구 고덕동으로 배정받아 왔다자나~
요금도 달라질테고 말야..... 기타등등.."
기사와 손, 둘 모두 같은 내용으로 상황실과 통화중......
엉? 요금이 달라져? 그럼 요금에 대한 시비는 없겠네~ 목소리는 높아도 화를 자제할 줄 아는거 같고
운행 못한다고 내린다해도 무난하게 풀릴 상황도 아닌듯 싶고 일진에 맡겨보지 머~
에라~ 모험이다 가자....
"아가씨... 운행중이라니깐? 헌데 구로고척을 강동고덕으로 올리면 안되지. 암튼 끊었!!"
시청에서 다시 우회전하니 손은 또 투덜 투덜....
알아서 갈테니 마음 놓고 계시라 말하니 그 때서야 아까하던 통화를 계속한다.
세종로 접어들면서부터 성산대교에 이를 때까지 손은 전화로 무지하게 싸운다.
온갖 욕설을 서로 주고 받으며.... 야비한 인신공격에 험한 저주까지.....
운전하며 말하는걸 가만히 들어보니 속내는 괜찮은듯 싶다.
상황이 사람을 그리 몰아갈 뿐...
오금교를 벗어나며 손은 안내를 시작하고 단골이시냐는 말로 슬슬 대화를 유도해보니
조목 조목 설명을 하기 시작한다.
친구의 삼실이고 전에도 이런 적이 있었는데 또 그런다는 푸념.... 훔, 거래 끊긴 힘들겠군.
퉁명스럽던 상황녀의 응대에 복수를 하려던 내 계획은 창 밖으로 던져버리고 목적지로...
공용주차장입구에서 주차가 까다로우니 자신이 하겠다는걸 굳이 말리고 주차까지 완료하고
키를 건네주니 미안스런 표정으로 돈을 내민다. 석장.........
"삼만원 드릴께요. 고생하셨고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편히 쉬세요~~~ ^^"
전화로 겁나게 싸울 때완 달리 큰 길로 내려가는 지름길까지 친절하게 설명해주네....
많은 기사들이 싫어하는 에쿠스에...
그닥 중후해 보이지도 않으며 약간은 속물기가 보이는 외모에...
말투도 세련되지 못하고 하는 일도 정상적인 사업은 아닌듯 싶었지만...
사람은 역시 섣불리 판단할 일은 아니라는걸 다시 한번 실감한다.
12시 무렵 오지라 할 수 있는 착지에서 받아쥔 30k는 커다란 도움이 되지 않는 액수이지만
많던 적던 돈이 핵심은 아니었다.
오늘도 양아손, 양아상황실, 양아기사가 될 뻔한걸 또 한 번 넘겼다는게 중요할 뿐.....
여전히 강동구고덕동 20k로 내 창에 보이고 있던 오더는 종료하기 위해 인터넷에
연결하는 순간 <구로구 고척동 15k>로 수정되어 완료를 기다리고있었다.
난......... 다시 그 상황실로 전활하지않고 그냥 완료버튼을 눌러버렸다.
그 날.........
수행오더 갯수로는 10개라는 신기록을 세웠고
총금액으로는 타이를 이뤘으며
하룻밤을 견디기 버거웠던 배터리와 충전선을 택시에서 잃어버리고
우여곡절 끝에 교보까지 가서 새로 샀으며
아침예약콜 수행하러 가던중 잡았던 벤츠를 모는 싸가지가 바가지인 젊은 손이
자신은 잘 버니 드린다며 거스름돈은 필요없다고 하였고
10명중 6명이 팁을 주었는데, 정확히 내가 선호하는 용량 4800암페어 배터리 값이었다.
롤러코스터를 타는듯 했던 어떤 하루..................
첫댓글 고척동 근린공원 옆이 저의 집입니당....저희동네분들 양아손이 아니길 바래 봅니당...수고하세여~형님~!! 홍홍홍~^^*
뉘규? 바뀌기전 대명을 잊었삼... ㅠ,.ㅠ 대박집에서 옆에 앉았던 분이신거 같은데...
ㅋㅋㅋ형님,,,저 "오늘도무사히~"엿는뎅 바꾼거에염... 저는 형님은 선한눈매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해여~ 홍홍홍~^^*
알죠~~~ 지금 닉과 매치가 안될 뿐... 잘 지내죠? 환절기 건강조심~~~~
20K짜리 30K 받은거 자랑하는겨 팁 많이 받아서 밧데리 샀다는 겨 뭐여 ......
그렇게 비춰졌나요? 제 글솜씨가 형편없는 탓이니 용서하세요~~~~ 존 휴일이셨길 바랍니다. ^^
글 재미있기만 한데요,200K를 받은 것도 아닌데 왠 태클이실까.
본문에 핵심을 파악못하셨군요.
하늘푸른은하수님 넘버도 4가 찍혔신분이 댓글수준이 그게 뭐에요? 시비거는건지 싸우자는건지,그냥 회워님들의 일상사 가볍게 읽어면 될것을........
참 글도 멋드러지게 잘쓰시네요...
칭찬.... 감사합니다~ (춤춰야 하는건 아니죠? ㅎㅎ)
긴~~~~~~~~~~~~~~~~~~~~~~~~~~~~~~~~~~~~~~~~~~~~~~~~~~~~~~~~~~글을 읽으면서도 지루하지 안네요..두메님 말씀같이 사람을 섯불리 판단하지 말아야죠^^
짧게 쓰는 요령을 터득해야할텐데, 잘 안됩니다. 긁적~~
잘일거쇼,그런데자랑한교?
?????????????????????????
은근히 자랑하고픈 마음도 있었을겁니다~~ ^^
기쁨두배입니다.
결과가 좋은이 축하 합니다
감사합니다.
형님고생 많으셨네요
에구........ 저 아직 어려유~~ ㅋ 쑥쓰럽게스리.... 간만에 파김치되었습니다.
오더 10개..?..삥발이해도 시간상 그게 되나? 암튼신기../주차도 왠만하면 고객시키는데,혹시작은사고라도..음../양아..대상인이 안되도록 다시한번 주의깊게 읽음.서로의입장을..
죄송스럽게도 삥빨이는 딱 하나... 대기와 배터리문제로 어영부영 흘려보낸 시간도 서너시간은 된듯합니다. 초저녁부터 출근시간까지였으니 이해되실듯~ 주차는 마지막까지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어 고집피우고 했습니다. 손 표정이 달라지더라고요~ ㅎㅎ
이쁜글 잘읽고갑니다.....
*^^* 아 참.... 조 위의 댓글, 신경쓰지 마세요~ 워낙 다양성 있는 세상이니 그러려니...
어찌됐건 좋은결과로,, 운행이 끝나서 다행인듯,, 그 상황녀도은근히 당황했겠네요 ,,, ^^
바쁘다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기도 하고, 또 그 시간에 운전하며 스트레스 만땅일 상황녀와 콩이야 팥이야 해봐야 실익도 없을거 같고... 무엇보다도 손에게서 플러스의 기운이 느껴졌기에 모험해봤었습니다.
에쿠스가 왜 싫어요 제일 몰기 쉬운 대형차인데..
걍 몰기는 쉬운게 맞는듯합니다. 문제는 차가 아니라 차주들이라는거죠~ 에쿠스는 타인에게 자신을 보여줘야할 필요가 있거나 보여주고픈 이들이 많이 선택하는 차라는겁니다. 예를 들자면 조폭, 부동산, 건설, 입으로 먹고사는 이, 등등...... 그 다음은 생략해도 되죠? 그렇다보니 안좋은 경험있는 기사분들이 많고 강하게 기억에 남아 다음 손을 판단하는데 부정적인 근거로 작용하는듯해서요....
근자에 몰아본 10대의 에쿠스중 8대가 그런 유형의 차주들이었죠. 하지만 직업과 인간성, 차종과 인간성에 연관성은 별로 없더라는..... 개인대 개인으로 만나면 다들 착한 이웃이 될 가능성이 높더라는게 제 경험입니다.
흠....요즘 돈을 긁어모으시는 고수분이 따로계셨네요....ㅎㅎㅎ 축하합니다...
에공.......... 몇년에 한번 있는 날이죠? 누구에게나 있는..... ^^
살아가면서 누구에게나 있을법한 황당하고 곤란한 상황을 지혜롭고 현명하게 대처하신 두메님께 박수를...^^ 아무나 할 수없는 아량과 깊이, 부드럽고 여유로운 말솜씨, 어떠한 상황에도 흥분하거나 험담하지 않을 것 같은 내공까지..(윗 댓글을 보며) 모쪼록 만나고 스치는 모든 이들이 그에 상응하기를...Figh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