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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s://www.jungle.co.kr/magazine/204809
사운드와 함께 영상 안에서 몽환적인 공간이 펼쳐진다. 관람객은 점차 그 공간안으로 빨려 들어간다. 우주를 떠다니는 것 같기도 하고 깊은 바다를 탐험하는 것 같기도 하다. 영상과 사운드가 우리를 미지의 세계로 초대한다. 작가가 표현한 무한한 상상력은 우리에게 또 다른 세계를 꿈꾸게 한다.
영상 안에서 펼쳐지는 넓고 깊은 세상. 김도희 작가가 사운드와 영상으로 만들어낸 3차원 입체 환경이다.
작가의 작품 <Where do you go if dreams don’t fix you?>는 꿈의 형태를 차용한 공간 속에서 특별한 자극과 감각을 경험시켜준다. 시각적, 청각적인 체험을 통해 공간을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김도희 작가의 이 작품은 한국은 물론 독일, 이란, 볼리비아 등지의 필름 페스티벌에서 수상하며 주목을 받았다.
독일 칼스루헤에서 미디어아트로 학위를 수료하고 독일과 서울을 기반으로 작업하고 있는 김도희 작가의 공간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어떤 작업을 하시나요?
주로 사운드와 영상이 어우러지는 작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몰입환경을 기반으로 공간을 디자인하는 설치 작품을 하고 있는데요, 소리와 이미지만을 이용하여 현장감 있는 3차원 입체환경을 만드는 작업이에요.
소리 작업은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소리 같은 경우는 앰비소닉 오디오를 사용합니다. 이것은 360도 공간 전체의 음장을 포함하는 오디오인데요, 대부분 링이나 반구, 또는 구 형태로 나열된 여러 대의 스피커 구성을 통해 재생됩니다.
앰비소닉 오디오는 극장의 입체 서라운드 오디오와는 달리 청자가 눈을 감은 상태에서 마치 실제로 그 장소에 존재하여 소리를 듣는 듯 실재와 가깝게 감각하는 것을 가능하게 합니다. 저는 이러한 3차원 사운드와 VR, 즉 시각적 가상현실을 조합하여 새로운 공간을 만드는 작업에 큰 흥미를 느끼고 있어요.
이 공간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현실의 규칙에서 해방된 공간의 성격을 가집니다. 선형적 시간이 존재하지 않고 제한되어진 공간도 없으며 물리적인 ‘나’가 존재하지 않는, 어찌보면 굉장히 추상적인 공간이죠.
그와 동시에 오직 가능성만이 존재하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모든 상상력이 동원된 초현실적이고 추상적인 내러티브를 갖는 공간을 표현하기에 적합하고 그 공간 내부에서의 경험은 특별합니다. 마치 기이하지만 생생한 꿈처럼요.
언제, 어떻게 작업을 시작하게 되셨나요?
조소 전공 이후 3D 애니메이션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컴퓨터 기반의 디지털 미디어아트에 관심을 가지게 됐습니다. 그 즈음 저의 음악을 향한 열띰이 자연스레 사운드와 이미지가 서로 상호작용하는 무언가를 직접 만들겠다는 생각을 품게 했던 것 같아요. 이후 실무를 통해 3D 그래픽 능력을 쌓을 기회를 가졌지만 여전히 내가 어떤 종류의 미디어아트 작품을 만들고 싶은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그림은 그리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긴 기다림 끝에 독일 대학에서 미디어아트를 아주 긴 시간동안 공부하게 되면서 천천히 제가 그려왔던 그림의 퍼즐을 맞추게 된 것 같아요.
작업의 소재는 어떻게 찾으시나요?
아무 생각 없이 끄적인 의미 없는 낙서들이나 즉흥 드로잉, 혹은 자연현상 속에서 우연히 발견되는 형상들에 영감을 얻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그런 것들을 유심히 관찰하는 편입니다. 때로는 책 속, 영화 속의 문장 하나 혹은 단어 하나가 마음을 사로잡기도 해요. 저는 주로 그런 마음을 끌어당기는 하나의 작은 지점에서 출발해 본격적으로 아이디어를 확장시키는 방식으로 작업을 합니다. 마치 조용한 수조 안에 떨어진 잉크 한방울이 물과 섞여 퍼져 나가면서 쉴 새 없이 새로운 형태들을 만들어 내는 연쇄 과정처럼요.
주로 어떤 활동을 해오셨나요?
주로 독일의 미디어아트센터인 ZKM(Center for Art and Media Technology)에서 주관하는 공연 행사나 전시, 그리고 시에서 주관하는 행사에 아티스트로 참여했고, 단편 디지털 무빙 이미지 작업으로 여러 국제 필름 페스티벌에 참여했어요. 3D 입체사운드(앰비소닉스)가 포함된 영상작업으로 국제 컴퓨터 음악 컨퍼런스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가장 최근 작품인 <Where do you go if dreams don’t fix you?>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Where do you go if dreams don’t fix you?>는 입체 사운드와 가상현실 이미지를 이용한 공간설치 작품입니다. 꿈의 형태를 차용한 이 공간에서 관객은 생경한 시각적 자극과 감각을 경험하게 되죠. 3차원 사운드 재생을 위해 약 3미터 지름의 돔천장 형태로 나열된 29개의 스피커 시스템을 사용했고, 중앙에 VR 헤드셋을 위치시켜 관객이 360도 가상환경을 시각적, 청각적으로 동시에 체험하는 것을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또한, 모든 시스템이 관객의 언어 명령을 통해 동시에 시작되도록 프로그래밍 했어요. VR 헤드셋을 착용하면 ‘To be somewhere else, please say “I’m ready“ (어딘가 다른 곳에 있고 싶다면 “준비됐어“라고 말하세요)’ 라는 문구가 나타납니다. “I’m ready“를 외치는 순간 우리는 수수께끼 같은 모호하지만 매혹적인 공간으로 이동하게 돼요. 인트로에는 텅 빈 하얀 공간에 ‘IF(만약에)’라는 검정색 글씨가 드러나는데요, 우리가 무언가를 가정하는 순간 우리 머릿속에 상상 가능한 모든 종류의 스토리와 이미지가 쉴 새 없이 펼쳐지듯이 이 단어 ‘IF’가 흘러내려 숨어있던 공간이 드러나면서 낯선 세상으로의 문이 열리게 됩니다.
‘공간’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저는 공간(空間) 속에서 항상 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이 주고받는 대화와 같은거죠. 공기가 진동해 소리를 만들고 그 소리의 파장이 물체에 부딪히고 퍼져 나가며 공간에 대한 정보를 줍니다. 그리고 그 공간 안에 있는 나와 우리와 수많은 것들은 끊임없이 공기를 흔들어 진동을 만들고 소리를 만들어내면서 환경을 인지하고 변화시킵니다. 이런 대화를 찾아내고 또 새로운 대화를 만드는 것이 제가 흥미를 가지는 부분이에요.
우리가 움직이던 공간에서 잠시 빠져나와 전혀 다른 공간에 존재하고 또 새로운 차원을 인지하며 새로운 감각과 아이디어를 얻는 것이 제가 개인적으로 경험하고 싶은 것이고, 그것을 관객과 나누는 통로가 제 작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작가로 활동하시면서 가장 힘드셨던 점이 있다면?
실험적인 디지털 작품을 시작하면서 여러 대의 컴퓨터와 다양한 기기들 그리고 여러가지 소프트웨어들을 동시에 사용하게 되는데요, 이들이 하나의 완벽한 팀을 이루도록 최상의 합을 구상하고 이 모두가 오류 없이 실행될 수 있도록 하기까지의 과정이 꽤 길고 고된 것 같습니다. 실제로 작품 자체를 완성시켜 나가는 시간 보다 매일매일 풀어야 하는 기술적 문제들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상황이 생기기도 하죠.
그렇지만 작품을 완성했든 완성하지 않았든 결국엔 이러한 과정들이 내 발 밑을 단단히 받쳐 올려주는 지지대가 되는 건 분명한 것 같습니다. 다른 누군가의 시도와 그 고됨들이 다 그렇듯이요.
가장 보람된 순간은 언제인가요?
우선은 작품이 완성되고 시연되는 마지막 단계를 지켜보는 순간이 정말 보람 돼요. 특히 제 스스로가 작가라는 것을 잊고 관객으로써 빠져들게 된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그러나 단연 가장 보람된 순간은 이 작품이 관객에게 큰 인상을 남기는 순간이겠죠. 흥분이 가시지 않은 채 건네는 관객의 피드백을 받는 순간엔 작가로서 그보다 더 가슴 벅찬 순간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단기적으로는 제가 관심있는 분야를 다루는 전문 팀에 들어가서 일을 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독립적인 아티스트 팀이 될 수도 있고,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큰 회사가 될 수도 있겠죠. 첨단 미디어 기술을 이용해 산업이나 과학, 패션 등 다양한 분야와 예술적 층위에서 협업하는 그런 곳에서 일하면서 시야를 넓힐 계획이에요.
장기적으로는 내용적인 면과 기술적인 면에서 새로운 시도들을 계속 해 나가면서 작가로서 꾸준히 새작품들을 만들어 갈 예정입니다.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사진제공_ 김도희 작가
첫댓글 설치미술 넘 흥미롭고 매력적이야
진짜 멋있다 너무 멋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