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말도 안돼.. 이 경운기를 어찌 나 혼자 잡아 올리라고..
성질이 도움을 바라는 눈길로 신씨(할)아저씨를 바라보았지만 아자씨는
이내 외면하시더니 풀 뜯는 염소의 엉덩이를 자애롭게 바라보고만 계셨다.
이잉...
소심하게 착한 성질은 그래도 어떻게 해보겠다고 용을 썼으나
될 턱이 없었다. 다시 울상을 지은 성질이 울먹거리며..
"아저씨.. 저 혼자는 무리예요.."
라고 하는데 아저씨는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더니 거한 소리로 목을 울린 뒤
가래를 뱉으셨다. 그리고 나무 곁으로 가시고는 .....노상방뇨를 하셨다.
그런데 일을 다 보신 아저씨가 뒷주머니에서 핸드폰을 느릿하게 꺼내시더니..
"..아- 민군인가? 카센타는 잘 되고. 오- 그런가.. 하하.. 회장님이야 잘 계시지."
옷?! 회장님? 순간 귀가 번쩍 뜨인 성질은 대화 내용에 집중했다.
"..그 건 그렇고.. 우리 경운기가 논에 또 처박혔는데 와서 꺼내 줄텐가?
오 그래.. 그래 그래. "
야..그래도 시골 사람들이 융통성도 있고 정도 있구나.. 그럼 그렇지.
설마 이 걸 나 혼자 끌라 그러실리가 없는게지.
마음이 편해진 성질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와...날씨 좋고.
곧 전화를 끊은 아저씨가 성질을 돌아보시더니 순~하게 웃으시며 말씀하시기를.
".....못 온대."
꽥.
성질은 이내 어두워지는 하늘을 느끼며 할아저씨를 바라보다 다시 흑염소로, 다시 뒷바퀴를
움찔해대는 경운기로 시선을 돌렸다.
그렇구나.. 인생은 무자비한 거야. 쉽게 풀리면 한 성질의 재수 옴팡 뒤집어 쓴 거지 같은 인
생이 아닌 게지.
천천히 경운기 쪽으로 다가가는 성질이었다.
결국 용만 썼지 경운기를 건져내지 못한 성질은 양 옆구리에 검은 악마를 끼고 니나노를 불러대는
신씨할아버지를 따라 평택의 넓은 길을 걷고 걷고, 또 걸었다.
"..할아버지이~"
"...닐니리랴, 닐니리랴. 니나노~ 워어~ 우우우우우~"
오 예. 알엔비 버젼으로 저 어려운 곡을 소화하시다니..
"....할아버지 박효신 팬이세요?"
"..응?"
그제서야 노래를 멈추신 할아버지는 아까 뜯어낸 강아지 풀을 휘두르시며 돌아보셨다.
이윽고 드러난 누런 이가 결벽증 환자 성질의 비위를 자극했지만.
"창법이 박효신틱해서요."
"무슨 쏘리!! 이 건 내가 30년 전부터 개발한 창법이야."
"..네?"
"엘비스 형님의 러브미 텐더를 부르다 자연스럽게 이렇게 된거란 말여!"
"아, 예~"
아저씨는 자신의 말에 탄력을 받으셨는지 갑자기 러브미 텐더를 부르기 시작하셨다.
"러브미 텐더, 러브미 텐더~러브미 텐더~러브 미~ 러브미 텐더,러브미 텐더~"
가사는 오로지 러브미 텐더.
재미있는 생각이 떠 오른 성질은 씩 웃으며 할아버지를 불렀다.
"할아버지~ 신청곡이요."
"응? 응?"
갑자기 귀머거리 흉내를 내시는 할아버지를 바라보며 성질 왈-
"프랭크 시나트라의 마이 웨이요~"
"..."
그런데 의외로 할아버지는 누런 이와 함께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으셨다.
그러더니..
"우워어어어어~~!!!!
B.G.M; My Way -Sex Pistols
시드 버젼의 마이 웨이를 부르시기 시작하신다.
음정 박자 모두 무시하고 마이 웨이를 마이 웨이 식으로 부르시는 할아버지의 눈은
시드의 그 것처럼 뻘개 있었다.
때 맞춰 몸부림 치는 흑염소 두마리가 성질의 옆구리를 차대자 왜 나만~~!!!!
이라며 갈 곳 없는 분노를 하늘에 쏟아 붓는 성질이었다.
카페 게시글
로맨스 소설 2.
[ 중편 ]
인파이터 (Infighter) 4
송정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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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26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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