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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변동은 다양한 사회요인과 장기간 상호작용하며 진행되는 구조적 문제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구고령화를 경험하고 있다. 그러나 일반적 인식과는 달리 현재 우리의 노인인구 비율은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불과 20여 년 후인 2045년경에는 우리나라가 일본을 넘어 세계에서 가장 고령화된 국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때의 우리나라 전체 인구 중 노인인구 비율은 약 40%로, 현재 국내에서 가장 고령화된 지역인 경북 의성군, 전남 고흥군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렇게 가파른 고령화 추이마저도 유례없이 낮은 출산율로 인해 그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 사실 이러한 인구고령화의 부정적 파장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지방 지역들의 소멸 위기와 고령화로 인한 지역 활력 및 경제생활 여건의 악화, 학생 수 감소로 인한 폐교 증가, 신규 교원임용 축소, 지방대학의 대규모 입시 미달사태, 육아 및 청년 관련 산업의 시장 축소 등이 그 예들이다. 그리고 이러한 인구변동의 파급효과들은 앞으로 더 많은 사회 영역에서 더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저출산고령화 문제가 의제화됐으나 사회부양 비용 증가, 노동력 감소 등 한정적 논의만 인구변동의 사회적경제적정책적 파장은 사회적 맥락을 따라 확산되면서, 하나의 영역에 머무르지 않고 연쇄적이고 종합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예를 들어 병력자원 감소에 대응하는 국방개혁은 군의 효율성 증대를 목표로 하고, 이에 따라 사단 수가 감축될 것이다. 이 경우 현재 군 의존도가 높은 일부 지방에서는 지역경제가 위축되고, 소위 지역소멸 문제를 야기하면서 지자체, 행정안전부, 국방부 등이 관련되는 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 또한 인구변동은 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치게 되지만 그 파급효과는 매우 불평등하게 분배된다. 예를 들어 학생 수 감소에 따른 교원 신규임용의 축소는 결과적으로 청년층에 더 많은 피해가 집중되는 것을 보여준다. 지방대학의 위기는 결국 수도권 대학의 영향력을 더욱 공고히 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와 같이 인구변동의 부정적 효과는 연령, 지역, 계층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면서, 특히 청년, 지방, 빈곤층이 가장 큰 위협에 노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인구변동의 사회경제적 파장은 사회적 갈등의 양상으로 발전될 위험성이 매우 높다. 지난 10여 년간 저출산고령화 문제가 사회의 주요 문제로 의제화되면서 인구변동에 대한 경각심은 널리 공유됐다. 하지만 그 파급효과에 대해서는 사회부양 비용 증가, 노동력 감소, 학령인구 및 병력자원 감소 등 인구변동의 일부 직접적 영향에만 그 논의가 한정되고 있다. 그리고 제안되는 대책들 역시도 정부의 재정투여 및 관리지원 확대 등 성장시대의 방안들을 반복하고 있다. 그러나 고령화의 사회경제적 파급효과에 대한 국내외의 연구들은 고령화의 진전으로 정부 정책역량이 오히려 약화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사회정책 수요 증가와 경기침체에 따른 세수 감소로 인한 정부 재정 불균형 문제 확대, 금리 탄력성 감소로 인한 통화정책의 효과성 감소, 인프라 수요 축소에 따른 경기부양정책의 효과성 제한, 정책자원 배분에 대한 정치 문제화 등은 앞으로 정부의 정책역량을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우리 사회(정부와 민간 모두)는 앞으로 발생할 인구변동의 문제들에 대해 합리적 예측과 체계적 대응을 위한 방안들을 본격적으로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 인구 문제에 대한 종합적 대처인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은 저출산과 노인복지 관련 정책사업들의 관리로 활동이 제한되면서, 인구변동의 부정적 파급효과에 대한 선제적 대응의 리더십을 발휘하기 어려운 구조다. 또한 고령화의 파급효과에 대응하기 위해 발족한 인구정책TF는 노동력 부족, 초고령사회 부양부담, 지역소멸 등 주로 경제 부문에 논의가 한정돼 있다. 인구변동 모니터링, 종합적 대응방안과 운영관리, 파급효과 예측 및 사회적 합의 기능 등 담아내야 저출산고령화 문제가 주요 정책으로 다뤄지기 시작한 2000년대 초 우리 사회의 인구, 출산, 청년 등에 대한 이해수준은 그리 깊지 못했다. 이러한 가운데 출산양육에 대한 부담 경감(총비용 감소)이라는 정책 프레임이 받아들여지면서, 인구변동을 사회구조적 수준에서 바라보는 것이 아닌 정책사업 수준의 대응으로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다는 단순 정책과제로 여기는 경향이 자리 잡게 됐다. 하지만 인구변동은 사회의 다양한 요인과 상호작용하면서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는 구조적 문제다. 지금과 같은 개별 사업들을 나열하는 방식으로는 인구변동의 완화나 부정적 파급효과에 대한 효과적이고 선제적인 대응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리 멀지 않은 시점에 우리가 경험할 수밖에 없는 인구변동의 파급효과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인구변동 완화정책(저출산정책 등)과 적응정책(파급효과 대응)을 병행하는 이중적 인구 대응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대응체계에는 인구변동에 대한 모니터링과 파급효과에 대한 예측 기능, 종합적 대응방안의 마련과 이에 대한 종합적 운영관리 기능, 정책 이행에 따른 사회적 갈등을 완화할 수 있는 사회적 합의 기능을 담아낼 수 있어야 한다. 인구와 사회 간의 상호적 변동에 대한 체계적 이해를 바탕으로, 인구변동에 대한 정책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종합적 대응 거버넌스 체계를 새롭게 모색하고 논의할 필요가 있다.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2021년 09월호
신정아 『나라경제』 기자2021년 09월호
저출산고령화와 이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에 대한 경고가 지속돼 왔다. 그간 많은 정책적 노력이 이뤄졌으나 인구감소, 지역소멸, 초고령사회 임박이라는 3대 인구리스크가 본격화되면서 이제는 인구지진(agequake)의 징후마저 강하게 감지되고 있다. 인구지진이란 인구구성 변화로 경제사회 구조가 뿌리째 흔들리는 충격을 의미한다. 첫 번째 징후는 인구감소의 현실화다. 2015년 이후 저출산 기조가 급격히 악화됐고 2020년 합계출산율은 세계 최저수준인 0.84명을 기록했다. 고령인구 확대로 사망자 수 또한 증가하면서 처음으로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보다 많은 인구의 자연감소가 발생했다. 두 번째는 지역소멸의 가속화다. 오랜 기간 수도권으로 인구가 집중된 결과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수도권 인구(2,596만 명)가 비수도권 인구(2,582만 명)를 추월했다. 소멸위기 지역은 전체 228개 시군구 중 105개로 전체의 46%에 육박한다. 세 번째는 초고령사회 진입 임박이다. 지난해 약 710만 명에 달하는 베이비붐 세대(1955년~1963년생)가 고령층에 편입되기 시작했다. 고령화는 더욱 가속화돼 2025년에는 65세 이상 인구가 20%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고, 노년부양비(생산가능인구 100명에 대한 고령인구의 비)는 2019년 20.5에서 2067년 102.4로 4배 이상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초등돌봄 환경 개선 등으로 여성고용 활성화 이러한 인구구조 변화는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매우 광범위한 영향과 충격을 야기할 것으로 예측된다. 인구감소는 노동공급 감소로 이어지고, 특히 생산연령인구가 2067년에는 현재의 절반 이하로 감소(3,713만 명 1,784만 명)하는 등 성장잠재력 약화가 우려된다. 또한 학령인구 감소, 1인 가구 증가 등 축소사회 도래로 인구증가 시대에 맞춰 형성된 기존 시스템에 대한 조정이 불가피하다. 지역 간 불균형 심화는 수도권에 과밀혼잡을 초래해 청년층의 결혼출산 기피 등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고, 비수도권은 일자리 감소와 생활여건 악화가 우려된다. 급격한 고령화는 부양비용 급증으로 국가재정 악화를 초래하고, 요양과 돌봄 등 건강권 보장요구를 증가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빨라진 인구변화가 우리 사회를 뿌리째 흔드는 인구지진을 발생시키기 전에 선제적 정책대응이 필수적인 상황이다. 정부는 2019년부터 제12기 인구정책 TF를 통해 인구정책의 패러다임을 출산율 제고 정책 중심에서 출산율 제고와 적응력 강화 대책을 병행하는 투트랙(two-track)으로 전환했다. 하지만 3대 인구리스크 본격화 등 인구구조 변화가 가속화되고 새로운 정책수요가 발생함에 따라 올해 제3기 인구정책 TF를 구성운영하게 됐다. 4차례 본회의와 40여 회 작업반 회의 등을 거쳐 지난 7월에 3기 인구정책 TF의 총괄 편에 해당하는 인구구조 변화 영향과 대응방향을 제40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발표했다. 특히 이번 3기 인구정책 TF에서는 다양한 고용형태 대응, 대학경쟁력 강화, 노인돌봄체계 개편 등 지난 12기 TF에서 다루지 못한 과제와 고령자 고용 활성화, 평생학습 지원, 외국인력 부족 대응 등 구체화가 필요한 과제를 포함하고자 노력했다. 기획재정부 1차관을 팀장으로 15개 관계부처, 연구기관 등이 참여했고, 8개 분야별 작업반을 통해 정책과제를 발굴하고 구체화했다. 아울러 경제 분야뿐만 아니라 사회 분야 정책논의를 강화하기 위해 교육부 차관보를 기획재정부 차관보와 함께 공동간사로 지정했다. 인구리스크에 대한 선제 대응이 중요한 시점인 만큼, 통계청경제인문사회연구회 등으로 구성된 연구지원반을 운영해 정책 추진기반 확충 노력도 병행했다. 3기 인구정책 TF는 3대 인구리스크 선제 대응을 위한 4+ 추진전략을 기본 방향으로 대책을 마련했다. 첫 번째 전략은 인구절벽 충격 완화다. 생산연령인구의 양적 보완을 위해 여성고령자외국인의 경제활동 참가를 제고하는 방안이 포함된다. 여성고용 확대를 위해 학부모 희망에 따른 교육시간 확대 검토 등 초등돌봄 환경을 개선하고, 고령자 고용 활성화를 위해 고령자 고용 및 임금체계 개편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추진한다. 또한 지자체 수요에 따른 지역특화형 비자 시범사업 추진, 외국인력 사전등록제 등으로 외국인력 활용체계를 구축한다. 디지털 전환 등으로 급증하고 있는 다양한 고용형태에 대해 플랫폼 종사자 보호 4법 등 개별 법제도를 개선하고, 포괄적 보호체계 마련을 검토해 안정적인 노동공급이 이뤄지게 한다. 아울러 생산인력의 생산성 제고를 위해 평생학습 바우처 지원 확대 등 전 국민을 대상으로 평생학습을 확대해 나가고 수요자가 원스톱으로 정보를 획득 및 학습해 이력을 관리할 수 있는 원스톱 플랫폼을 구축한다. 인구통계 추계모형 개선, 추계주기 단축 등 통계인프라 개선 두 번째 전략은 축소사회 대응이다. 학령인구 감소로 현실화되고 있는 대학 미충원에 대응해 대학의 자율혁신과 적정규모화를 유도하고 한계대학에 대한 체계적인 폐교 및 청산을 지원한다. 한편으로는 가족형태 다양화에 대응하기 위해 「건강가정기본법」의 가족 정의를 확대하고 재혼가족 등에 대한 차별적 제도를 개선한다. 소득, 주거, 사회보장 서비스 등 우리 사회에서 가장 주된 가구 형태로 자리 잡은 1인 가구에 대한 지원도 강화한다. 세 번째 전략은 지역소멸 선제 대응이다. 수도권에 준하는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지방 거점도시를 집중 육성하고 광역자치단체 간 초광역권 계획 수립 법제화 등을 통해 광역권 형성 및 자립성장 기반을 구축한다. 소멸위기 지역에 대해서는 생활인프라 공동이용 등 생활권 단위 연계협력을 활성화하고, 지역의 필요와 선택에 따라 국고보조사업 등을 패키지로 지원하는 지역특화사업을 추진한다. 네 번째 전략은 사회의 지속가능성 제고다. 국민연금 기금의 안정적 운용을 위해 자산 배분체계를 개선하고 투자정책 위험관리 전문위원회를 내실화한다. 불필요한 입원 방지를 위해 요양병원 수가를 개편해 건강보험 지출관리도 강화한다. 또한 감염병에 취약하고 의료접근성이 떨어지는 고령층을 대상으로 의료계와 협의를 통해 비대면 진료의 발전적 방안을 마련한다. 한편 기존에는 돌봄요양의료 서비스를 재정기반에 따라 분절적으로 제공해 필요도와 무관하게 서비스가 과소 또는 과다 발생하는 등 비효율적으로 운영됐다. 앞으로는 맞춤형 돌봄요양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통합판정체계를 도입하고 각 서비스 간 연계도 추진한다. 마지막으로, 효과적인 인구정책 수립 및 추진기반 확충을 위해 인구통계 추계모형 개선, 추계주기 단축(5년 2년) 등 통계인프라를 개선하고, 국책연구기관을 중심으로 인구정책연구단을 구성운영한다. 정부는 3기 인구정책 TF의 분야별 대책들을 9월까지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와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순차적으로 발표할 계획이다. 인구 문제는 우리 사회가 직면한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다. 하지만 단시간 내 해결은 어렵고 불가능하다. 이는 경제사회 구조 전체적인 시각에서 긴 호흡을 갖고 해결할 수밖에 없고, 사회 구성원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협의해 나가야 하는 문제다. 정부는 인구구조 변화가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지 않도록 인구정책 TF 등을 통해 다각적인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고 정부 내외적으로도 적극 소통해 나갈 것이다.
나윤정 기획재정부 인구경제과장2021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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