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을 재석 297명에 찬성 139명, 반대 138명, 기권 9명, 무효 11명으로 부결했다. 169석을 보유한 민주당은 당초 여유있게 부결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반대가 138표에 그치면서 이탈표가 대거 발생했다.
이번 체포동의안은 75년 전인 지난 1948년 우리 국회가 문을 연 이후 67번째이며 제1야당 현직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이번이 처음이다.
헌법에 따라 현역 국회의원은 현행범이 아닌 이상 회기 중일 때는 국회 동의 없이 체포·구금될 수 없는 불체포특권이 있다.
법원이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한 구인영장을 발부하려면 정부가 사법부로부터 제출받은 체포동의 요구서를 국회에 보내 재적의원 과반 이상 출석에 과반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이번 이재명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되면서 1948년 제헌 국회 이후 제출된 체포동의안 총 67건 중 16건(24%)이 통과됐다. 나머지 51건(76%)는 부결(18건)되거나 임기 만료 폐기 또는 철회(33건)됐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3회 국회(임시회) 제8차 본회의에서 국회의원 이재명에 대한 체포동의요청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2023.2.27
21대 국회에서 상정된 체포동의안은 이재명을 포함해 총 다섯 차례다. 이 중 정정순 (전 민주당)과 이상직, 정찬민 등 3명에 대해선 가결됐다.
다만 지난해 12월 6000만원의 뇌물수수 등 혐의를 받은 노웅래 (민주당)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재석의원 271명 중 찬성 101표, 반대 161표, 기권 9표로 부결됐다.
지난 20대 국회에선 총 5건(홍문종·염동열·최경환·이우현·권성동)이 제출됐지만 모두 부결되거나 폐기됐다.
체포동의안이 가결된다고 해서 꼭 구속되는 건 아니다.
지난 2012년 새누리당 공천 헌금 의혹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현영희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재석의원 266명 중 찬성 200명, 반대 47명, 기권 5명, 무효 14명으로 가결됐다. 하지만 법원은 영장심사에선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마찬가지로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부결되더라도 유죄 판결을 받을 수도 있다.
지난 2000년 이후 접수된 체포동의안 40건 중 부결·폐기된 32건 27명 가운데 7명은 무죄가 확정됐지만 20명은 유죄 판결을 받았다.
과거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은 독재정권 시절 입법부를 보호하는 역할을 했다.
이승만 정권과 대립한 조봉암 의원이 대표적이다. 당시 농림부 장관을 지낸 조 의원은 양곡 횡령 등 혐의로 지난 1949년 사상 처음으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상정됐지만 부결됐다.
하지만 민주화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는 뇌물·횡령·정치자금법 위반 등 개인 부패 혐의로 수사받는 의원이 늘어나면서 불체포특권이 사실상 ‘방탄’ 역할로 변질됐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에 여야 모두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을 내세웠지만 아직 지켜지진 않고 있다.
18대 대선 당시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은 불체포특권의 제한을 공약했으며 20대 대선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이재명도 불체포특권 폐지를 공약했다.
지난해 5월 이재명은 “빈총에는 방탄이 필요하지 않다”며 “여당이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을 제한하는 법안을 당론으로 발의하면 100% 찬성하고 동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지난 23일 기자간담회에선 직접 법원에 나가 영장실질심사를 받아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평화의 시대라면 담장도 대문도 열어놓고 살아야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참으로 엄혹하게 바뀌었다”며 반대 입장을 에둘러 밝혔다.
이날 체포동의안이 부결되면서 검찰은 이재명에 대해 불구속 기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일각에선 아직 백현동·정자동 개발 특혜 의혹이 수사 중인 만큼 검찰이 추가 구속영장을 청구해 체포동의안 표결이 또다시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