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수(刺繡)
어머님 한 땀씩 놓아 가는 수틀 속에선
밤새도록 오동나무 한 그루가 자라고 있다
매운 선비 군자란 싹을 내듯
어느새 오동꽃도 시벙글었다
태사(太史)신과 꽃신이 달빛을 퍼 내는 북전계하
말없이 잠든 초당 한 채
그늘을 친 오동꽃 맑은 향 속에
누가 당음(唐音)을 소리 내어 읽고 있다
그려낸 먹붓 폄을 치듯
고운 색실 먹여 아뀌 틀면
어머님 한삼 소매 끝에 지는 눈물
오동잎새에 막 달이 어린다
한 잎새 미끄러뜨리면 한 잎새 받아 올리고
한 잎새 미끄러뜨리면 한 잎새 받아 올리고
스르릉스르릉 달도 거문고 소리 낸다
어머님 치마폭엔 한밤내 수부룩히 오동꽃만 쌓이고.......
詩.송수권
시선집< 지리산 뻐꾹새> 미래사, 1991.
--------------------- [원본 메세지] ---------------------
저녁노을
-다시 변산 반도에서
저것은 백일홍 꽃망울만한 노을이 아니라
마약(麻藥)같은 노을이다.
서해 뻘밭 가에 와 저무는 꽃 노을 속에
병을 앓아 보지 않은 사람은
이 땅의 시인(詩人)이 아니다.
십 리 뻘밭 그 끝 너머
띠를 두른 수평선 그 너머
저 손수건 한 장만한 노을,
깜빡.
詩. 송수권
[바람에 지는 아픈 꽃잎처럼] 1994 문학사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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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랑
Re: 자 수 (詩.송수권)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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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7.09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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