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지하화를 반대하는 결론 자체에는 공감하나, 결론에 이르는 과정이 다른 분들과 다른 것 같아 짤막한 글을 써봅니다. 적절한 제목이 떠오르지를 않아서 제목은 다소 과격하게 뽑혔음은 양해 바랍니다.
이번 2호선 지하화 이전에도 지하화로 인해 건설비가 증가하고, 노선의 기능이 망가진 사례는 많습니다. 먼 옛날의 분당선(구체적인 계획 착수 전에 미리 손을 써놔서 자료가 많지는 않은데, 구상으로는 지금의 신분당선급의 광역 노선이었습니다) 용산선(90년대부터 지속적인 억지민원, 완공 후 보니 급구배에 대피선 하나 없는 동네 완행지하철) 등
지하화로 공사비용과 난이도가 증가하고, 대피선이나 안전시설 증강이 어려운 점을 익히 알고 계실 테고, 연선 주민이 주장하는 피해, 즉, 지하화로 막을 수 있는 피해는 크게 소음, 조망권, 도시 단절입니다.
그런데 법적으로는 인근 토지 간의 '상린관계'가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인근 토지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으니, 토지 이용(생활)에 지장이 없는 정도는 정도는 인근 토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어도 감수하여야 한다는 것이죠. 이러한 원리로 내 집 앞에 다른 건물을 짓더라도 (일조권 침해가 규정된 수준을 넘었을 경우 일조권에 대한 보상을 받는 외에는) 보상을 받을 수 없으며, 내 집 앞에 도로가 생겨서 차량 소음이 들리더라도 도로 개설 관청이나 차량 운행자에게 보상을 받을 수 없습니다.
이러한 상식이 철도에서만은 깨집니다. 자기 집 바로 앞 건물주에는 찍소리 못하면서 잘 보이지도 않는 교각에 대해 시비를 하며, 차량이 매연을 내뿜는 도로는 바로 옆에 있어도 지하화를 요구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전기로 운행하는 철도는 자기 눈에 보이는 것조차 싫어합니다. 도시 단절을 막고자 육교를, 지하차도를 설치한다고 해도 계속 이의를 제기합니다. 고가의 경우는 도시단절이 블럭 전체를 통째로 먹는 아파트 대단지보다 덜함에도 단절 운운을 합니다. 다시 말해 모순이라는 것이죠.
지상철도 vs 지하화 시를 비교했을 때의 이익 또한 결국 연선의 토지주에게 귀착됩니다. 인근 부동산의 가격이 올라간다는 것이 가장 큰 이점이라는 것이죠. 결국 지역주민, 혹은 국민 전체의 세금으로 지주들 좋은 일만 시켜주는 겁니다.
국가가 주도하는 사업이라는 미명 하에 연선 지주들의 이권에 봉사하기 위해 비용 증가를 수반하는 지하화를 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철도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저자세로 나올 것이 아니라 건물이나 도로 건설과 동일 수준으로 평가하여, '건물 바로 옆에도 건물을 짓는데 수~수십m 떨어진 곳에 기둥과 1층짜리 건물이 들어서서는 안 되는 것인가, 대로도 인도만 끼고 건물 옆에 있고, 차가 매연까지 내는데 인도보다 훨씬 안쪽에 전기차만 지나다니는 도로가 생기면 안 되는 것인가'로 치환하여 지하화의 타당성을 평가해야 한다고 봅니다. 꼭 필요하다면 연선 지주들의 합의 하에 기금을 모아 지하화에 수반되는 비용을 거두어 지하시공을 하고, 이후 지하 운영으로 증가되는 운영비 부분은 재산세나 양도소득세에 할증하는 방향으로 진행한다면 반대하지는 않겠지만요.
첫댓글 철도가 실질적으로 국유의 공공시설이라 그렇죠.떼써서 먹힐 수 있다는 것을 국민들이 여러번 학습했거든요.그래서 국민들을 무조건 욕할 수 없고 정부가 원칙을 지켜서 떼써도 안먹힌단 걸 보여줘야 하는데...한숨이 나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