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하나로 유명해진 곳이 한 두 곳이 아니지만, 길 목에 들리는 ‘안흥’ 이라는 곳이 찐방이라는 먹거리 하나로 승부수를 띠운 곳이 아닐까?
그토록 유명하다는 안흥 찐빵을 하나씩 먹으면서 치악산 태종대를 찾아 나선다.
이방원의 스승은 피비린내 나는 형제들의 왕권다툼을 지신의 지도력 부족으로 느끼고 원주 강림리에 머물자 왕이 된 태종은 스승을 찾아왔다가 만나주지 않자 그냥 돌아갔다는 전설이 담긴 곳 태종대. 그곳이 어디 메쯤인지 알지 못하고 지나쳐 길이 얼어붙은 좁은 도로를 슬금슬금 기어서 가듯이 곧은재 매표소에서 가벼운 출발을 한다.
역시 강원도는 실망시키지 않아! 하면서 눈길을 걷는 초입에서 연신 백설의 나라에 들어온 것에 대한 탄성과 반쯤 얼어붙은 계곡 물 소리를 벗 삼아 순조로운 진행이다.
놓여있는 나무 하나하나가 모두 크리스마스 트리인데 뭐 하러 트리를 만드느냐 법석일까 하는 생각이 교차하면서 올라선 곳이 곧은재 삼거리. 5Km의 능선을 쉬지 않고 단숨에 오른 것에 대한 보상이라고 물 한 모금 목을 축인다.
이마엔 땀 방울과 머리에 모락모락 피어 오르는 김을 보면서 향로봉을 향한 재촉이다.
선생님의 힘은 대단하다.
중학교 시절인가요? 국어시간에 노벨 문학상을 탄 가와바다 야스나리의 소설 “설국”을 소개한 후 궁금증에 그 책을 사서 봤다는…..
…..주인공 시마무라와 온천장의 기생 고마코, 아름다운 여인 요코의 심리전개를 호기심의 기회로 삼아 일본을 여행하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
결국 일본에서 고마코와 요코 같은 여인은 만나지는 못하였지만….
곧은재에서 향로봉을 타고 가는 길은 바로 눈의 나라 설국으로 대변될 수 있는 정도의 천지간에 온통 백색의 향연이 펼쳐진다.
작은 철쭉 가지마다 칼날처럼 매달려 있는 눈 칼들이 그냥 보기에도 아쉬움이 남는 듯하며 마치 태초에 어느 님인가를 만나러 가는 신비의 길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다.
20여 쎈티 정도의 눈길 속에 형형색색의 등산복은 마치 하얀 도화지위에 마불링을 하기 위해 점점이 뿌려둔 물감처럼 보이리라.
삶에 질곡이 있다면 빈 공간으로 들어가 면벽수도 하지 말고 호연지기의 자연을 배우러 산에 오르라는 어느 선배의 말씀이 갑자기 떠오르는 것은 무슨 조화일까?
천지 하얀 곳에 호올로 가는 나그네의 심정이 되어 오라는 곳은 없어도 갈 곳은 많은 구름 같은 나그네. 모든 잡념이 사라져 가면서 오직 하나 하늘과 나의 교감이 형성되는 듯하다.
멀리 보이는 능선은 모두 흰색을 뒤집어쓰고 겨울의 동안거에 잠입한 묵묵한 내면의 소리를 듣는다.
관조- 시퍼런 물빛에서 느낀 감정이라면 이런 하얀 눈 밭에선 마음의 자유를 느끼리라.
향로봉(1043m)에 도착 어디 어느 곳이 향로처럼 생겨서 붙인 이름인지? 좁은 정상에 너무 많은 인원이 물려 복적되는 가운데 어느 님의 정성인지 과메기에 약주 한 잔을 나누는 모습과 너무 좁아서 사진 찍기가 미안 할 정도의 혼란 속에 오늘의 이벤트 안흥 찐빵의 추첨 속에 어쩜 귀에 익은 호명? 웬 행운?
그럼 우린 향로봉의 향 같은 존재?
남대봉을 향해 힘찬 발길을 내딛고 나폴레옹의 말처럼 알프스 산을 넘어야 멋진 잔칫상이 기다릴 거란 예고대로 하산 후에 모처의 식당에 단체식사를 주문했다는 이야기를 믿고 오늘의 중식은 준비하지 않았다. 그래서 제때 맞춰 식사를 하려면 더욱 힘내서 가야 한다.
여기서부터는 더욱 위험 할 것 같은 에감에 모두들 아이젠을 착용하고 순조로운 출발이다.
사진을 찍기 위해 잠시 멈춰서기도 했지만 그래도 내무장관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때론 손을 잡아 주면서 눈 길을 헤쳐간다.
휘 돌아가는 작은 봉오리 쉼터에는 멀리 보이는 동양화 한 폭의 설경처럼 그려진 산하가 다시 보기 어려운 모습인 냥 눈 속에 담는다.
주로 활엽교목과 아래쪽엔 내년의 화려한 봄을 예고할 철쭉의 잔 나무들이 얽히고 설켜서 눈 꽃의 조화까지 내딛는 발걸음이 아쉬워서 뒤 돌아보고 또 돌아보며 작은 능선과 능선 하나씩을 힘들여 넘는다.
어느덧 다른 팀들의 점령지가 되어버린 남대봉(1182m) 때가 때 인지라 온통 식사로 성시를 이룬다.
얼마나 남았을까 약 5Km쯤 그럼 머지 않았군!
하지만 최고의 난 코스가 발목을 잡을 줄 누가 알았으랴.
몇 번에 걸쳐 내무장관의 아이젠을 고쳐주면서 내려선 하산 길.
내가 신은 아이젠은 20여 년이 지났어도 아무 문제 없이 잘 가는데, 눈 길에 생명을 담보로 하는 아이젠. 하나를 만들어도 혼을 불어 넣어서 제대로 만들어야지 이게 뭐람? 중국산인가? 하는 농담을 흘리면서 계곡 물 소리가 길게 늘어진 고드름 사이로 투명얼음 아래 불규칙하게 물 흐름이 이것 또한 한 편의 작품이 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다는 상원사. 첩과 함께 생을 마감했다는 주지승의 전설을 안고 있는 곳엔 시간 관계상 들르지 못하고 영원사 쪽으로 방향을 잡아 모든 것들이 얼어버린 눈의 나라 설국의 산행은 마무리 되어간다.
그대
눈 속에 담아온 눈 빛 산행
추억의 앨범 속에 마침표로 남는다.
아직도 머리 속엔 하얀 눈의 나라가 숨 쉬고 있습니다.
첫댓글 이 겨울에 좋은데 다녀 오셨군요.. 저도 올 3월말 아님 4월에 치악산 비로봉을 계곡으로 아이젠 없이 오르는데 힘들어 죽는 줄 알았네요..그 이튿날 보니 다리가 이픈게 아니라 팔이 아프더라구요..얼마나 엉금엉금 기었느지 ~ㅎㅎ
그쪽은 계단이 많아서 좀 그렇지요? 달님의 힘들어 하는 모습이 보이는 듯 합니다. 아이젠을 갖추고 다시 한 번 도전 해 보시지요.
그 사진 사진 여행방에 올려 보세요~~첩과 함께 생을 마감했다는 주지승의 ==요기가 궁금하네요.어떤 곳에서 살았는지를.......
여행 정보방에 사진을 올려 두었습니다. 한 번 보시변 함께 다녀온 것이 됩니다.
정길진님의 산행기는.... 산행기 라기 보다는 역사공부하는 시간 같어요... 정성이 깃든 좋은글.. 잘 봤습니다..
역사공부라기 보다는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라서 안 쓴 것이 겠지요. 땅콩님의 글 잘 보고 있습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산을 조아하는 정길진님의 글을 잘읽었습니다... 겨울 산행 조심해야 됩니다..엊그제 미끄러져 사고난 뉴스를 보니 항시 안전사고에 주의를 해야 되겟드라구요..
산행에는 안전이 제일 입니다. 특히 녹았다 다시 얼은 상태에서 반들반들한 얼음은 아이젠을 신어도 위험합니다. 조심이 제일이지요. 요지기님도 산행시에 조심하세요.
꼭 삼십년 하고도 몇개월 지났나 봅니다. 76년 오월에 통도사에서 길 잃어 기어 다니면서 헤멘 생각 하니 그 엤시절이 그립습니다. 산행을 즐기시는 모습 보기 좋습니다. 오래도록 건강 하세요...
멋장이님 그 오랜 옛일을 기억하실만큼 힘이 드셨나 봅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는 좀 다르지요. 기초체력만 된다면 산행은 안전 하답니다. 물론 길 표시도 잘 되어있고요. 건강하세요.
눈 덮인 산을 다녀오셨네요. 전 얼어붙은 눈을 무서워하는 편이라 생각지도 못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정길진님께서 더 멋져 보이십니다. ^^*
생생님 이게 글로써놔서 그렇지 사실 가 보면 아무렇지도 않게 다녀 오실 수 있을 거예요. 가까운 곳에 부터 길을 들이시는게 어떨련지요? 항상 건상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