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목재 자급률 15% 불과… 숲도 경제적 자원으로 활용할 때”
박상은입력 2024. 4. 4. 20:12
[국민 초대석] 남성현 산림청장
남성현 산림청장이 지난달 29일 서울 영등포구 산림비전센터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1978년부터 2017년까지 39년간 산림청에서만 근무했던 남 청장은 지난 2022년 5월 산림청장으로 임명됐다. 김지훈 기자
1973년 시작된 한국의 국토녹화 사업이 지난해 50주년을 맞았다. 사막이나 다름없던 땅이 울창한 숲으로 변하기까지 약 120억 그루의 나무를 심는 국민적 노력이 있었다. 산에 심긴 나무는 1970년대 초 대비 15배 이상 늘어났다. 우리 숲의 경제적·공익적 가치는 420조원에 달한다.
반면 한국의 국산 목재 자급률은 2022년 기준 15%에 그친다. 나머지 85%를 수입 목재에 의존하는 상황이다. 나무를 심고 지켜야 한다는 인식이 뿌리내릴수록 목재 산업의 성장은 더딜 수밖에 없었다.
식목일을 일주일 앞둔 지난달 29일 서울 영등포구 산림비전센터에서 만난 남성현 산림청장은 이제 숲을 가꾸는 것을 넘어 ‘경제적 자원’으로 활용해야 할 시점이라고 하였다. 2022년 5월 산림청장으로 임명된 남 청장은 1978년부터 39년간 산림청에서 근무한 산림 행정 전문가다.
퇴직 후 교수 생활을 하다 산림청 수장으로 돌아온 그의 정책 방향은 명확하다. 국민 경제와 산림을 연결한 ‘국산 목재 이용 시대’를 여는 것이다. 그것이 미래 50년을 만드는 산림 정책이다. 남 청장은 “나무를 베고 이용하고 다시 심는 ‘순환 경제’에 대한 공감대를 만드는 것이 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국내 산림 환경은 어떻게 변화하였나?
“1978년에 7급 공무원으로 산림청 근무를 시작하였다. 과거에는 이른 시일 내에 숲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한국 토양에 양분이 없다 보니 척박한 환경에서도 빨리 자라는 아까시나무, 오리나무 등을 주로 심었다. 이 나무들이 토양의 질을 개선하는 ‘비료목’ 역할을 하였다. 국토녹화 사업이 지난해 50주년을 맞은 만큼 이제는 나무를 베고 이용해야 할 때가 되었다. 한국은 한때 연간 7억 그루의 나무를 심었지만 나무를 베지 않다 보니 지금은 연간 4700만 그루 정도 심는다.”
-숲의 경제적 활용이 중요하다는 의미인가?
“산림은 훌륭한 자연이자 자원이다. 그런데 한국의 국산 목재 자급률은 15%밖에 되지 않는다. 국산 목재를 많이 써야 일자리도 창출되고 경제적 부가가치도 높아진다. 한국의 산림 산업 매출액은 161조(2021년 기준)인데, 이중 임산물 가공·제조업 등 목재와 관련된 시장만 49조원이다. 숲은 치유와 휴식 공간도 제공하지만, 여기에 더해 목재 산업이 중요한 시기라는 걸 강조하고 싶다. 올해 식목일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도 그것이다.”
-국산 목재 자급률이 낮은 이유는?
“우선 나무를 심고 가꾼 역사가 50년 정도로 짧다. 목재 산업 인프라도 부족하여 국산 목재의 단가가 수입보다 30% 정도 비싸다. 해외는 산림 경영을 위하여 산에 길을 내는 임도가 잘 갖춰져 있고, 산업이 기계화·집단화되어 있다. 한국의 임도 밀도는 1㏊당 3.97m인데 오스트리아는 50m가 넘는다. 산림 경영 인프라 구축, 임업 기계화, 전문 임업 기능인 양성 등이 필요한 이유다.”
-나무를 베거나 임도를 만드는 것을 자연훼손이라 보는 시각도 있다.
“한국은 휴지, 종이, 가구 등 목재 제품을 사용하면서도 나무를 베는 것에 거부감이 있다. 그런데 우리 나무는 소중하고 해외의 나무는 소중하지 않다고 할 수 있나? 나무를 이용하지 않으면 인류는 살 수 없다. 무조건 베어내는 것이 아니라, 산림의 30%는 보존하며 가꾸고 70%는 국민 경제를 위해 지속 가능하게 이용하는 것이 글로벌 스탠다드다. 임도 기술도 많이 발달하여 이제는 친환경적이고 산사태 등 재난에 안전하게 설계되고 있다.”
-탄소 중립 측면에서도 숲의 가치가 높은데.
“나무는 탄소를 흡수하고, 그 나무를 자른 목재는 탄소를 그대로 저장한 ‘탄소 통조림’이 된다. 목재는 화석연료나 철근·콘크리트·플라스틱 등을 대체할 수 있는 자원이기도 하다. 산림이 탄소 중립과 녹색성장의 핵심 요소인 것이다. 나무를 베어 이용하고, 다시 기후변화 시대에 맞으면서 경제 가치도 높은 수종을 심어야 한다. 해외에선 공공부문 건축에 국산 목재를 먼저 사용하도록 한 법안도 많다.”
-목조 건축이 국내에서 활성화될 수 있을까?
“국토교통부와 산림청이 공동 입법으로 목재 건축 활성화에 관한 법률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대전에 7층 높이의 산림복지종합교육센터를 짓고 있다. 5층 이상 목조 건물의 첫 사례다. 목조 건물이 콘크리트 건물보다 화재에 강하다는 것은 이미 확인되었다. 국산 목재가 비싸다 보니 산림청 공공건물을 중심으로 우선 적용하고 있다.”
-산주들의 참여도 중요할 것 같다.
“한국은 산림의 3분의 2를 개인이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국산 목재 이용 촉진은 산주들의 이익과도 연결된다. 훼손된 지역에 나무를 심거나, 나무를 베고 다시 심는 재조림을 하거나, 목재를 바이오매스 에너지로 이용하는 등의 활동을 하면 탄소배출권도 인정된다. 시작 단계다. 이제는 국내 산림이 돈이 되는 ‘보물산’이 되어야 한다.”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소나무재선충병 관리 방안은?
“산림청은 극심 지역인 특별방제구역에 대한 수종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산주들의 부담이 없도록 방제 비용과 조림비도 지원한다.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최선을 다하지만, 인력과 예산을 보강해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소나무재선충병은 치료약이 없다.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 조기 발견하여 빨리 방제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국민들도 붉은 소나무가 보이면 관심을 갖고 신고해 줄 것을 부탁드린다.”
세종=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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