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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 어머님! 안 본 사이에 더 젊어지셨어요! 어쩜!! ”
“ 우리 새아기는 어쩜 예쁜 말만 골라서 하니. ”
“ 예쁜 어머님 둔 덕이죠 뭐~ ”
혼신의 힘을 다 한 짤랑질. 입가에 서서히 오는 경련을 무시한 채 오늘도 양 손 고이 모아 예쁘게 흔들어대며 시어머니 찬.양★에 들어간다. 어머 세상에 어머니. 대체 피부는 어디서 관리 받으신 거에요! 20대인 저보다 더 좋으시면 어쩌자는거야 정말~.
며느리의 능청스러움에 시어머니 입이 아주 귀에 걸리다 못해 하늘 위로 승천하려 한다.
“ 아유, 우리 미자. 식도 아직 못 올리고-. 서방이라고 하나 있는 게 일에 정신이 팔려서- 제 부인도 못 돌보고. 많이 서운하지? ”
아뇨 어머님. 저는 지금이 너어어어어무 좋아요~. 그냥 평생 독수공방 하고 싶어요!
차마 터져 나오려는 진심을 꾹 눌러담은 미자는 울상을 지어보이며 시어머니의 팔짱을 껴오며 말했다. 어머니, 조금 서운하긴 하지만, 그래도 남편이 좋아서 하는 일인데, 내조도 못할 망정 투정 부릴 순 없죠~.
“ 조만간 계현이한테 연락해야겠구나. 일이고 뭐고 일단 식부터 올려야 겠어. 우리 미자 볼때마다 내가 안쓰러워서 안되겠구나. ”
아뇨 어머님. 그런 몹쓸 말은 넣어두세요.
어떻게 생겨 먹은지도 모르는 신랑 안위 따윈 궁금하지도 않을뿐더러. 쌩판 모르는 남이랑 같이 얼굴 마주하며 살고 싶진 않거든요.
미자는 억지 웃음을 지어 보이며 고개를 내저었다. 어머니, 그이 재촉하지 마세요. 일 끝나면 돌아오겠죠-.
“ 아유, 이런게 어디서 굴러 들어왔을꼬- ”
“ 헤헤~ 어머님 모시려고 들어왔죠~ ”
방년 23세. 김미자.
오늘도 집안생계를 위해 시어머님을 향한 짤.랑.질은 계속된다. 쭈욱!
웰컴! 미자의 세계
- J기업, 지분, 이 쪽으로 넘겨주겠대?
“ ..... 아빠는 내 안부따윈 궁금하지도 않지? ”
- 아니아니, 아빠는 우리 딸 안부가 제일 궁금한 걸!? 하다 못해 우리딸 발톱 때마저도 잘 있나 궁금해.
그 딴거 없으니까 궁금해 하지 마시죠.
한숨과 함께 소파에 몸을 던진 미자는 ‘ 그래서, 지분은? ’ 하고 다시금 되물어오는 제 아빠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 넘겨주겠대 ’
- 역시 우리딸! 장하다!!!!
“ .... 아 됐고. 나 언제 이혼할 수 있어. ”
- 저.. 그게 미자야..
“ 어머님이 지금 식 올리자고 난리야! 외국에 있는 그 놈 당장 이번달 안으로 귀국 시킬거라고 어찌나 입아프게 말씀하시는데!! ”
- 미자야.. 지금 결혼이고 뭐고 다 물리면.. 우리 회사 그냥 호떡되는거야..
대호그룹이 좀 크니. 아시아를 대표하는 그룹인데. 우리는 거기에 비하면 동네 구멍가게야. 아니지, 시골 구멍가게야 미자야.
엉엉 우는 제 아빠의 울음소리를 듣자니 한숨만 푹푹 나온다.
“ 알았어 알았다고. 닥치고 짤랑질 잘 해댈테니까. 구멍가게 좀 대형마트로 빨리 키워봐! ”
- 그래 우리딸. 사랑해, 아빠가 주말에 밥 살게. 알았지? 끊는다 그럼~
뚝.
허무하게 끊겨버린 전화를 멍하니 보던 미자가 이내 핸드폰을 구석에 쳐박아 두고는 으아아아아!!! 소리를 버럭 내지르며 쿠션에 얼굴을 묻고는 발을 동동 굴렀다.
어릴 적. 엄마의 손을 잡고 보러 갔던 사주집이 떠오른다. 무섭게 생긴 이모가 그랬었지. 니 아빠는 절대 사업을 해서는 안 될 사주야! 해 먹는 족족 말아 먹어! 말아 먹기만 해!? 딸내미 등골까지 빼 먹는 사주야. 쯧쯧- 니 고생길이 열렸구나 열렸어.
“ ...... 그 말이 사실일 줄이야. ”
제 아빠는 정말 하는 족족 사업을 말아 먹었다.
그로 인해, 엄마는 아빠와 이혼을 하고 해외로 날라버렸고 아빠는 정말 마지막이라며 다 쓰러져가는 서울달동네 방 한칸에서 주먹을 불끈 쥐고, 할아버지의 오랜 절친이었던 대호그룹의 회장님께 찾아가 굽신거렸고 통 큰 회장님은 아빠께 중소기업 하나를 덜컥 물려주시고는 잘해보라며 등까지 토닥여주셨더랬다. (사실 말이 물려준거지. 꼭두각시나 다름없다.) 남 손 빌리기 싫어했던 할아버지가 아신다면 노발대발하셨겠지만, 안타깝게도 지금 계시지 않으니 제 아빠가 이 사단을 벌였겠지.
거기서 끝이 났더라면 얼마나 좋을까. 미자를 좋게 봤던 회장이 자신의 하나뿐인 손자놈과 엮으려 했고, 그에 싫다며 식겁했던 미자는 돈에 눈이 멀어 눈동자에 달러를 그려놓고 일단자신의 기업이 크게 클 때까지는 굽신거리며 살라며 기어이 자신을 이 사단에 몰아 넣었던 제 아빠는......... 하-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쿠션에 묻었던 얼굴을 천천히 들어올려보인 미자는 지나치게 넓은 제 신혼집을 멍하니 바라보다 한숨과 함께 소파에 벌러덩 누워 눈을 느리게 깜빡 거렸다.
그래. 한 순간에 돈방석 앉아보니, 눈이 돌긴 돌더라. 그래도 이건 아니다.
연애 한 번 제대로 못해보고 얼굴도 모르는 놈한테 시집이라니. 머리 벗겨진 아저씨면 어떡하냐고. 여자한테 손찌검하는 개새끼면 어째. 아아아아아 사람나고 돈 나지. 돈 나고 사람 나는 건 아니라고. 으아아아아아!!!!!
이제는 미쳐서 제 머리를 엉망으로 헝클이는 미자의 뒤로 핸드폰이 ‘딩동’ 하고 발랄하게 울렸고, 그에 머리를 헝클이던 미자의 손이 멈추고 의심의 눈초리로 핸드폰을 바라보았다.
지금 이 시간에 문자라면..........
덜덜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으로 손을 뻗은 미자가 천천히 홀드키를 눌러 잠금을 풀고 문자메시지를 확인했고 곧 확인하자마자 흙빛으로 바래지는 미자의 얼굴이었다.
[ 새언니~. 오늘 브랜드 하나 런칭하는데 올거져!? ]
이제.
시누이 짤랑짤랑 모드로 들어가야겠구나.
-
“ 영국에서 꽤 알려진 브랜드인데 아직 아시아에서 이 브랜드를 데려온 곳이 없어요. 우리 백화점이 최초가 된거죠 최초가! ”
“ 어머 정말요- 대단하다~ ”
“ 게다가 요즘 떠오르는 추세라. 외국 쇼핑몰 이용해서 데려오는 경우들도 많거든요. 하하! 제가 크게 한 건 했져! ”
어머 아가씨. 정말 대박이다. 어쩜. 어린 나이에도 그렇게 수완이 좋아요 응!?
미자의 입 바른 칭찬에 재희의 광대가 승천을 한다. 언니두 차암-. 호호호호 웃으며 미자의 팔을 찰싹찰싹 때려대는데, 미자는 천천히 굳어지는 입가를 억지로 올리며 웃었다.
“ 가방 하나 골라봐요. 내가 선물로 줄게. ”
“ 아뇨, 아가씨. 그럴 순 없죠. ”
“ 우리 사이에 무슨! 안 그래도 언니 요즘 독수공방한다고 엄마가 난리던데. 오빠가 안 챙기면 나라도 언니 챙겨야죠. 안 그래요? ”
아냐. 그냥 날 내버려둬.
챙기지마 좀.
미자는 절로 지어지려는 썩소를 억누르며 진열대에 쭉 놓여있는 가방들을 천천히 눈으로 훑었다. 그래, 예쁘긴 하다 젠장. 또 돈에 눈이 돌아 가는구나 김미자.
애써 덤덤한 눈으로 가방을 훑던 미자의 레이더망에 핫핑크에 앙증맞은 디자인을 한 가방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헐. 저거 겁나 예뻐. 미자가 홀린 듯 그리로 가려는 순간. 그런 미자의 팔을 잡아챈 재희가 웃으며 칙칙한 다른 가방 하나를 건넨다.
“ 언니언니~. 이거 언니한테 어울리겠다. 어때요? ”
그 딴 건 너나 드세요.
차마 하지 못한 말.. 미자는 억지로 웃으며 어머 아가씨. 저랑 보는 눈이 같나봐. 너무 맘에 들어요~ 라고 말하며 짤랑짤랑 종을 울리기 시작했고 그에 재희가 근사하게 웃으며 카드를 들어 흔들어보이며 ‘ 이건 제가 살테니, 점심은 언니가 맛있는 거 사줘요~ ’ 하고 말해왔고 그에 미자가 속으로 경악을 해보였다. ........ 너 나랑 밥도 먹을거니?
계산하러 총총 계산대로 가는 재희의 뒷모습을 허망하게 바라보는 미자의 얼굴이 많이 썩어있다. 그리고 앞으로도 쭉 썩을 예정일듯 싶다.
-
피곤하다.
이리 딸랑 저리 딸랑. 굉장한 전력소비를 했어.
미자는 몽글몽글 올라온 거품이 가득한 욕조에 몸을 누이고는 눈을 감은채로 폰에서 흘러나오는 가요를 따라 흥얼거렸다. 이대로 얼굴도 모르는 제 신랑이 해외에 아주 눌러 살고, 자기는 평생 여기서 독수공방따위나 했으면 좋겠다. 혼자 누리는 삶 치고는 꽤나 낭만적이지 않나. 이렇게 거품목욕 할 여유도 있고-, 나중에 목욕 끝나면 와인이나 한 잔.. 은 개뿔. 소주나 까야지. 미자는 둥둥 떠다니는 입욕제를 발로 동동 굴리다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욕조 안을 비우고는 샤워기로 몸에 묻어난 거품들을 씻겨 내고 샤워기를 끄고 타월로 몸을 닦아 내려는 순간-.
띠리리-.
.......응?
타월을 든 미자의 손이 허공에 멈추었다.
ㅈ..잠깐. 방금.. 잠금 해제되는 소리가 들린 거 같은데? 멈칫한 미자의 귀로 뒤이어 현관문이 쾅- 하고 닫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헐. 헐 . 헐!?
재빠르게 머리를 굴려 상황을 파악하던 미자는 이내 다급히 욕실 문을 잠그고는 화장실 문에 귀를 대고 바깥상황을 살피기 시작했다. 대체 뭐야 뭐냐고. 도둑이야 !? 아니, 여기가 얼마나 경비가 삼엄한데!? 어떻게 들어온거지. 역시.. 이런데를 터는 도둑들은 간뎅이도 부었나봐. 저렇게 당당할 수가 없어. 겁나 당당하게 들어왔어. 그것도 현관으로 번호 해제하고!!!
미자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바깥에서 들리는 작은 소리들에 귀를 기울이다 이내 주위를 다급히 두리번 거리며 무기가 될 만한 것을 빛의 속도로 찾기 시작했다.
값비싼 가구들이 얼마나 많은데.
털게 놔둘 순 없다. 주위를 미친듯이 두리번 거리던 미자의 눈에 들어온 것은 변기 뚫을 때 쓰는 핫 아이템. 뚫어뻥♥ 샤워가운을 입고 끈을 꽉 멘 미자는 뚫어뻥을 다부지게 잡고는 심호흡을 크게 했다. 그래. 독수공방이긴 해도, 나름 신혼집이거든? 혼수도 있고! 갖출 건 다 갖춘 집이다. 신랑없는신혼집아래. 내가, 내 집 지킨다. 뒤졌어.
미자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그대로 욕실문을 벌컥 열어 재꼈고, 문이 열리자마자 거실에 서 있는 한 남자의 모습에 뚫어뻥을 더 다부지게 잡으며 ‘ 야아아아!!!!!!!!! ’ 하고 소리를 내지르며 그대로 남자에게 달려 들기 시작했다.
말없이 거실을 둘러보던 남자는 제게로 달려드는 미자로 인해 당황한 듯 뒤로 한 걸음 물러나더니 이내 미자가 휘두른 뚫어뻥을 쉽게 고개를 숙여 피하고는 그대로 미자의 손목을 잡아챘고 그에 당황한 미자가 주먹을 날리려했지만 그 마저도 남자의 손에 쉽게 잡혀버렸다.
“ 아씨!!!!!!!!! ”
“ 아씨? ”
두 손이 묶인 채로 남자를 올려다보던 미자의 동공이 일순간 커졌다.
.......아니.. 저기요. 왜 도둑하고 그래요.. 겁나 잘생겼는데. 왜 이런짓해요. 그 얼굴 그렇게 쓸꺼면 나줘요. 연예인이나 해먹게. 순간 남자의 외모에 할말을 잃은 미자가 입을 쩍 벌리고 있다가, 순간 미간을 구기는 남자의 모습에 움찔하고는 흠흠 헛기침을 두어번하고는 고개를 도리질 치며 말했다.
“ 저기요. 거 멀쩡하게 생긴 사람이-. 왜 이러고 살아요! ”
“ ...... 뭔가 오해를 한 모양인데- ”
“ 오해고 나발이고. 여기가 좀 귀태나보이고 어!? 훔쳐갈 거 많아 보여도!!! 그 쪽이 여기서 가져갈 수 있는 건 하나도 없거든요!? 신고 안 할테니까, 그냥 조용히 나가요. 생긴 거 보니까, 어! 좀.. 생겼는데!! 이런 일 하지 말고!!! 다른 좋은 일 찾아봐요! ”
“ 그러니까 오... ”
“ 일단! 내 손 좀 놔봐요! 겁나 아파! ”
미자의 말에 남자가 그제야- 아, 하고 소리를 내며 미자의 붙잡은 손목을 놓아주었고 미자는 새빨갛게 부어오른 손목을 발견하고는 울컥해서 그대로 남자의 정강이를 발로 깠고 그에 남자가 아! 하고 낮게 탄성을 내지르며 다리를 붙잡고 허리를 숙이는 순간, 바닥에 떨어져 있던 뚫어뻥으로 가차없이 남자의 머리를 빡 소리나게 후려치려는 순간- 빠르게 그런 미자를 눈치챈 남자가 휘둘러지는 뚫어뻥을 한 번 더 피하고는 미자의 손에 들린 뚫어뻥을 그대로 잡아 주방쪽으로 집어던져버렸고, 그로 인해 움찔한 미자가 뒷걸음 치며 남자를 불안스레 바라보았다.
“ 사람 말 좀 끝까지 듣지? ”
“ 도둑한테 들을 말 없는데요. ”
“ 이봐-. 이렇게 잘생긴 도둑 봤어? ”
세상에.
미치기까지했나봐.
미자는 경악에 찬 얼굴로 남자를 바라봤고, 남자는 한숨과 함께 짜증스레 제 목에 메어진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며 단정하게 정돈된 제 머리를 헝클였다.
“ 한달 간 혼자 독수공방하게 한 건 미안한데- ”
“ ........... 어... ”
“ 처음 보는 남편한테 하는 환영인사치고는 너무 찐한거 아냐- ”
어느새 성큼 미자 앞으로 다가온 남자는 헝클어진 머리와 느슨해진 넥타이로 인해, 아까의 단정했던 이미지와는 달리 약간은 흐트러진 모습으로 나른하게 풀린 눈을 한 채로 미자의 얼굴 가까이로 얼굴을 들이대며 얼떨떨한 표정을 지어보이는 미자의 눈 앞에 딱- 소리나게 엄지와 검지를 부딪쳐 소리를 내며 멍한 미자의 정신을 붙잡아 주고는 말을 이었다.
“ 난 도둑이 아니라- ”
“ ......... ”
“ 그 쪽, 남편분 되시거든요- ”
세상에.
맙소사.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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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자가
왔다!
첫댓글 제목자체가확땡기네요ㅋㅋ
담편도기다리고있겠습니다^^
글 잘보고갑니다 저도 담편기대됩니다 ~
담편 기대 됩니다^^
담편도 기대할게요 ~~
미자가 왔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