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에 붙은 내 시 몇 줄을 고개 기울여 읽는 듯하더니 이내 빨랫줄에 내려앉아 먼저 살다 간 집을 오래 바라본다
제비에게 집이란 알을 품고 새끼를 키우는 작은 자궁 같은 것 한 마리가 돌부처처럼 서 있는 벽에 부리로 점 하나 찍는다
그날부터 논흙과 지푸라기를 물어다 침으로 한 땀 한 땀 붙이며 조금씩 집의 모양을 만든다 집이 완성되자 며칠을 죽은 듯 엎드려 있더니 어느 날 알록달록한 알 몇 개가 그 안에 담겼다
혹여 먼저 살던 제비가 다시 돌아올까 봐 나는 대문에 집세 나갔음을 붙이고 쇠스랑을 들고 나와 옛 제비의 보금자리를 허물었다
처마 밑의 봄 2
전기웅
며칠 사이 처마 밑이 조금 시끄러워졌다 알을 깨고 나온 것들이 세상에서 제일 작은 목소리로 하늘을 부른다 어미는 논둑을 낮게 스치며 날아가 흙냄새 묻은 먹이를 물고 온다 아비는 마당 위를 몇 번 크게 돌며 바람의 높이를 살핀다 집 안에서 나는 괜히 기침도 죽이고 문 여닫는 소리도 줄인다 작은 것들이 처음으로 세상을 배우는 동안 처마 밑에는 봄이 조금 더 오래 머문다.
첫댓글 울림이 있는 시
좋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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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