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라임 펀드 의혹 점검 착수
금융감독원이 라임펀드 특혜성 환매 의혹과 관련, 미래에셋증권에 대한 검사에 착수한 것으로 28일 확인됐다. 라임자산운용이 펀드 환매 중단을 선언하기 직전인 2019년 8~9월, 미래에셋이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을 비롯한 일부 라임펀드 가입자에게 적극적으로 환매를 권유해 투자금을 돌려준 배경을 집중 점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을지로 미래에셋 사옥./주완중 기자
◇환매 권유한 배경·방식이 초점
금감원은 이달 중순부터 미래에셋의 일임형 자산관리 상품인 ‘채권형 랩어카운트·특정금전신탁’ 불법 운용 실태를 점검하고 있는데, 라임펀드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검사를 추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상황에 따라 라임펀드를 판매한 모든 금융회사로 검사 대상을 확대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증권업계와 금융 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의 검사 초점은 미래에셋이 라임펀드의 환매 중단을 한 달여 앞두고 김 의원이 가입한 펀드(라임마티니4호) 가입자 16명에게 갑자기 환매를 권유하게 된 배경에 맞춰져 있다. 금감원은 녹취, 통신자료, 내부 문서 등을 통해 미래에셋이 라임마티니4호 가입자들에게 환매를 권유한 방식과 환매 과정에서 라임 측과 어떠한 대화를 주고 받았는지 등을 점검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라임마티니 4호 이외의 다른 라임펀드 가입자에게도 환매를 권유했는지도 확인할 예정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라임은 2019년 9월 63개 개방형 펀드(만기 전에 환매할 수 있는 펀드) 중 31개 펀드에서 3069억원(223명)을 환매해 줬다. 31개 펀드 중 27개 펀드는 자체 자금으로 환매됐으나 라임마티니4호를 포함한 4개 펀드(29명)는 라임이 불법적으로 자금을 동원해 환매해준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판매사 권유에 따른 정상 환매”라는 입장이다. 미래에셋도 “당시 라임 관련 불안감이 커지는 시기여서 환매를 권유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그래픽=정인성
◇”미래에셋 해명, 석연치 않은 부분 많아”
금융권 전문가들은 “미래에셋의 해명에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다”는 입장이다. 먼저 미래에셋이 라임마티니4호 가입자 전원에게 동시에 환매를 권유한 것이 보기 드문 일이라고 지적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개방형 펀드는 원하는 사람이 환매 신청을 하면 먼저 돌려주고 나머지는 특별히 신경 안 쓰는 게 업계 관행”이라며 “미래에셋이 가입자 모두에게 환매하라고 했을 정도면 큰 문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을 먼저 알고 고객들을 특별 관리해 준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라임은 라임마티니4호 가입자에게 투자금을 돌려주는 과정에서 돈이 모자라자 불법으로 회사 고유 자금까지 동원해 환매 기일(신청 후 일주일)을 맞춰줬다. 이런 불법 환매가 판매사인 미래에셋이 모르는 상황에서 일어난 것인지가 금감원의 검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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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미래에셋 설명대로 당시 라임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환매를 권유한 것이라면 미래에셋이 다른 개방형 라임펀드 가입자에게도 환매를 권유한 사실이 있는지 확인해봐야 한다.
금감원은 라임마티니4호의 투자자 모집 과정도 들여다볼 것으로 알려졌다. 상당수 라임펀드가 설명회 등을 통해 가입자를 모았는데 해당 펀드는 이와 다른 경로로 판촉이 이뤄졌는지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28일 김상희 의원의 라임펀드 특혜성 환매 의혹과 관련해 “금융감독원이 아니라 ‘금융정치원’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반드시 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