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었다 갑시다 / 강학규
저 높은 산
정상을 밟는 것을 목표로 하고,
산을 오릅니다.
동행하는 이와의 대화는 단절되고,
오직 정상 정복이 목적이 되어버렸습니다.
눈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자연은
눈에 제대로 들어오지 않고,
고운 새소리도,
뭇 벌레들의 울음소리도
귀에 들리지 않습니다.
산허리를
휘감고 흐르는 구름의
멋진 춤사위도 스쳐지나갑니다.
우리의 삶이 이렇지 않나요.
오직 목표로 하는
그 무엇을 위해 달음질쳐온 삶,
우리의 삶을 사는 동안
잠깐만 가는 걸음 멈추고
눈 돌리면 이토록 아름답고,
멋진 삶의 가운데 있음을 알터인데...
우리에게는 멈추어 서서 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부지런히 가는 걸음 멈추고,
눈을 뜨고 귀를 열어보고,
향기로운 향기에 취해보는
여유가 필요합니다.
꼭 볼 것, 들을 것 없다 하더라도,
멈추어 자기를 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우리 잠깐 쉬었다 갑시다.
가을엔 쉼을 얻으세요
https://www.youtube.com/watch?v=bxEMvBPacps
아침 저녁은 서늘
한낮은 여름 열기 먹음었다
전형적인 가을 날씨에
오곡백과 잘 여물겠다
산책을 나서니 자욱한 안개로 시야가 흐리다
가을이 되니 자주 아침 안개가 인다
기온차가 크기 때문이겠지
텅 빈 논에서 한무리 산비둘기가 날아 오른다
떨어진 이삭 주워 먹다가 발소리에 놀랬나 보다
이제 본격적인 수확이 시작 되고 있다
황금 들녘도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지고 황량한 들판으로 변하겠지
마음이 울적해서인지 몸도 무겁다
쓸데없는 일에 괜히 집중하다보니 마음이 편치가 않다
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 감정이 오래간다
이도 천성인가
집에 오니 집사람은 목욕을 갔다
동물 챙기는데 육추기 안의 병아리 한 마리가 죽었다
왜 이러지
육추기 안에선 서로 덩치가 비슷하니 압사당할 리가 없는데..
더구나 다리에 털 달린 병아리들이 주로 죽는다
뭐가 잘못되었는지 알 길이 없다
오골계는 알을 낳지 않는다
알을 품고 있는 녀석이 세 마리
나머지 10여마리는 알을 낳아야할건데 알이 보이질 않는다
아마 품고 있는 자리에 알을 낳아 버리는 것같다
에라 알받긴 틀렸으니 오골계나 많이 부화해 보자
닭장엔 암기러기 한 마리만 알을 낳는다
암기러기가 무려 10여마리나 있는데...
다른 녀석들은 뭐하는지 모르겠다
아래밭에 내려가 무 잎을 솎아 주었다
무잎은 좀 따주어야 무가 커진다고 한다
솎은 무잎이 너무 좋다
이걸로 시레기를 만들기 위해 잎이 좋은 건 따로 모았다
집사람 전화
빨리 올라와 아침 식사 하자고
어느새 아홉시가 다 되었다
식사하고 내려와 다시 솎아 주어야겠다
이장님 부재중 전화가 들어 왔길래 전화
어제 내 전화를 받질 못해 죄송하다며 무슨 일있냐고
내가 옆집 유씨에게 손해배상 청구해 판결 받은 내용을 설명해 주었다
이장으로선 마을분들끼리 벌어진 소송 결과에 대해 알고 있을 필요가 있지 않겠냐고
알려주어 고맙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있어선 안되겠는데 어떨지 모르겠다고
팔십이 넘은 분이 더 이상 이런 송사에 휘말리면 되겠냐고
내가 오죽 했으면 소송까지 했겠냐며 이해해 달라 했다
난 이 마을에 들어 와 서로 도와가며 오순도순 즐겁게 살고 싶다고
충분히 내 마음을 알겠단다
내가 소송 결과에 대해 정확히 말을 해 드렸으니 다른 말이 돌게 되면 이장으로서 분명하게 내 입장을 말해 달라 부탁했다
집사람이 장터국밥 사장이 김치 담았다고 한보새기 주더란다
아마 기러기를 가져다 준 보답인가 보다
김치가 맛있다
새 김치에 아침을 맛있게 먹었다
리어카를 가지고 아래밭에 내려가 나머지 무잎을 솎았다
어느 정도나 무 잎을 따주어야하는지 모르겠다
노랑 물든 잎과 너무 큰 잎을 따주었다
작년까진 무 잎을 따 준 기억이 없는데..
이번 무잎은 크고 너무 싱싱
그래서 따주는 걸까?
일단은 큰 잎들을 모두 따주었다
배추도 무름병이 와 다섯포기나 죽었다
무름병 온 배추를 뽑아 닭장에 던져주니 잘도 먹는다
무잎은 씻어 데치기로
집사람이 너무 많다며 일부는 닭 줘 버리는게 어떠냐고
이왕 솎아 왔으니 삶아 말리기도 하고 된장국 끓여 먹어도 좋지 않겠냐며 삶기로
오늘 큰며느리가 온다니 며느리도 좀 주어야겠다
큰형수님 전화
마음 고생 많았다며 승소했으니 그 사람을 용서 해주고 마음 편하게 건강히 살으란다
감사한 말씀
그래 승소했다는 자체가 중요한거지
그러나 내가 받을 건 확실히 받는게 좋겠다
저 사람에겐 그럴 필요가 있을 것같다
재운동생에게 내게 땅을 팔지 않았다고 엉터리로 말한 걸 보면 반성하고 있는 건 아니다
계약서가 있는데 그게 통할까
왜 그리도 어리석을까?
구원장 전화
마음 고생 많이 하셨다고
확실히 매듭짓고 즐겁게 살란다
고마운 말이다
이제는 흐트러지지 않고 내하고 싶은대로 하면서 사는거지
참깨대를 때며 물을 끓였다
집사람이 데칠 땐 찬물에 넣고 삶아 버리면 안된단다
물을 먼저 팔팔 끓인 뒤 거기에 무 잎을 넣어 데쳐내면 된다고
참깨대 불담이 약해 재만 쌓일 뿐 물이 쉬 끓지 않는다
대나무를 쪼개 땠다
대나무는 통째로 때면 펑하고 터지기도 한다
그래서 대나무를 땔 땐 미리 구멍을 내야한다
대나무를 때니 물이 끓는다
소금 한주먹 넣고 무잎을 데쳐 냈다
무잎이 많아 두 번에 걸쳐 데쳤다
처음에 데쳐 낸 건 된장국 끓여 먹으면 좋을 듯해 찬물에 담가 두었다
두 번째 데쳐 낸 건 바로 그물망에 널었다
집사람이 말릴 땐 찬물에 담그지 말란다
그래야 잘 마른다고
큰애에게 전화하니 지금 오고 있단다
이제 온다니 잠깐 밤주우러 뒷산으로
골프장 넘어 가는 길에 늦밤나무 한그루 있다
이제 밤이 떨어지기 시작
밤도 먹을 만하게 크다
금방 한됫박 정도 주웠다
다음에도 또 이만큼 떨어질까?
그 옆 밤나무에 가보니 여긴 다 된 것같다
상당히 큰 밤인데 벌써 끝나다니..
하기사 올핸 밤이 많이 달리지 않았다
다시 자리를 옮겨 큰 밤나무 밑으로
여기 밤은 세 개만 쥐어도 한주먹
밤톨 하나가 뻥 보태면 애기 주먹만하다
우리집 근처 밤나무 중 가장 크다
밤이 꽤나 떨어졌다
모두 줍고 보니 한됫박 이상
여기 밤만 주워도 충분하겠다
집사람 전화
애들 왔으니 빨리 내려 오란다
손주들이 인사도 잘한다
어릴 땐 볼 때마다 달라지는 것같다
점심은 손주들이 짜장을 먹고싶다고 하니 중식당에 가잔다
그럼 대명관에 가서 탕수육과 쟁반짜장을 먹어도 좋겠다
대명관에 가니 당분간 쉰다고
연수회관에 가니 코로나 후유증으로 식당 문을 열 수 없단다
이런 짜장 한 그릇 먹기 어렵다
손주들이 짜장을 먹을 수 없다니 김밥을 먹고 싶단다
연담가든에 가서 손주들은 김밥 우린 애호박 찌개와 내장탕을 시켰다
손주들이 김밥을 잘먹는다
난 내장탕에 막걸리 한병 곁들였다
반찬이나 탕에 조미료가 많이 든 듯 하다
음식들이 느끼한 맛이 난다
다음에 여기 오기가 어렵겠다
손주들이 아이스크림을 사달라고
민재는 왜 그리도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지...
사거리 마트에 가니 아이스크림보다 과자 하나를 먼저 든다
그것도 사고 아이스크림도 사라고
그럼 콘 하나 먹겠단다
녀석 더 많이 사달라고 해도 사줄건데...
콘과 과자를 사주었다
집에 와 낮잠 한숨
오전에 일을 많이 해서인지 그대로 곯아 떨어졌다
집사람이 애들 간다고 깨운다
일어나니 벌써 세시
황룡강 꽃 구경하고 가겠단다
밤과 무시래기등을 챙겨 주고 우리도 큰형님댁에나 다녀 오자고
밤 고구마 시래기를 좀 가져다 드리면 좋겠다
황룡강 꽃길을 지나는데
와 곳곳이 주차장으로 변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꽃구경 왔나
노란꽃 잔치 때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몰린 것같다
큰애에겐 간이 주차장에 파킹하고 강변 따라 꽃구경 하라하고
우린 큰형님댁으로
차들이 막혀 그 자릴 빠져 나오는데 10여분 정도 걸렸다
형님댁에 가니 형수님은 광주 나가셨다가 지금 오시고 계신단다
고구마 밤 시래기등을 드렸다
좀 있으니 수정이가 엄마를 모시고 왔다
작은아버지 오셨냐고 반갑게 인사한다
쉬는 날이면 부모님을 찾아뵙는 질녀가 보기드믄 효녀
내가 오히려 더 고맙게 느껴진다
형수님께서 이젠 잊어 버리고 건강히 즐겁게만 살으란다
저희들 걱정 하시지 말고 두분이 건강한게 저희들 즐거움이라고
이제 연세들 많으시니 항상 걱정
건강히 계시다 어느날 소리없이 떠나기를 염원해 본다
노열동생 전화
우리 배추를 살펴 봤더니 절반 정도가 무름병 와서 주저 앉았단다
아침에 무름병 든 걸 서너개 뽑았는데
이거 올해 배추 농사는 그른 것같다
무름병이 와버린 배추는 바로 죽어 버린다
사전 예방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
집에 와 아래밭 들러 배추밭을 살펴보니 25포기가 주저 앉았다
주로 비올 때 물이 빠지는 아랫쪽 배추에 무름병이 왔다
무름병 약도 두 번이나 해주었건만...
왜 이렇게 형편없이 돼버렸을까
내가 약을 제 때에 하지 못해서겠지
오늘 저녁은 아산형님과 약속
김가네 식당으로 가 김치찌개에 막걸리 한잔
오늘이 아짐 생신이라고 해서 축하한다고
항상 건강하게 사시라 했다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내 소송이야기
자기와 통화할 때 녹취를 한 건 불법이 아니냐고 아산형님이 말씀 하신다
제 삼자가 녹취하면 불법이지만 서로 같이 이야기 하고 있을 때 녹취한 건 불법이 아니라고
내가 아산형님과 통화한 걸 이번 소송에 제출 것을 두고 계속 찝찝해 하신다
언제든 자기가 증인 서주겠다며 소송하라고까지 말씀하셨던 분인데 막상 일가들이 녹취해 제출한 걸 가지고 비난하니 좀 못견뎌 하시는 것같다
옳은 일을 한 것인데도 그걸 당당하게 따지지 못한다
그래서 세상살이가 어려운지 모르겠다
그래도 이 마을에서 날 지지해 주시는 분
조금이라도 마음을 풀어 드릴려 녹취한게 불법이 아니라는 것을 여러 예를 들어가며 설명해 주었다
집성촌이라 타성과 친하니 자기네들끼리 왕따 비슷하게 따 돌림 한다
오늘은 아짐 생신이라고 내가 먼저 계산해 버렸다
유씨에게 배상을 받는 날은 걸게 한번 사야겠다
주말 연속극 보며 집사람 부황 떠주기
아프지 않고 살 수 있음 참 좋겠다
창문을 여니 포근한 공기가 밀려든다
앞마을 가로등이 반짝인다
님이여!
월요일인 오늘은 대체 휴무일
날씨도 화창하다니 가을꽃 찾아 나섬도 즐거움 이리라
이 주에도 함께 나누고 베풀면서 즐겁고 재미있는 일만 님의 주변에 가득 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