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기장군이 일광면 동백리 425의 1 일대에 조성할 계획인 야구 박물관과 명예의 전당 조감도. 부산 기장군 제공
- 球都·사회인야구장 조성 어필 - 경쟁 벌이던 서울·인천 제쳐 - 향후 구체적인 일정은 미지수
부산시가 '야구 박물관 및 명예의 전당(이하 명예의 전당)' 유치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9일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제2차 이사회를 열어 '명예의 전당' 건립 우선협상대상자로 부산 기장군을 선정했다. 부산은 그동안 경쟁을 벌여온 서울과 인천을 제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됨으로써 명예의 전당 유치 가능성을 높였다.
KBO는 한국야구 100년, 프로야구 30년을 기념해 2011년부터 명예의 전당 건립사업을 추진했다. 이와 관련해 부산, 서울, 인천 등 3개 도시가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서울은 두산과 LG, 넥센 등 프로팀이 3개 있고, 인구가 가장 많다는 점을 내세웠고, 인천은 한국야구의 발원지임을 강조하며 경쟁에 나섰다. 부산은 어느 지역보다 열광적인 야구팬을 갖고 있는 '구도(球都)'라는 점을 KBO에 호소했다.
부산시는 당초 사직야구장 인근에 명예의 전당을 유치할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주차장 부족 등의 문제점을 고려해 기장군 일광면 동백리 일원으로 대상지를 변경했다. 이 과정에서 군은 건립부지(5000㎡)를 제공하기로 했고, 시는 명예의 전당 및 야구장 조성 건축비 전부와 박물관 운영비 일부를 부담하는 안을 제시했다. 특히 기장군은 명예의 전당과 더불어 19만6000㎡ 부지에 사회인야구장 4면과 리틀야구장 2면, 실내 야구연습장 등의 '야구 테마파크' 조성계획을 앞세웠다. 이런 점들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이끌어낸 것으로 분석된다.
명예의 전당 유치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KBO는 2011년 유치도시 제안을 받은 뒤 지금까지 대상지를 선정하지 못했다. 명예의 전당 건립이 제10구단 창단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회 등 다른 현안에 밀린 결과다. 바꿔 말하면, KBO로서는 '급할 것이 없다'는 셈이다.
KBO는 이번에도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했을 뿐 향후 구체적인 협상 일정이나 내용 등에 대해서는 정하지 않았다. 부산시는 향후 KBO와의 실무협상 및 협약체결 절차를 거쳐 5월 중에 입지가 확정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나, 이는 시의 '희망사항'이다. 또 실무협상이 삐걱거리면 우선협상대상자는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이 때문에 유치 확정까지는 상당 기간이 소요될 수도 있다.
시 관계자는 "빠른 시일 내 전문가 자문위원회를 열어 구체적인 전략과 계획을 수립할 것"이라며 "그동안 유치도시 결정이 많이 지연된 만큼 최대한 속도를 내 협상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