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클 합창단 근황 365번째 글입니다. 2015년 2월 들어 첫 연습일지로, 베토벤의 다
섯 번째 연습과 [아리랑] 9번째 연습이 있었습니다. 공연 270일 전이고, 연습 횟수로
는 44번째 날로 43번의 연습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오늘의 출석 인원은 소프라노 4
명, 앨토 5명에 남성 단원에 테너 3명, 베이스가 2명이 모여 모두 14명이었습니다.
이런 저런 사정으로 공연에 참가할 예정이지만 연습에 빠진 사람이 몇 되는데, 지금
그들 모두가 모여서 제대로 된 사운드 조정을 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고대해
봅니다. 뮤클 합창단은 바로 우리 바로 위층에서 연습하고 있는 모 동문 연합합창단
처럼 기수별로 군기를 잡으면서 모임을 강행할 수 있는 단체가 아니라서 단원들 개
개인의 자발적인 참여가 절실한 실정입니다.
오늘 연습은 먼저 베토벤 곡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지금 <글로리아> 부분을 연습하
고 있는데, 오늘은 20쪽 224마디부터 마지막까지의 연습을 마쳤습니다. 사실 마쳤다
고 하기에는 좀 어폐가 있는 듯 합니다. 그냥 전체적으로 맛만 보고 대량 간을 봐 둔
상태라고 할까요? 사실 이 즈음해서 곡에 대한 대체의 윤곽을 잡고, 가능하면 곡의
세부까지 박자와 음정을 다 익혔으면 좋겠는데, 그리고 그렇게 하는 것이 앞으로의
연습일정을 소화시키는 데나 앞으로 참여하게 될 후발 주자들에게 좋은 길 안내를
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이겠는데, 그게 생각처럼 그렇게 쉽게 되지는 않습니다. 사실
저의 경우도 어찌 된 셈인지 이번만큼은 집에서 단 한 시간도 연습을 해 보지 않았습
니다. 무엇이 그렇게 바빴나? 잘 모르겠네요. 이런 대 곡을 하면서 일주일에 한번 모
이는 전체 연습시간에 전부를 다 걸었다는 것이 다소 어불성설이라는 느낌을 갖게
되네요.
그래도 막상 연습에 들어가 보면 이전에 집이나 연습장에서 좀 연습해 둔 게 있어서
대강 따라갈 수는 있더군요. <코르위붕겐> 공부를 할 때 음정 도약 능력이 기초적
소양으로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지금 이렇게 전체 연습을 하면서 나름대
로 음정을 찾아 나가는 것, 그리고 박자를 정확하게 읽어나가는 훈련을 하는 것이 이
곡을 연습하는 데나 전체적인 음악적 소양을 기르는 데나 필요할 듯 합니다. 물론 음
악을 전업으로 하는 사람처럼 기본적인 독보 능력으로 노래를 그냥 불러 낼 수 있다
면 그지없이 만족스럽겠지만 지금 와서 그런 경지까지는 바랄 수 없겠고요.
지금 뮤클 합창단에서는 아카펠라 곡 연습도 병행하고 있는데, 사실 베토벤의 미사
곡 연습을 하면서 느끼는 것은 그래도 반주부를 유심히 잘 듣고 있으면 음정이나 박
자를 충분히 잡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에는 반주부의 음을 정확하게 잘 들으
면서 자기가 필요한 부분을 짚어낼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겠죠? 집에서 음반으로 연
습을 할 때는 관현악 음으로는 그리 분명하게 잡히지 않는데, 피아노를 하나하나 짚
어가는 반주 음은 노래 부르기에 오히려 더 유리한 듯 합니다.
집에서 하는 연습보다 이 연습이 가지는 잇점은 더 있습니다. 집에서는 제대로 된 발
성으로 연습을 하고 있는지 아닌지 판별할 기준이 없어서 그냥 제멋대로의 연습을
하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는데, 여기 와서는 지휘자의 영도 아래 제대로 된 소리를
내는 길로 연습을 하고 있다는 점이 그것입니다. 사실 집에서의 연습에 자신이 없는
것은 지금 하는 연습이 바로 된 연습인지 가늠이 되지 않아 그냥 바른 박자와 음정
잡기에만 급급한 연습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여기서는 사실상 단체 레슨 수준
의 연습을 하고 있으니,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실력이 붙고 있는 것이죠.
이런 면은 2부 연습에서 [아리랑]연습을 하면서 드러납니다. 지휘자는 [아리랑]연습
을 한번쯤 전체적으로 마무리를 짓고 싶어 하는데, 지금 단원들이 필요한 만큼 모이
지 않아서 그것을 못하고 있노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2부에서 오늘 출석 단원 전원
이 다 찬 상태가 되어 정리를 한번 시도해 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와서 또 우
리들에게는 상당히 섬세한 균형잡기가 요구됩니다. 베이스를 보고 평소에 레가토로
소리를 부드럽게 이어가기를 주문했던 지휘자가 이번만큼은 한 음 한음 또록또록
힘주어 강조하면서 부르기를 요구합니다. 강세에 있어서도 앞에서 힘을 주고 뒤를
빼는 방식을 강조하여 흔히 그 뒷소리는 들리지 않아도 된다고 하더니 이번에는 음
을 쪼개어서라도 한 음 한 음을 분명하게 다 내어 달라고 요구합니다. 그러다 보니
역설적으로 말해 [아리랑] 부르기가 베토벤의 미사곡 부르기보다 더 힘들어집니다.
그러니까 물리적인 힘 가하기가 [아리랑]이 훨씬 더 하다는 것이죠. 특히 아리랑 마
지막 부분은 영 지휘자의 성에 차지 않는지 지휘자는 몇 번이나 반복 훈련을 시켰습
니다. [이라랑]연습에서는 특히 경상도식 발음하기가 노래 부르기의 장애 요소로 등
장해서 그 점에 대해서도 많은 지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아예 악보에다가 그
부분에 특별한 표시까지 해 두었습니다.
베토벤의 미사곡은 솔로 부분과 뚜띠 부분이 마구 뒤섞이어 나온다든가, 이를테면
죄를 고백하는 부분 자체가 대단히 강력한 힘을 지닌 채 나온다든가 하는 것들에 상
당히 유의해야 하는 것처럼, [아리랑]은 우리가 평소 알고 있는 국악이나 민요로서의
면모가 아닌 클래시컬한 아리랑의 연습을 위해 앞으로도 더 많은 공부를 거쳐야 할
듯 합니다. 베토벤 미사곡은 다음주에 이제 [크레도]연습으로 넘어갈 것인 바, 이 곡
도 정말 만만치 않은 곡이고, 단무장이 지적했듯이 이 곡은 뒤로 가도 가도 우리에게
한 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하는 곡이라 앞으로 우리에게 남겨진 공부 과제
도 아마 엄청나게 많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이에 두려워 무릎을 끓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뮤클 합창단이 어떤
단체입니까? 지휘자 말대로 거의 매 공연마다 전 곡을 ‘틀리지 않고’ 거의 완벽하게
블러낸 합창단입니다. 설사 우리 앞에 우람하게 힘든 과제가 버티고 있다 할지라도
‘서두르지 않고 멈추지도 않고’ 우리의 길로만 꾸준히 나아간다면 언젠가는 다시 찬
란한 결실이 기적같이 다가올 것입니다. 그 기적의 날을 기대하며 오늘의 연습 후기
를 닫습니다.
좋은 공연 & 소중한 만남은, 언제나 [뮤클]과 함께 ^^ http://cafe.daum.net/muk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