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연
배철현지음
21세기북스
2016년1쇄발행
총 317쪽
96쪽
나에게 호수는 묵상이다.
매일 아침 내 마음은 거대한 자연의 비밀을 훔쳐보는 관객의 기쁨으로 넘쳐난다.
인간의 언어와 숫자는 이 벅찬 감정을 표현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전통적인 철학이나 종교, 수학의 표현을 넘어서는 압도적인 감동이다.
나는 내 마음 속 깊은 곳에 이런 벅찬 감정이 숨어 있다는 사실에 놀란다.
호수는 일상이 강요하는 산만함과 진부함을 단숨에 물리친다.
그 옛날 천상의 마차를 타고 승천했다는 예언자 엘리야의 기분이 꼭 이랬을까?
호수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다.
단지 내가 보지 못했을 뿐이다.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는 이유로 무의미하게 치부했던 것이다.
동일한 사물이나 사람을 깊이 응시하고 자신이 사라지는 상태로 진입하는 단계를 '관조'라고 한다.
248쪽
인생은, 자기 자신을 찾느냐 하는 문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창조할 수 있는지의 문제다.
---- 조지 버나드쇼
251쪽
많은 사람들이 타인이 만들어 놓은 획일화된 도그마와 지식을 강제로 암기하는 것이 교육이라고 착각한다.
이런 교육은 자신의 편견을 더욱더 견고하게 할 뿐이다.
우리는 이 껍데기를 깨고 제3의 눈을 통해 객관적이면서도 동시에 주관적으로 자신의 편견을 관찰해야 한다.
힘들더라도 이 낯설고 불편한 시공간으로 진입해 그 안에서 견디는 노력이 교육이다.
이것이 바로 스스로를 자기답게 만드는 여정의 첫걸음이다.
254쪽
자신이 알고 있는 세계가 편협하다는 것을 깨닫고
그것으로부터 탈출하여 다른 세계를 경험하는 것이 교육의 핵심이다.
265쪽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것은 매순간 자기 확신과 그 확신을 지켜내는 인내다.
끊임없이 우리를 다른 무엇이 되라고 유혹하고 강요하는 세상에서, 진정한 자기 자신으로 사는 것은 얼마나 숭고한 일인지!
그것이 참된 성공의 의미는 아닐까?
288쪽
'착함'에 해당하는 히브리어는 '토브'이다.
'선하다'라는 뜻과 '향기'라는 의미를 동시에 지닌다.
'착한사람'은 일반적으로 수동적인 의미가 강조되어 자신의 생각을 감추고 남의 의견에 동의하는 자라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런 사람은 '착한 사람'이 아니라 '멍청한 사람'이다.
토브를 지닌 사람은 자신이 의도하지 않아도 그의 생각과 행동에서 좋은 향기가 풍긴다.
착함이란 자신의 삶을 깊이 들여다보고 자신에게 소중한 것을 찾아 인내로서 지켜내는 행위다.
그리고 '나는 향기로운 존재인가'를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연습하는 삶이다.
316쪽
이 심연 속에서 우리는 이익에 매몰된 오래되고 보잘것없는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화살처럼 빠르게 지나가 버리는 세월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망각하고 남들이 세워놓은 기준에 따라 살아가기 쉽다.
또한 자신의 유일한 임무보다는 가족이나 친구 혹은 사회가 요구하는 그 어떤 허상을 위해 맹목적으로 행동하곤 한다.
우리가 자신에게 유일한 임무와 길을 깨닫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인내를 가지고 자신을 응시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심연은 바로 그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응시하는 거룩한 공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