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우리의 사법 정의, 멀어도 한참 멀었다! =민경한 변호사/법무법인 상록

[이연숙]

우리의 사법 정의, 멀어도 한참 멀었다!

민경한 변호사/법무법인 상록 

지난해 7월의 H신문 8, 9면을 보던 중 법조관련 뉴스 3건을 접하게 되었다. 3건 중 1건만도 모두가 사법정의를 심하게 훼손하는 일인데 3건을 한꺼번에 접하니 25년간 법조생활을 해 온 사람으로서 분통이 터지고 정말 부끄러웠다. 일반 국민들은 이런 사례를 보면서 무력감을 느끼고 사법기관을 도저히 신뢰할 수 없을 것이다.

첫 번째 뉴스는 이주노동자의 노동 3권 인정여부에 대해 대법원이 7년여간이나, 판결하지 않고 침묵을 지키고 있다는 것이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은 임금체불이 되고 각종 인권침해를 당할 때 노동조합이 있으면 많은 도움을 받을 것이다. 

서울고등법원은 2007년 2월, 불법체류 외국인이라 하더라도 우리나라에서 근로를 제공하고 임금을 받으며 생활하는 이상 노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는 근로자에 해당한다며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노동 3권을 인정한 판결을 내렸다. 

국적에 따른 근로조건의 차별대우를 금지한 근로기준법, 조합원 자격과 관련해 인종 등에 의한 차별대우를 금지한 노동조합과 노동관계조정법, 노동자의 단결권 및 단체교섭권 등을 보장한 헌법을 근거로 들었다. 헌법과 법률에 비추어 보면 지극히 당연하고 타당한 판결이다. 

법리판단 문제로 별로 복잡하지 않은 사건일 것이므로, 대법원이 쉽게 판결할 수 있을텐데도 6년 4개월 동안 판결하지 않는 것은 이주노조의 출범을 꺼리는 정치적 판단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국제노동기구도 이주노조를 인정하라고 여러 차례 권고하였다고 한다. 

대법원이 이렇게 직무를 유기하고 있는 동안 이주노조 간부와 조합원들은 표적 단속이 되어 초대 지부장부터 6대 지부장까지 강제추방 또는 강제출국 되었다고 한다. 정을병의 풍자소설 ‘육조지’의 ‘판사는 미뤄 조지고, 검사는 불러 조지고, 경찰은 때려 조지고,….(생략)…. ’라는 말이 실감이 난다.

두 번째는 ‘버티는 김학의에 두 손 든 경찰’ 이라는 뉴스다. 건설업자 윤 모씨의 성 접대 로비 의혹을 받고 있는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이 몇 차례 출석을 거부하며 경찰 소환에 불응하자 경찰이 체포영장을 신청하였으나 검찰이 기각하고 입원중인 병원을 방문해 조사하였다고 한다. 김 차관 측은 맹장 수술과 신경과 치료로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출석할 수 없다는 것이다.

얼마 전에는 N의원 남편 K부장판사가 기소청탁과 관련한 경찰 소환에 3회에 걸쳐 불응하고 서면조사만 받았고, 이상득 의원이 여비서의 계좌에서 발견된 출처 불명의 현금 7억원에 대하여 처음에 서면조사를 받고 여론의 질타를 받아 나중에 구속되었다. 

이명박 대통령 아들 이시형씨는 내곡동 사저구입과 관련하여 고발당하였으나 서면조사만 받고 무혐의 처분되었다가 특검이 실시되었다. 어떤 피의자가 경찰이나 검찰에 소환되어 조사받고 싶겠는가? 모든 피의자가 서면조사나 방문조사를 받고 싶을 것이다. 

경찰로부터 소환 요청을 받은 평범한 시민이 맹장수술 받고 스트레스로 병원에 입원했다는 이유로 3차례 이상 소환에 불응해도 방문조사 해 줄 것인가? 법무부 차관, 부장판사, 대통령의 형이나 아들 등 권력층에게만 왜 특혜를 주는가? 정의의 여신이 강조하고 있는 것처럼 정의와 형평은 법의 중요한 양대 이념이다.

세 번째는 ‘전두환 동생 전경환, 8번째 형집행 정지’ 뉴스다.

사기죄로 5년형을 선고받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동생 전경환이 2010년 5월 수감된 이래 1년간 복역한 것을 제외 하고는 뇌경색 등 건강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8번째 형집행 정지를 받아 병원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 여대생을 살해하고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모 제분회사 사장 부인 윤모씨가 수차례 형집행 정지 결정을 받고 4년여를 호화생활을 하였다는 보도로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꾀병도 있겠지만 전국의 교도소 수감자들 중 뇌경색을 비롯하여 다양한 병으로 건강이 좋지 않은 사람들이 수없이 많을 것이다. 

이들은 한 번의 형집행 정지는 커녕 외부병원에서 진찰받는 것도 쉽지 않다고 들었다. 그런데 전경환의 병력이나 건강상태에 대해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3년 사이에 8번이나 형집행정지를 해 준 것은 극히 이례적일 것이다. 

조사를 해 보면 알겠지만 8번의 형집행정지 중 상당수는 특혜성 형집행정지가 아니냐는 지적에 공감이 간다. 위 3가지 사례를 접한 아침 매우 우울한 마음으로 출근하면서 우리나라에서 사법정의는 아직 요원하고, 아니 불가능한 것처럼 여겨졌다.

[앰네스티]

쌍방대리 범위를 명확하게 하지 않은 점은 아쉽다는 반응도 있다.
민변의 사법위원장인 민경한 변호사는 "쌍방대리를 금지하는 사건의 범위를 '법률자문 등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것'으로 했어야 했다."면서 "그 부분에서 향후 논란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연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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