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이의 꿈 이야기 흥미진진하군요.
저는 별로 꿈을 기억하지 못하는데 이번 꿈은 아주 새롭고 생생하군요.
한참 지나도 잊혀지지 않아요.
수학능력고사 바로 전날밤에 꾼 꿈이에요. 딸이 고 3인데 전날 밤 긴장되어 잠이 안 온다고 안방으로 건너와 제 옆에 누워 잤어요.아침에 아이가 먼저 일어나 준비하고 저는 아마도 꿈을 꾸느라 그랬는지 좀 늦게 일어났어요.
배경은 좀 어두운 골목이거나 시장통인거 같아요. 혼자 걷고 있는데 나보다 훨씬 큰 거북이가 쏜살같이 돌아다니고 있어요.
사방팔방 좌충우돌이에요. 입을 벌리고 있는데 뾰족한 이빨들이 보여요. 난 거북이에게 치일까봐 얼른 비켜섰지요. 거북이는 내 곁을 쏜살같이 지나갔다가 다시 어디선가 나타나곤 했어요.
장면이 바뀌어 딸이 어딘가 시험을 보로가고 나는 커다란 호텔같은 곳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2,3층 높이쯤 되는 곳이었는데 전면에 커다란 창문이 있어요. 내가 그 창문을 활짝 열었더니 눈 앞에 푸르고 아름다운 바다가 펼쳐져요. 멀리 수평선이 보이고 비취색 바다에 하얀 포말이 부서지는 아름다운 바다에요. 감탄하며 보고 있는데 갑자기 고래 두 마리가 튀어 오르더니 우아한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져요. 몇 번이나 그러기에 옆에서 같이 기다리는 사람을 불러 보라고 했지만 그 때는 나타나지 않더군요. 다시 혼자 보고 있는데 또다시 뛰어오르더군요.
딸의 태몽이 거북이였어요. 커다란 호랑이가 엎드려 있는데 거대한 거북이가 호랑이 밑에서 엉금엉금 기어나오더군요. 참고로 제가 호랑이띠라 그런지 호랑이에 대한 느낌이 남다르답니다.
평소엔 별로 꿈도 안 꾸던 터에 특별한 날 바로 전에 꾼 꿈이라 아주 생생하고 신기했어요.
첫댓글 며칠 동안 이 꿈의 의미를 생각했습니다. 이게 내 꿈이라면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수능 시험 전인 거지요. 당연히 엄마의 마음은 온통 아이에게 쏠려 있지요. 나도 그렇더라구요. 막내 놈이 수능을 앞두고 꾼 꿈이 있었어요. 그때 내 꿈에는 용이 나타났는데요. 사과향기님 꿈에는 거북이가 나타났군요. 일종의 아이를 상징하는 동물신이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거북이가 쏜살같이 돌아다니고 있어요. 야생의 에너지가 느껴지지요. 이빨이 드러나 보이구요. 사방 팔방 좌충우돌이지요. 이게 아이의 상징이 아닐까 싶어요. 아이는 이러한 강한 원시 심성의 에너지를 갖고 살아가는 거지요. 무언가 야생의 원시적인 힘이 있는 아이에요. 아직 다듬
어지지 않았어요. 이게 내 꿈이라면 엄마가 생각하는 아이의 상징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이 에너지가 강한 아이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역시 딸과 엄마의 관계에서 무언가 시간이 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아이가 갖고 있는 내면의 왕성한 에너지를 엄마가 인정하고 그대로 뻗어나가게 하는 무언가의 교감이 좀 막혀 있는 게 아닐까 싶어요. 내 꿈이라면요. 엄마는 그 야생의 거북이를 피했어요. 치일까봐 얼른 피한 거지요.
예전에 나는 아이가 바다속에 용하고 입을 맞추고 있더라구요. 그래서 나는 바다에 뛰어 들어 아이를 구하려고 막대기를 들고 용하고 싸웠어요. 용이 그러니까 막 화를 내면서 아이를 물고 바다 속으로 들어가려 하는 거에요. 그래서 겨우 막 싸워서 용을 물리치고 아이를 구했어요. 이 꿈을 꾸고 나서 나는 경고로 해석했어요. 그때 아이가 수능을 보고 나서 전화 통화를 했는데, 아이가 그래요. 아빠 나 망쳤어. 그러구 끊더라구요. 그 전화를 받고 나서 꾼 꿈이었어요. 나는 내가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 아이는 지금 용과 함께 하는 내면의 에너지를 갖고 있다. 그런데 내가 공연히 간섭해서 용과 함께 하는 내면의 에너지를 빼앗았구나. 이렇
게 생각하고는 아이 걱정을 딱 끊었습니다. 결과는 그래도 어찌 어찌 해서 학교엘 가게 되었어요. 내가 걱정을 하면서 간섭을 했다면 결과는 더 안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여튼 역시 꿈은 자기가 해석하는 게 가장 잘 하는 거지요. 그래도 다시 위 꿈이 내 꿈이라면요. 야생의 원시심성을 가진 거북이는 지금 어디로 튈지 몰라요. 상당히 위험한 상태에 있어요. 무언가 멘토가 필요할지도 몰라요. 그런데 엄마는 피하고 딸이 수능을 보러 간 뒤에 엄마는 호텔 같은 곳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나는 이 호텔이 나를 투사하면 어두운 골목이나 시장하고 너무나 대조가 되는 장소에요. 거북이가 노는 시장의 장소와 엄마가 기다리는 호텔
이라는 장소는 너무나 거리가 멀어요. 그만큼 엄마는 최첨단의 문화적인 공간 속에 있어요. 아이는 원시적인 공간 속에 있어요. 엄마는 하나의 타자로, 하나의 풍경으로 바다를 바라보고 있어요. 삶에 직면하는 꿈과 풍경으로 바라보는 꿈은 무언가 에너지가 다르지 않을까 싶어요. 창문 밖 바다에서 고래 두 마리는 도대체 어떤 의미일까요. 내 꿈이라면 또 이렇게 투사할 수 있겟어요. 무언가 현대인의 내면에 들어있는 야생의 그 무엇인 거지요. 아이는 돌고래와 같은 그 무엇인 거지요. 돌고래와 같은 삶을 살 수 있는 에너지를 가진 아이가 지금 호텔과 같은 문명의 장소로 들어가는 일종의 통과시험을 치르고 있는 거에요. 엄마는 호텔로
상징되는 계층, 문명의 틀 안 쪽에 서 있어요. 그런데 아이는 문명 이전의 원시 심성을 상징하는 본능의 영역속에 아직 머물러 있어요. 무언가 거리감이 있어요. 수능을 보는 때이니 만큼 결과가 어떻게 나던지 간에 이 꿈은 엄마가 아이에게 호텔로 상징되는 어떤 대학의 레벨 같은 걸 다 버리고, 니 있는 그대로 살아갈 수 있다는 자신감과 격려를 주는, 그러니까 엄마가 호텔의 언어를 버리고, 시장의 언어, 원시 심성의 언어를 사용하면서 좀더 정신적인 지지가 되어주는 무언가 격려가 필요할 것 같아요. 수능 이후 대학 시험을 치루기 까지 긴 시간이 있으니까요. 그럴 때 아이가 더 자신감을 가지지 않을까도 싶습니다. 하여튼 다 자기 투
사 인지라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지금도 의문이 꼭 대학을 가야하는건가 하는 근본적인 물음을 하고 있어요. 다양한 각도에서 이 꿈은 해석을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저 야생의 힘을 가진 거북이로 상징되는 아이가 행복해질 수 있는 삶의 방식은 무엇인가. 하나의 좋은 숙제를 얻고 갑니다. 어른들이 건강한 정신적인 지지가 되어 주어야 할텐데요. 그게 참 힘들지요. 꿈은 다층의 의미로 해석되지요. 시험이란 하나의 촛점에만 맞추어서 생각해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