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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갑을 줍다♬]
어제부터 손님이라고는 코빼기도 볼 수 없었다. 아무리 불경기라 하지만 10여년을 넘게 장사를 해온 중에 최악의 상황이었다. 이 상태가 몇 달만 지속된다면 산에 목매달러 갈사람 부지기수로 나오지 않을까 하는 염려조차 들 정도였다. 가게를 운영하자면 필연적으로 들어가야 하는 경비가 발생될 수밖에 없는데 이리되어서는 가게를 문닫아야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보증금도 못 건지고 빚만 산더미로 지고 길에 나 앉아야 할 판이었다.
라디오에서 들은 빚에 졸린 가장이 한강에 투신했다는 뉴스가 새삼스럽게 들리지 않는다. 투신자의 이름만 바꾼다면 그게 나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국회의원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쌈질에만 몰두하고 있고 돈이없어 코흘리개들 점심까지 삭감하지를 않나 커단 배가 침몰해도 일주일이 지나도록 원인도 못 밝혀내고는 그때 그때 땜방식으로 변명에만 일관하고, 실망이 넘쳐 분노를 일으키는 국민들이 늘어만 가고 있다. 마치 나라가 미쳐 돌아가고 있는 듯 보였다.
뉴스를 보고 있자니 짜증이 밀려 들어서인지 배가 살살 아파 오는 게 몸 컨디션이 정상이 아니다 .
답답함이 목젖까지 짓누르고 들어오는 게 이대로는 질식할 것만 같았다 암이 스트레스에서 시작되는 것이라면 제명에 살긴 아예 그른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 치밀어 올라, 도둑도 손님이라는 오기가 생겨 가게 문도 잠그지 않고 산에나 가자며 가게를 나섰다 단풍도 있는 놈에게 화려하지 없는 놈에겐 사치였다.
젊은 시절 화사함이 아닌 사람이 어디 있겠냐마는 썩어가는 단풍도 추해보이는 것이 인지상정이었다. 경제가 어려워서 그런지 떨어진 단풍들도 내눈에는 화려함도 보이지 않는다.
악재는 한꺼번에 몰려온다고 담배 떨어지면 돈 없듯이 배가 아파와도 그저 죽어라 참을 수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어제 남긴 식은 밥을 산에 가기위해 허겁지겁 먹은 것이 탈을 부른듯싶다.
며칠 전에 먹었던 호박 나물을 아까워서 버리지 않고 먹은게 탈을 불렀거나 식은 밥덩이를 물에 말아 들이키듯 먹은게 원인인듯, 싶기도 했다. 작은 냉장고를 산다, 산다 하면서도 계속되는 불황으로 인해 집에 생활비도 제 때 못 가져다주는 처지에 냉장고를 산다는 게 사치지 싶어 남은 음식들을 작은 다라에 물을 담아 그곳에 보관 하고는 했는데 음식 상한 줄 모르고 먹은 듯 했다. 활명수라도 사먹었으면 좋으련만 늦둥이 딸이 학용품을 사야 한다기에 주머닛돈을 털리고 궁하게 지낸지가 벌써 며칠째 이다.
여기서 조금만 더 가면 절 화장실이 나온다. (내 똥꼬야, 그때까지만 버터주렴) 다리를 외로 꼬면서 해우소를 향해 부지런히 발걸음을 해우소로 향했다. 해우소 안으로 들어서던 나는 심한 전기에 감전된 듯 멈춰서고 말았다. 갈색 지갑이 해우소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아마도 누군가 나처럼 급했던 사람이 흘렸을 것이리라! 얼른 지갑을 집어 들었다. 제법 묵직한게 돈이 많이 들어 있는 듯 했다. 갈등이 목젖을 타고 천천히 밀려들어온다. 인간은 합리적인 동물이 아니고 합리화 하는 동물이라 했던가?
벌써 나의 양심이 속삭여오는 달콤한 말에 귀를 기울인다. 이 돈을 잃은 자의 슬픔은 내 머릿속에서 스스로 정지되었다. 아니 강제추방 되었다는 말이 더 솔직한 표현이리라, 그래도 남은 양심은 있어서, 제발 이 돈의 임자가 돈 많은 사람이기를 빌고 또 빌었다. 돈 많은 사람들이 아무리 열심히 일했다 손 치더라도 20억 이상 소유 하기에는 계산적으로 불가능하지 않는가, 25세에 회사에 입사해서 60에 퇴직할 때까지 250만원씩 저금했다 하더라도 십억 오천밖에는 모을 수 없는 것 아닌가 하지만 지금 10억 5천은 강남 아파트 한 채 가격에 지나지 않는다.
돈 많은 사람들에게 어쩜 이 지갑 안에 있는 돈은 강남 룸살롱에서 하룻밤 술값에 불과할는지 모를 금액일수도 있는 것이다. 악마는 계속해서 내 귀에다 속삭이고 있었다. 듣다보면 악마의 목소리도 친숙하게 들리기 시작하면서 마치 다정한 친구의 음성을 닮아가는 듯 했다 하지만 또 한편 에서는 양심의 목소리가 조그마하게 들려오기 시작했다 만약 그 돈이 부모님 치료비를 겨우 구한 사람의 돈이라면... 그래서 잃어버린 돈으로 인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고 그 사람의 부모님이 돌아가시기라도 한다면 너는 그 죄를 어떻게 치르려 하느냐고 개도 안하는 짓은 하지 말라면서 나를 질책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친구의 목소리가 또 다시 들려오기 시작 한다 너는 앞으로 10일 후면 신용불량자가 되어 지금 네가 하고 있는 그 알량한 사업이나마 문을 닫아야 할 판이라면서 이것은 하늘이 주는 기회다 기회는 아무 때나 찾아오는 것이 아니며 오는 소나기는 일단 피하고 보는 법이라 한다.
내 친구와 내 양심이 서로 심하게 다투기 시작했다. 이건 정말이지 하늘 한번 쳐다보고 땅 한번 쳐다보고였다. 사형수들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기 위해 처형장에 들어가기 직전 누구나 하늘 한번 쳐다보고 땅 한번 쳐다 본다는 말을 박삼중 스님이 하셨는데 내가 지금 꼭 그런 심정이었다 하지만 일 년 넘는 부부 싸움 없듯이 싸움은 슬며시 끝나고 말았다. 소리도 안 나게 화장실 문을 살짝 밀고는 고개만 빠끔히 내밀어 화장실 밖을 살펴보니 아무도 없는 것이 참으로 다행이었다. 도둑질을 한 것도 아닌데 지갑을 열어보는 내 손이, 아니 숨이 턱턱 막혀오는 게 심장 마비가 이렇게 일어나는가 보다 싶었다.
우~씨 ! 수표였다 수표만 한 뭉텅이 보인다. 만 원짜리 현찰이 있어야 하는데 만 원짜리는 열두 장밖에 보이질 않는다. 수표 잘못 쓰다가는 감옥으로 직행함을 모르는바 아니므로, 지금 내가 습득한 수표는 타는 목마름에 바닷물과 다를 바 없는 것 이였다. 이것이야 말로 탄탄로스의 갈증이었다. 잔머리를 굴렸다. 내가 습득한 금액의 5%만 주인이 준다하면 얼마의 금액이 될까하고 수표를 세기 시작했다. 총 3512만 원이였다. 10%면 350만원이고 5%면 175만원을 사례비로 받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내게 175만원이 생기면 모든 게 해결된다 하는 생각에 마음이 급해졌다 신기하게도 똥마려움이 사라져 버렸다. 배 아픈 것도 멈추고 말았다
와~아 돈이 무섭구나! 이 모든 게 순식간에 해결되다니... 나는 우선 죄를 짓지 않는 것에 안도하였다. 친구도 이 방법에 흔쾌히 동조를 해주었다 어젯밤 꿈을 꾸었는지 기억에도 없는데 나는 횡재를 한 셈이었다. 평소 나쁜 짓 안 하고 살아온 것에 대한 보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파출소에 찾아가서 자랑스럽게 돈 지갑을 내밀었다. 경찰이 돈을 세워보더니 나를 존경의 눈빛으로 바라본다. 하지만 경찰은 모르리라 현찰이었다면 내가 그냥 먹어치워 버릴 수도 있었다는 것을. 그것 때문에 내 친구와 내 양심이 얼마나 심하게 다투었는지 그들은 전혀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가능한 한 나의 모습을 가장 처량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그래야 동정심을 유발할 것이 아닌가! 그래야 지갑 주인에게 나의 정직함을 설명해줄 것이 아닌가! 그래야 사례금을 한 푼이라도 더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닌가! 경찰이 커피를 타와 내게 권 하였다. 경찰에게 전에 돈을 뜯긴 적은 있어도 그들에게 이런 대접을 받는 것은 처음이었다. 나는 경찰이 내밀어준 양식에 나의 신상명세를 자세히 적기 시작 했다 만약 죄를 짓고 잡혀와 작성하는 것이라면 대충 쓰거나 일부러 빼기도 하였겠지만 정말 속보일 정도로 자세히 적어 제출 하였다 그 때 파출소에 전화가 왔다. 파출소 직원이 돈 지갑 형태를 묻고는 지금 착한 아저씨가 신고했다고 했다. 직원이 전화를 끊고는 나더러 조금 기다리라고 한다. 금방 파출소로 온다고 했다면서...
나는 경찰에게 물었다 “경찰관 아저씨 습득물 신고하면 사례비를 얼마 준다는 법이 있나요?” 경찰관이 답하기를 5%를 받을 수 있다고 했는데 옆에 있던 경찰 한명이 10%라고 정정을 한다. 그러자 쫄따구로 보이는 경찰이 다시 말하기를 본서에 있을 때 이 같은 사건을 처리했는데 법 규정상 정해진 범위는 따로 없다고 했다. 습득자가 분실자에게 주워 준 대가를 민사로 요구 할 경우에는 법이 적용될 뿐 거절할 경우에는 습득한 돈에서 얼마를 제하고 돌려 줄 수는 없다고 한다. 똑똑한 척 말하는 경찰관의 얼굴이 그렇게 미워 보일 수가 없었다. 파출소에 3명의 경찰관이 있었는데 3명의 해석이 제 각각이었다. 하지만 나는 10%를 준다는 경찰관의 말이 맞을 거 같은 생각이 들었는데 그 사람이 제일 똘똘해 보이고 그 중 뛰어난 경찰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나도 모르게 나는 자꾸 시계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렇게 초초한 시간이 지나고 중년의 남자가 들어선다. 아니 스님이었다. 스님이 한분도 아니고 서너 명이 한꺼번에 파출소 안으로 들어선다. 스님은 경찰관에게서 받은 지갑의 내용물을 살펴보고는 안도의 한숨부터 내 쉰다. 부처님 오신 날, 까지 절의 단청을 새로 입힐 돈이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만 원권을 전부 내게 주며 고맙다고 한다.(12만원) 내가 미리 세어봐서 12만원임을 알고 있었다. 내 표정이 순간에 실망의 표정으로 변했었나보다, 노스님이 젊은 스님에게서 돈 지갑을 빼앗더니 수표를 석 장을 꺼내 내게 주신다. 그래야 30만원 아니겠는가... 그래도 이게 웬 횡제람 하고 고맙게 받아들었다. 그런데 수표 색갈이 파란색 이었다.
그렇다 백만 원짜리 석 장이였다. 스님이 십만 원 권을 준다는 게 잘못 뽑아 들지 않았나, 해서 스님께 “이건 백만 원짜리 수표인데요,” 했더니 그 노스님께서 하시는 말씀이 “그 돈은 부처님께서 주시는 돈이라오, 아마도 부처님이 처사님의 곤궁함을 아시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보아하니 아직 점심 전이신 것 같은데 우리와 함께 공양하러 가십시다.”
노스님이 내 팔을 잡아끈다. 마누라 등살에 못 이겨 가기 싫어하는 교회를 억지로 다니고 있었는데 그런 나를 교회에서는 집사 직분을 주고는 교회에서 나를 부를 때 모두 집사님이라 불렀는데 교회에서 금기시 되어있는 불교 용어인 처사님 소리가 그렇게 살갑게 들릴 수가 없다. 교회에서는 사랑을 앞세우고 불교에서는 자비를 내세우는데 아무래도 자비가 사랑보다 한수 위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백만 원짜리 석 장이란 말에 파출소 직원들의 표정이 순식간에 부러움에 가득찬 표정으로 바뀌어 나를 바라본다. 아마도 그들은 내가 자기들에게도 선심을 베풀어주리라 생각하나보다. 경찰관들의 표정이 모두 밝아지는 게 그들의 표정만 보자면 너무 순한 경찰관들만 그 파출소에 몰려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했다. 하지만 속으로는 (어림도 없다 요놈들아) 하면서 겉으로는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았다.
나는 점심공양보다는 빨리 카드빚을 막고 밀린 공과금을 내는데 더 정신이 팔렸다. 스님께 머리 숙여 정중히 사양했다 “스님 말씀은 고마우시지만. 지금 이 돈으로 막을 것이 너무 많습니다. 사람 죽으라는 법은 없다는 것을 오늘 실감했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부디 성불 하십시오,”
생전 안하여 본 합장을 공손히 하며 고개를 깊숙하게 숙였다. 그런 나를 바라 보시는 노스님의 얼굴에는 자비로운 미소로 가득 차 있었다. 스님이 같이 점심 공양을 못하는 것이 아쉬웠는지 자기가 머무는 절이라며 한번 꼭 찾아오라며 명함을 한 장 주신다. 그 명함에 적힌 절의 이름은 `만우절`이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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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어찌하오리까???
만우절이랍니다....뻥이다 이말이죠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