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좋아 광란의 밤이지 사실 이보다 더 점잖을 수 없는 밤이다.
오이디푸스의 축제가 밤새워 박카스 마시고 춤추며 노래하고 논다면
우리는 박카스 마시고 노래했을 뿐이다.
물론 밤을 새기에는 너무나 어머니 자궁에서 멀리 온 시간이 가로막으니
노새 노새 젊어서 노새 라는 만고의 진리는 정동진 엔담모텔 옥상 데크 안개 속에서도 여실히 빛을 발헌다.
안개였다가 는개였다가 시시각각 변하는 날씨가
전화위복이 되어 모기나 날것들을 ㅤㅉㅗㅈ아준 옥상의 밤.
정말 빈약한 안주를 그나마 체면치레하고 있든 꽁치통조림
술을 마시는 것이 추억을 마시는 것이 되어버린 나이답게
최연장자 새터님 몸세포에 각인되어 있는 허기가
체면을 저 멀리 내동댕이치고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는 깡통 속으로 손가락을 집어넣게 한다.
1970년대 어딘가로 떠날때 니쿠샤쿠에 하나씩은 꼭 들어 있든 꽁치통조림
그냥 먹기엔 너무 아까워 함께 가져간 김치에 넣어 찌개를 끓였다.
어쩌다 건데기 하나 숟가락에 얹혀 올라오면 모두 질시의 눈으로 처다보고 한마디씩 던지든 그 사람들 없어도
그 때 그 시절 그 추억은 생각보다 먼저 몸을 움직이게 한다.
기타 하나 노래 하나 뿐인 안주만 남은 술판에 거나하게 이야기 이어지고
바람 따라 오고 가는 것은
저멀리 보이는 정동진 썬크루즈
배 들어오고 나갈 때 마다
마주 보고 있는 모텔에 불은 켜졌다 꺼진다.
썬크루즈 배를 불러온 것은 바람이었을까 안개였을까
는개속에 배가 지고 모텔의 불도 지면
얼굴에 부딪히는 물방울 만큼이나 서로의 마음이 부딪친다.
첫댓글 일명 "그 많던 꽁치는 누가 다 먹었나"....
안개낀 옥상 노래파티 사진이 보고 싶었는데,..시까지 지여주시니 영광스럽게 감상하였습니다.
춥고 졸리웠지만 지나고 보니 그냥 잤으면 후회했을 거라는...
좋다.
안개.얼굴에 뿌려지는 빗방울.노래,좋았건만~그래도 꽁치 통조림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