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 심리학( The Force Psychology)으로 유명한 인본주의 심리학자 Abraham Maslow(1908~1970)는 인간이 성장하고 발달하는 과정을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시켜 나가는 과정으로 설명하고, 인간이 본래부터 가지고 있는 욕구를 다섯 단계로 나누어 설명했다.
그는 인간 본성에 대해 다음과 같은 세 가지 가정을 하고 이를 바탕으로 동기부여론 (Motivation Theory)을 만들었다.
1. 인간은 만족할 수 없는 욕구를 갖고 있다.
2. 인간의 행동은 충족되지 못한 욕구를 채우는 것을 목표로 한다.
3. 인간의 욕구는 기본욕구(생리적인 욕구, 안전욕구)에서부터 상위욕구(소속과 애정욕구, 자아 욕구, 자기실현의 욕구)까지 5단계로 이루어져 있다.
매슬로우에 따르면 욕구 충족에는 위계가 있어서, 마치 우리가 양동이에 물을 부으면 아래로부터 위로 물이 차오르듯이, 반드시 하위에 있는 욕구가 먼저 충족되고 나서야 상위 수준의 욕구를 추구할 수 있다.
(1) 생리적 욕구 Physiological Needs
이것은 생존과 직결된 욕구로서, 다른 동물들도 똑같은 욕구를 가지고 있다.
생리적 욕구로는 배고픔, 갈증, 성욕, 배설욕, 잠 자고 싶은 욕구 등을 꼽을 수 있다.
이 욕구들 중 어느 하나라도 채워지지 않으면 인간은 그 욕구를 충족시키려는 동기에 의해 지배당하게 된다.
굶주림에 시달리는 사람이 그리는 이상향은 먹거리가 풍족한 세상이 될 것이다.
이런 기본적인 생리적 욕구가 충족되고 나면, 사람은 그보다 상위 단계의 욕구를 추구하게 된다.
(2) 안전 욕구 Safety Needs
매슬로우에 의하면 배고픔의 문제가 해결된 후엔 안전 욕구가 지배적으로 나타난다고 한다.
안전 욕구란 물리적, 심리적 안전을 모두 지칭한다.
따라서 물리적 침입이나 공격으로부터의 안전 뿐만 아니라 심리적 안정감도 추구하게 된다.
이를 위해 사람들은 불확실성과 변화에 대해 불안감을 나타내며 안정, 예측가능성, 질서, 구조를 추구하게 된다.
(3) 사랑과 소속의 욕구( 사회적 욕구 ) Belongingness and Love Needs
그 다음 단계는 타인과의 접촉, 모임, 사랑 등에 대한 욕구이다.
이 욕구는 생리적 욕구와 안전의 욕구가 어느 정도 만족된 후에야 그 중요성이 느껴지게 된다.
사람은 사랑하고 싶고 사랑받고 싶어한다. 외로움과 소외를 싫어한다.
어딘가에 소속되고 지속적으로 접촉하며 친밀한 관계를 추구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현대 사회는 인간의 사랑과 소속에의 욕구를 좌절시키고 있다.
가족이 와해되고 세대간 격차가 커졌으며 전통적 집단들은 사라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4) 자존심의 욕구 Esteem Needs
생리적 욕구와 안전 욕구, 사랑과 소속 욕구가 어느 정도 충족된 후에는 자존심의 욕구가 지배적으로 나타난다.
이 욕구는 타인에게 인정 받고, 존중받음으로써 자긍심을 느끼며 스스로가 능력 있는 사람이라고 느끼고자 하는 것이다.
이 욕구가 채워지지 않으면 계속해서 인정받기를 원하며, 이런 욕망이 강박적으로 일어나게 된다.
결과적으로는 낙심과 열등감을 경험한다.
(5) 자기실현 욕구 Self-Actualization
이 모든 하위 욕구들이 어느 정도 충족되는 사람이 새롭게 추구하는 욕구가 자기실현의 욕구이다.
자기실현의 개념에 대한 매슬로우 자신의 표현에 따르면,
" .... 건강한 사람이 안전, 소속, 사랑, 존중, 자존심 등에 대한 욕구가 충족된 후라면 그는 자기실현의 동기를 강하게 느낀다. 여기서 자기실현이란 본인의 잠재력과 재능을 실현시켜 나가는 것인데 그것은 운명이나 소명을 이룩하는형태를 띠기도 하고, 자기의 본래적 속성에 대해 더 잘 이해하고 더 잘 수용하는 앎과 이해의 증진이라는 형태를 띠기도 한다. 그리고 그것은 어렵기는 하지만 한 개인, 한 인간으로서의 통합을 추구하는 형태를 취한다.
음악가가 궁극적으로 자기가 원하는 사람이 되려면 음악을 만들어야 하고 미술가는 그림을 그려야 하고 시인은 시를 써야 한다. 우리는 자기가 될 수 있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이런 욕구를 자기실현이라고 부른다
( Maslow, 1954, Hergenhahn, 1984 재인용, p.320).
매슬로우는 최상위 단계에 해당되는 자기실현인들을 연구하여 이들에게서 볼 수 있는 일반적 특징을 정리하기도 했다. 이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건강한 사람들의 성격적 특성들일 것이다.
건강한 자기실현인의 특징 중에는 "있음 동기" 즉 Being Motivation( B- 동기)라는 개념이 있다.
"있음 동기"와 상대되는 동기는 "결핍 동기" DeficiencyMotivation( D-동기)이다.
B-동기는 배고픔, 안전, 인정 욕구 등과 같이 무엇이 충족되지 못해 일어나는 동기가 아니라 인간에게 본능적으로 내재된 성장 욕구에 의해 저절로, 자연적으로 생기는 것이다.
반대로 D- 동기는 무엇이 충족되지 못했을 때 생기는 동기이다.
B-동기는 D-동기와는 달리 사물이나 현상을 대할 때 있는 그대로 두고보는 ( B-인지) 경향이 있어서 그 반대인 D-인지보다 더 풍부하고 정확하게 지각을 할 수가 있다.
B-동기에 의한 사랑의 욕구는 소유적이지 않으며 사랑 본래의 모습, 즉 이타적 사랑으로 나타난다.
반면 D-동기적인 사랑은 소유욕에 가득 차 있으며, 이타적이라기 보다는 자기 자신의 채워지지 않은 감정을 채우는 데 바쁘다.
D-동기에서 나오는 행동과 감정은 강박적이고 집착이 강하지만 B-동기에서 나오는 것은 자연스럽다.
다음은 매슬로우가 많은 사람들을 표본 조사한 끝에 결론적으로 주장하는 자아 실현인들의 특징이다.
이 특징들을 살펴보면 인간 성장의 일반적 방향을 짐작해볼 수 있을 것이다.
① 현실지각이 정확하고 풍부하다. D-인지가 아닌 B-인지에 의해 세상을 보기 때문에 이들의 지각 과정에는 본인의 욕심이나 방어가 개재되어 있지 않다.
② 모든 일에 선과 악이 공존한다는 것을 알고 이를 받아들이기 때문에 수용의 폭이 넓다.
성급히 판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조망한다.
③ 감정과 체험에 충실하고 가면을 쓰지 않는다.
자연스럽고 진실되다.
④ 일을 할 때는 '과제중심적' 경향을 나타낸다.
일과 개인적 감정을 구분한다.
⑤ 자기의 가치관에 의해서 삶을 살기 때문에 남들로부터 다소 거리를 두고 자기 프라이버시를 필요로 한다.
⑥ 외부의 영향에 쉽게 흔들리지 않으며 독립적이고 자율적이다.
⑦ 항상 신선함을 유지한다. 일상생활도 활기와 즐거움과 감사에 넘친다.
⑧ 때때로 신비스러운 극치감( peak experience)을 경험한다.
이 극치감은 일상적인 일, 대인관계에서도 경험하게 된다.
⑨ 인간을 차별하지 않고 모든 사람에게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있다.
⑩ 몇 명의 친구나 가족과는 아주 친밀하고 깊은 인간 관계를 가진다.
⑪ 인간을 계층, 출신, 종교, 인종, 교육 정도 정치성향으로 구분해 보지 않고 공평무사하게 대한다.
⑫ 인습적인 가치관에 얽매이지 않으면서도 자기 자신의 가치관에 의거한 윤리관이 정립되어 있다.
⑬ 유머가 풍부하고 유머감각이 있다.
⑭ 창조적이다.
새로운 생각을 잘 하고 새로운 것에 대해 개방적이다.
⑮ 인습이나 문화에 의해서 강요되는 것을 배격한다.
인습이나 문화가 본인의 생각과 상치할 때 본인의 판단에 따른다.
매슬로우와 같은 시기에 활동한 인간 중심 치료의 심리학자 Carl Rogers의 이론에도 매슬로우의 자아실현인과 거의 같은 개념이 있다.
그것은 "완전히 기능하는 인간"(Fully Functioning Person)이라는 개념으로서,이 또한 우리가 인간으로서 성장할 목표를 제시해 주고 있다.
로저스는 '유기체적 가치과정 Organismic valuing process' 이란 개념을 쓰는데, 이것은 인간이 다른 모든 생명체까지도 포함해 가장 자연스러운 상태에서 세상사를 판단하는 기준이다. 유기체적 가치과정과 상대되는 개념은 '가치조건Conditions of worth'인데 이것은 인습, 문화, 사회적 이데올로기나 가치관 등에 의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가치체계를 의미한다.
유기체적 가치과정은 자연 그대로의 상태를, 가치조건은 인위적인 기준을 지칭하는 것이다.
로저스는 인간의 심리나 행동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이 유기체적 가치과정을 잊어버리고 가치조건에 의해 생활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래서 심리치료는 개인이 자기 본래의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 즉 유기체적 가치과정을 다시 체험하도록 해주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그의 이론은 동양의 도道 사상과도 매우 닮아 있다.
완전히 기능하는 인간은 자기의 유기체적 가치과정을 사용하면서 사는 사람이다. 그는 체험 세계에 완전히 개방되어 있으며, 따라서 방어기제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그의 자아개념은 그가 체험하는 내용과 일치한다.
그래서 자기 자신을 왜곡시키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압력을 가해오는 부자연스런 가치관과 억압에 왜곡되고 찌들리지 않은 채 자유롭고 건강하게 자기 본연의 모습을 실현할 수 있는 상황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좀 나이가 들어서야 오게 되는 것 같다.
젊은 날엔 우리에게 사회화의 과제가 너무나 막중하기 때문이다.
첫댓글 자유게시판에 카푸스님이 올리신 글 중에 매슬로우가 나와서 예전에 정리해두었던 것, 들고 왔습니다. 이 글을 읽을 그때도 열무김치를 담고 있었는데(...난 왜 맨날 김치만 담지? 쯥) 맛있는 열무김치에 대한 욕구는 매슬로우에 따르면 어느 단계일까 혼자 큭큭 웃은 적이 있습니다. 1단계인 배고픔에 대한 생리적 욕구, 반찬 한 가지는 확보되었다는 심리적 안정감의 2단계, 김치 잘담는 사람으로 사랑받고 싶다는 욕구가 깔린 3단계, 4단계로 스스로 능력있는 사람이라는 자존심의 확보, 살림살이를 통해서도 자기 실현이 가능하다는 믿음에 근거한 자기 실현의 욕구로서의 5단계중에서 말입니다
ㅎㅎ.. 김치도 자아 실현단계로 나누어 분석을 하시다니.. 읽으면서 나 본인도 지극히 정상적인 인간으로 지극히 안정된 가운데 충족의 영역을 오가는 것으로 판단되니 이게 비정상 아닌지 모르겠네요.
좋은 자료 고맙습니다. 이십 몇 년 전 '인간관계와 욕구'에 대한 논문을 쓰면서 위 매슬로우의 5단계론을 대입하고 변용하여 나름의 다른 도표를 만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새삼 그 논문이 어디에 하나라도 남아 있을까 궁금증이 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