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7일 연중 14주일 (맥추감사주일) 설교
마태 6:25-34. 신명 8:1-6.
온전한 하루를 살라
맥추감사주일로 지킵니다.
모름지기 그리스도인 신앙인은 공중의 새나 들에 핀 꽃들의 모습을 보며 자연 현상 안에서 먹이고 입히시는 주님을 떠올리는 사람입니다. 근심과 걱정으로 산다고 세상의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을 터이니, 하느님을 진심으로 신뢰하며 사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말씀입니다.
오늘 말씀은 바로 직전에 나온 주님께서 가르치신 기도 그것도 일용할 양식을 구하는 간구 기도와 맥이 닿아 있습니다.
자연의 현상을 예로 드시어 지금 우리 생활에서 하느님이 어떤 분인지를 알려 주시고, 이제 그 하느님에 대한 깊은 믿음으로 두려움 없이 살라는 위로이자 귀한 가르침입니다.
씨를 뿌리고 가두어 곳간에 들이는 일은 오직 사람만이 할 수 있는 행동입니다.
온갖 짐승들은 그렇게 하지 않는데도 먹이시는데, 그보다 더 귀한 인간은 노동을 통해 자신의 생존을 이어 갑니다. 그 노동은 태초부터 있던 신성한 일이고, 하느님도 창조의 일(노동)을 통해 인류를 만드셨습니다.
일하는 것, 즉 노동은 하느님의 형상을 입은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하느님을 닮은 일 중 하나입니다. 자신의 노력으로 세상을 열심히 살면, 은혜로우신 하느님께서 반드시 베풀어 주신다는 말씀을 기억합니다.
오늘 말씀은 예수님께서 기도를 가르쳐 주신 후 자선과 단식에 대한 진실한 마음을 역설하신 후 나온 말입니다. 재물을 하늘에 쌓으라는 선한 행동을 강조하시고, 하느님과 재물을 동시에 섬길 수 없다는 단호한 말씀 후에 오늘 이 가르침을 주셨습니다.
걱정한다고 목숨을 늘일 수는 없는 법(27절), 여기서 목숨(헬리키아 ἡλικία)은 키, 성숙도를 의미합니다. 사람의 수명이나 키는 주어진 상태로 받아들일 수 있을 뿐이지 노력하거나 걱정한다고 해서 달라지지 않는다는 말씀입니다.
우리가 할 일은 하느님의 의로움을 찾는 것, 그뿐이면 족하다는 말씀을 깊이 묵상해 봅니다.
먹고 사는 문제인 의식주는 그리스도인만이 아니라도 모두가 걱정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세상 사람들과는 달리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모든 것을 해결해 주실 것이라는 믿음만 가지고 살라는 말씀도 아닙니다. 오히려 그렇게 사는 사람은 무책임한 삶이며, 온전한 믿음도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우리가 구할 것은 오늘 하루의 삶에 충실 하자는 것입니다. 오늘의 삶이 충실한 사람이 내일의 삶에도 충실하기 마련입니다.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며 사는 사람에게 내일은 덤으로 주어진 선물이고 희망이기 때문입니다.
내일의 걱정은 내일로 미루고 오늘에 충실해지라는 말씀을 깊이 새겨봅니다.
여기서 내일이라고 표현된 헬라어 아우리온 (αὔριον)은 단순한 내일이 아니라 미래를 의미합니다. 아무 걱정 없이 오늘 하루를 충실히 살라는 긍정의 가르침인 동시에 아무리 앞날을 잘 계획해도 의미 없다는 허무와 부정의 가르침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이해할 것은 미래에 대한 희망이 있는 사람은 지금 여기의 삶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닫는 것입니다.
오늘 하루 우리에게 주어진 삶의 기회에 열정을 다해 일하고, 최선을 다해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하는 가운데 내일 즉 미래는 하느님께서 주실 것이라는 믿음을 가집시다.
맥추감사주일, 한 해 절반을 보내며 다시 한번 작은 소출과 수확에 감사드리는 날입니다.
사실 어느 것 하나 감사하지 않을 수 없는 우리의 축복된 삶입니다.
따지고 보면 평생 그 어떤 수확보다도 큰 수확과 소출을 얻은 우리들입니다.
그것 하나만으로도 감사하고 소중히 여깁시다.
우리에게 일할 힘과 열정을 주심에 감사하며, 공중의 새와 들에 핀 꽃도 먹이시고 입히시는 하느님의 자비하심에 감탄합니다.
아주 작은 것 하나에도 감동하는 삶을 살도록 노력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우리의 노력보다 하느님의 베푸심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사실에 감사합시다. 지금처럼 자기 삶의 자리에서 지금 여기의 삶을 소중히 여기고 최선을 다하면, 우리를 입히시고 먹이시는 주님께서 항상 함께 하실 것입니다.
걱정이 우리의 목숨을 보장하지는 않으니, 오늘 하루도 온전한 하루이기를 소망합니다.
온전한 하루가 계속해서 이어지며 하느님 나라의 소망을 함께 꾸는 우리이기를 기도합니다.
감탄과 감동 그리고 감사로 이어지는 우리의 삶을 살도록 기도합니다.
이 모든 것을 베풀어 주신 하느님께 감사합니다.
첫댓글 모든 것은 주님이 주신 것입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