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에는 대소와 원근이 있다

[무공]

국가의 정령(政令)이 멀고 가까운 모든 백성의 실정을 통하면 장차 잘 다스려 평화를 이룰 상(象)이 생기고, 친근하고 익숙한 자들의 사사로운 정리만 통하고 멀고 가까운 모든 백성의 억울한 사정을 가려 막으면 장차 화란을 양성(釀成)할 조짐이 생긴다.
사람의 몸에 있는 신기가 하늘과 사람의 상도(常道)를 통하면 장차 현인이나 성인의 무리가 될 것이고, 자기 일신의 사사로운 음욕(淫慾)에만 통하여 천지의 상리(常理)를 해치면 장차 패란(悖亂)의 무리가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통한다는 명목은 비록 같지만 통하는 실지 내용은 자연히 몇 갑절이나 서로 차이가 있다. 그 까닭을 구명하여 보면 다름 아닌 통하는 것의 멀고 가깝고 넓고 좁은 차이가 마침내 우열(優劣)과 선악(善惡)의 사다리가 된 것이다. 대저 천하 모든 인물(人物)의 신기를 통하면 나의 신기는 참여하여 증험하는 힘이 완전하게 갖추어지고, 상고하여 체험하는 것이 부족한 것이 없어서 천하의 신기를 통합(統合)하여 회통(會通)하고 천하에 교화를 세울 수 있다. 그러나 한 나라 인물의 신기만을 통하면, 보고 듣는 것이 다만 한쪽 좁은 지방의 관습과 풍속에만 얽매여 이웃 나라의 특수한 처지를 알지 못하므로 내게 있는 신기가 완전히 갖추어지지 못하고, 인물의 신기를 논하는 데도 편벽되고 가려짐을 면하지 못한다. 또 한 마을 인물의 신기만을 통하면 보고 듣는 것이 다만 그 마을을 주선(周旋)하는 데 있을 뿐이라, 나에게 있는 신기가 대단히 좁아 막히는 것이 많다. 또 한 집안 사람의 신기만을 통하면 은혜를 베풀고 사랑하는 것이 다만 친근한 가족에게만 미치고 이웃 사람에게까지 완강하게 관문을 막아버려, 내 몸에 있는 신기가 대부분 스스로 한정한 것이 많다. 또 제 한 몸의 신기만을 통하면 다만 내가 있는 것만을 알고 다른 사람이 있는 것은 알지 못하여, 가까이는 아내와 자식으로부터 종들에 이르기까지 각각 제 몸만을 생각하여 문득 초월(楚越)의 관계를 이루고 마니, 이는 도리어 신기를 통하지 못하여 책망할 것 없는 사람만도 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