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지금 나는 여기에 있습니다. 이는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러나 독립적이고 독자적으로 이렇게 있음에도 사실 가만히 들여다보면
끊임없이 누군가로부터 혹은 무엇으로부터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내가 영향을 받고 있다는 건, 나는 누군가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겁니다.
우리는 관계의 그물망 속에 살고 있습니다.
이 세상에 태어날 때 나 혼자 뚝딱 생겨난 게 아니라,
나를 낳아주고 키워준 부모가 있고, 형제 친척이 있고,
살아가면서 친구와 많은 지인도 있게 됩니다.
싫든 좋든 이러한 관계와 서로 엮여져 있고,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나 한 사람의 행위는, 나 자신에게만 국한되지 않고
누군가에게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장서방이 술을 마시니 이서방이 취하고,
동쪽에서 북을 치니 서쪽에서 춤을 춘다.』<성철스님, ‘본지풍광’에서>
참 재밌고도 절묘한 이 표현은 독립적인 존재가 그럼에도 서로서로 얽혀서
영향을 주고받고 있다는 사실을 아주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동쪽에서 북을 치니 서쪽에서 춤을 춘다.’라는 건
금방 그럴 수 있지 라는 생각이 들 수 있는데,
‘장서방이 술을 마시니 이서방이 취한다.’는 건 어떤 경우일 수 있을까요?
나에게 좋은 일이 생겼을 때, 그걸 나보다 더 좋아해주는 분이 있을 수 있겠지요.
나에게 슬픈 일이 생겼을 때, 나보다 더 슬퍼해주는 분이 있을 수 있겠지요.
관계 속에서. 여러분들은 누가 떠오르나요?
이렇듯 우리는 서로서로 이어져 있습니다.
‘나’라는 존재는 그저 한 개인일 뿐이지만, 그 하나로 인해 그물망 전체는
온전한 것일 수도, 망가진 것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나의 삶이지만, 나만 생각하며 살아갈 수는 없습니다.
내가 누군가에게 영향을 받고 있듯이, 나도 누군가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왕이면 서로서로 좋게 좋게 긍정적으로 주고받으면 좋겠지요.
그럴 수 있는 나로 스스로 가꾸어 가야 합니다.
그런데 이게 그냥 되지 않지요.
2,600여 년 전, 이 땅에 오신 ‘석가모니’부처님의 가르침을 활용하면
자신을 가꾸고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데 크게 도움이 될 겁니다.
어쨌든, 그물처럼 얽혀있는 세상에서 나는 그 모든 것이 시작되는 출발지이면서,
그 모든 것이 귀결되는 종착지입니다.
그리고 그 복잡하게 얽힌 그물망의 세상에서 그 중심은 바로 나 자신입니다.
왜냐하면 그 모든 대상들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또 그들에게 어떤 식으로 반응을 할지 결정하는 주체가 바로 나 자신이기 때문입니다.
부처님 오신 날, 우리는 서로 축하하고 서로를 축원하기 위해 사찰을 찾았습니다.
부처님 마음에 가장 쏙 들게 하는 축하와 축원은 어떤 것이겠습니까?
스스로 자기 자신의 가치를 찾아서, 자기 자신을 귀중하게 활용하면
그것이 부처라는 큰 스승이 가장 좋아하는 축원이고 축하일 것입니다.
자, 자기 자신을 선명하게 지각하면서 자신과 뭇 존재들이 귀한 줄을 찾아가는
명상수행법을 하나 소개하겠습니다.
내가 어떤 자세로 있든 그 자신을 지각하면서 명상을 시작합니다.
지금 나의 자세는 앉아있음입니다. 여기서 시작합니다.
의식을 앉아있는 자신에게 갖다 둡니다. 즉 앉아있는 자신을 의식합니다.
이렇게 앉아 있는 나를 느끼고 있으면,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고 있는 자신도 느껴질 것입니다.
‘이렇게 나는 느끼고 있다.’
(이렇게 느끼고 있는 상태가 의식이 자신에게 와 있는 상태입니다.)
‘그런데 무엇이 이리 느끼고 있는가~~~?’
<다시>
‘이렇게 나는 느끼고 있다.’
‘무엇이 이리 느끼는가~~~?’
느끼고 있는 주체의 정체를 알려고 하는 것입니다.
소위 말해서, ‘본래 나의 상태’는 어떠한 것인지 알고자 하는 것입니다.
툭 툭, 자신에 이렇게 질문을 던져보세요.
단, 던지기 전에 반드시 지금의 나를 느끼고 있어야 합니다.
오늘 ‘부처님 오신 날’을 경축하기 위해 정림사를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불기 2568년 '부처님 오신 날'
정림사 비구 일행(日行) 합장